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정원'...수원수목원에서 즐기는 힐링라이프[르포]

기사등록 2023/06/15 14:00:32

자연 그대로의 모습 유지, 인공적 색채 최대한 탈피

호수를 품은 일월·산세 살린 영흥수목원, 상반된 매력 선사

관람객 취향에 맞춰 자신만의 산책길 짜보는 것도 재미

[수원=뉴시스] 일월수목원 유리온실 전경. (사진=수원시 제공) 2023.06.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일월수목원 유리온실 전경. (사진=수원시 제공) 2023.06.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15일 오전 11시께, 경기 수원시 장안구 일월수목원 방문자센터.

센터 출입구 안으로 들어서자 로비 정면에 설치돼 있는 커다란 통창이 한눈에 들어왔다. 유리창 너머로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수목원 풍경이 보였다.

로비 양쪽에는 이색적으로 천장을 활용한 정원들이 눈에 띄었다. 로비 왼쪽에는 천창을 통해 햇살을 가득 머금은 유리정원이, 오른쪽에는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초록색 정원이 눈길을 끌었다.

수목원으로 입장하자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도심 속에서 시공간을 뛰어넘어 동화 속 배경인 '비밀의 화원'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꽃밭이 보였다.

'장식정원'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곳에 울긋불긋한 총천연색 꽃들이 만개해 절정을 이루면서 관람객들에게 자연을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유럽식 분수대가 정원 한복판에 설치돼 이국적인 느낌을 배가시켰다. 그 주변으로 파라솔이 달린 벤치와 긴 의자가 곳곳에 배치돼 관람객들이 휴식을 취하는 것도 가능했다.

수목원 어디에서든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일월저수지가 내려다보여 마치 호숫가를 산책하는 것과 같은 기분에 빠져들게 했다.

장식정원을 지나면 바로 유리온실과 마주했다. 높이 25m, 연면적 2902㎡ 규모로 조성된 온실에서는 지중해와 남아공, 호주, 뉴질랜드 등 전세계 대표적인 건조기후대 자연생태와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수원=뉴시스] 일월수목원 방문자센터에서 바라본 수목원 전경. (사진=수원시 제공) 2023.06.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일월수목원 방문자센터에서 바라본 수목원 전경. (사진=수원시 제공) 2023.06.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온실을 나오면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 산책코스가 있다. 각 코스를 따라가면 숲정원과 다산정원, 침엽수원, 습지원, 겨울정원 등 주제별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이 중 시선을 가장 끈 것은 '숲정원'이다.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나무그늘 아래에 캠핑의자가 비치돼 있어 함께 온 일행들과 담소를 즐기기에 제격이었다.

수목원 측은 ▲쉬엄쉬엄 남녀노소 산책길(1.2㎞, 45분) ▲오감만족 알짜배기 산책길(1.5㎞, 1시간) ▲느릿느릿 여유만끽 산책길(2.2㎞, 1시간30분) 등 총 3가지 산책코스를 개발했다.

그런데 이를 따르지 않고 모두 17개에 달하는 정원을 일품요리를 음미하듯이 유유자적 거닐며 자신만의 산책길을 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월수목원이 보유한 식물 종류는 2016종으로 그 규모가 2000여 주, 42만9000여 본에 이른다.

수목원 측은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식물이 방대하게 보존돼 있는 만큼 유익한 관람을 위해 미리 예약을 통해 전문 해설사와 동반할 것을 권장한다.

수목원을 구석구석 탐색하고 다시 방문자센터로 돌아와도 즐길 수 있는 관람객 시설이 남아있다.
[수원=뉴시스] 일월수목원 방문자센터 로비에서 '수원의 식물'을 주제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3.06.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일월수목원 방문자센터 로비에서 '수원의 식물'을 주제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3.06.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반려식물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식물상담실'을 비롯해 국내에서 서식하는 식물과 이를 연구한 학자들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식물학자의 방'이 있다.

'수원의 식물'을 주제로 방문자센터 로비에서 세밀화로 표현된 식물과 그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공간도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만일 수목원을 다 둘러본 뒤에도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면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위치해 있는 일월공원 정취를 함께 만끽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원을 대표하는 '노을 맛집'으로, 잔잔한 일월저수지에 비치는 낙조 풍광이 으뜸이다.

이렇게 일월수목원이 호수를 품은 모습이라면, 반대로 영흥수목원은 산지 지형을 살렸다. 우선 커다란 산장을 닮은 방문자센터부터 상반된 매력을 보여준다. 마치 산장 카페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양팔로 수목원을 감싸안은 듯한 산세가 개방감보다 아늑함을 느끼게 했다. 블루밍가든, 그라스원, 계절초화원 등 주제별 정원이 그 속에 자리를 잡았다.

아늑하게 꾸며진 책마루는 또 다른 볼거리다. 관람객들에게 정원을 둘러보다가 걸음을 멈추고 사색의 시간에 잠겨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안겨준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정원 관련 도서도 비치돼 있다.
[수원=뉴시스] 영흥수목원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관람객들이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3.06.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영흥수목원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관람객들이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3.06.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언뜻 보면 두 수목원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곳을 연결해주는 가장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연주의 정원'을 표방했다는 점이다.

세계적 정원 조성 추세이기도 한 자연주의 정원은 인위적으로 식물을 심고 가꾸는 방식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생태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지향한다는 게 특징이다.

뉴욕의 버려진 철길을 연간 800만명이 찾는 명소로 재탄생시킨 '하이라인파크'가 자연주의 정원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하이라인파크'를 조성한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인 피트 아우돌프가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에 자연주의 정원을 만들고 있다.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도심형 수목원으로써 관람객들이 계절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며 "향후 공원 부지까지 수목원으로 흡수해 좀 더 많은 시민들이 폭넓게 자연주의 정원을 무료로 즐길 수 있게 운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원=뉴시스] 영흥수목원이 호수를 품은 모습이라면, 영흥수목원은 산세를 살렸다. 양팔로 안은 듯한 수목원 안에 블루밍가든, 그라스원, 계절초화원 등 주제별 정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3.06.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영흥수목원이 호수를 품은 모습이라면, 영흥수목원은 산세를 살렸다. 양팔로 안은 듯한 수목원 안에 블루밍가든, 그라스원, 계절초화원 등 주제별 정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3.06.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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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정원'...수원수목원에서 즐기는 힐링라이프[르포]

기사등록 2023/06/15 14:00:3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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