작년 5월 가동…"김정수 부회장 '신의한수'" 평가도
국내 일자리 창출, K푸드 상징성 고려해 입지 선정
[밀양=뉴시스]김혜경 기자 = "밀양 공장은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신의 한 수'입니다."
21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에 위치한 삼양식품 밀양공장에서 만난 이 회사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눈앞에 둔 삼양식품에 있어 밀양 공장은 수출 확대를 위한 '신의 한 수'와 같은 중요 생산 라인이란 의미다.
밀양공장은 원주·익산 공장에 이은 삼양식품의 3번째 생산 기지다. 지난해 5월 가동을 시작했다.
매년 증가하는 해외 불닭볶음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수출 전진기지'로, 총 2400억원을 투입해 지은 최첨단 스마트 팩토리다. 축구장 10개 크기에 달하는 연면적 7만303㎡에, 지상 5층, 지하 1층의 규모를 갖췄다.
삼양식품은 밀양공장 준공으로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해 매년 증가하는 해외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만 연간 6억7000만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으며, 밀양 공장 완공으로 삼양식품의 연간 최대 생산량은 12억개에서 18억개로 늘었다.
삼양식품은 이날 미디어투어를 열고 수출 허브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밀양공장의 생산라인을 공개했다.
이날 방문한 밀양공장에서는 첨단 자동화 설비 공정이 적용된 불닭 시리즈의 생산라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부자재 입고에서부터 완제품 생산 및 출고에 이르는 전 과정에 최신 자동화 설비가 적용된 스마트 팩토리인 만큼 생산라인에 투입된 직원 수는 많지 않았다.
면을 만드는 과정부터 익히고 튀긴 후 냉각 시키는 과정까지 사람의 손길 없이 전자동으로 운영되는 모습이었다. 냉각 후 불량품을 골라내는 과정에만 직원 몇 명이 투입돼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라면 스프를 동봉하고 포장하는 과정, 그리고 라면 박스에 넣어 제품을 출하하는 과정까지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로 진행됐다.
건물 외장재로 태양전지를 활용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밀양공장은 건물 외벽에 일체형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총 2140㎡ 규모로, 외벽 두 개 면에 총 924개 패널을 설치해. 연간 436MWh의 전력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약 760가구가 1년동안 사용하는 전기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194톤(t)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공장 안팎을 둘러본 후 밀양공장을 총 지휘하는 박인수 공장장을 만났다. 지난해 말부터 밀양공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박 공장장은 기자들에게 밀양공장 설립 배경 및 앞으로의 목표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밀양을 새 공장 부지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부산항과의 접근성을 꼽았다.
박 공장장은 "불닭 시리즈의 수출 물량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이 필요했다"며 "국내 다른 여러 도시들도 고려해봤지만 김정수 부회장은 최종적으로 부산항과 가까운 밀양을 낙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밀양과 부산항이 가까워 물류비가 크게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주 공장에서 컨테이너 한 대를 부산항으로 이동하는데 드는 비용이 110만원 정도인데, 밀양 공장에서 부산항까지의 비용은 40만원이다", "컨테이너 한 대당 70만원이 절감되는 것"이라고 했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물류비가 30억원 가량 절감된다는 설명이다.
김 부회장이 신공장 입지로 밀양을 최종 낙점한 것은 물류비 절감 때문 만은 아니었다. 박 공장장은 "신공장 위치 선정 과정에서 중국 징동그룹이 현지 공장 건설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김 부회장은 결국 밀양을 선택했다"며 "국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불닭 시리즈가 지닌 K푸드의 상징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삼양식품은 해외 생산기지를 두지 않고 국내 생산공장에서 수출 물량 전량을 소화하고 있다. 불닭 시리즈의 수출 물량 급증에도 불구하고 김정수 부회장은 국내 일자리 창출 및 K푸드의 상징성 등을 고려해 3번째 공장 역시 국내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밀양공장은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재 이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약 280명으로, 밀양과 그 인근 지역 거주자 등으로 구성됐다.
다만 인력 수급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박 공장장은 "밀양시는 인구 10만명에 불과한 소도시"라며 "현재 인력이 40명 정도 부족하지만 충원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밀양 뿐 아니라 대구나 창원·김해 등지에서도 직원들이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있다"면서 "주거 지원책 마련 등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밀양공장 건립을 김 부회장의 '신의 한 수'라고 묘사한 삼양식품 고위 관계자는 "중국 등 해외에 공장을 건립했으면 큰 낭패를 봤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새 공장 부지를 찾고 착공한 시점이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이었다"며 "만일 공장 부지를 해외로 결정했다면 팬데믹 여파로 세계 곳곳이 봉쇄되면서 공장은 짓지도 못하고 손해만 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밀양으로 결정한 것이 바로 김 부회장의 신의 한 수"라고 했다.
한편 삼양식품가(家)의 며느리인 김정수 부회장은 불닭볶음면을 개발해 삼양식품의 새 부흥기를 주도한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2012년 출시 초기 국내 매출은 월 7억~8억원 정도였는데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3달 만에 배로 증가, 출시 1년 만에 월 3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 시작된 폭발적인 수출 성장세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이후 거의 매년 최고 실적을 새로 쓰고 있다.
2016년 3593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909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2016년 26% 수준이었던 삼양식품의 수출 비중도 2019년 50%, 2022년 67%를 넘어서며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는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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