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낙농진흥회 원유 가격 협상 시작
"인상 시 제품 가격 반영 검토할 수도"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유업계와 낙농가가 올해 우유 원유 가격 협상을 시작했다. 이번 협상에선 원유 ℓ당 69~104원 범위 안에서 가격 인상을 논의한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ℓ당 49원 올랐을 때 우유업계는 우유 가격을 약 10% 올렸다.
이번 인상에 따라 흰 우유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우유는 카페와 아이스크림 등 다른 식품 업계에서도 적극 활용하는 만큼, 이번 원유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경우 식품업계 전반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밀크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이날 소위원회를 열고 원유 가격 협상을 시작했다. 유업계에선 낙농진흥회가 정한 원유 기본 가격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협상에선 원유 가격을 ℓ당 69~104원 안에서 얼마큼 올릴지 논의한다.
원유 가격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은 최근 계속되는 생산비 증가 때문이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젖소 마리당 순수익은 152만9000원으로, 2021년대비(90만4000원) 37.2% 감소했다.
특히 전체 낙농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소규모 농가(50마리 미만)의 경우 2022년 젖소 마리당 순수익은 1000원으로 전년대비 109만3000원(99.9%)이나 감소했다.
낙농진흥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낙농가 수는 4600호로 전년대비 133호(4.0%) 감소했다. 지난 2년 동안 폐업한 낙농가 수는 300여호에 달한다.
이러자 유업계에선 장기적으로 우유 가격이 더 인상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생산비가 올라 사실상 원유 가격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원유 가격이 오르면 장기적으로 흰 우유를 비롯한 제품 가격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업계 관계자는 "작년 원유 가격 인상으로 제품 가격이 올랐다"며 "올해도 원유가격이 추가 인상이 된다면 제품가격도 함께 올라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력이 더욱 커질 것 같아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우려했다.
이어 "택시 요금이나 영화 관람료 인상 등의 사례와 같이 소비가 크게 위축돼 그렇지 않아도 우유 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소비가 줄어들 것 같아 걱정된다"며 "소비자·낙농가·유업체 모두 득이 될 수 있도록 원만하게 합의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ℓ당 49원 오를 당시 유업계는 흰 우유 가격을 약 10% 인상했다. 지난 3월 ℓ당 1164원을 기록한 원유 가격은 이번 큰 폭으로 오를 경우 1300원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 이번 인상분은 8월 1일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밀크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유 가격이 오를 경우 커피와 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다른 식품기업의 제품 가격이 함께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우유 가격이 오르면 다른 식품들도 영향을 받는다"며 "이번 원유 가격 인상 결과에 다른 식품 기업에서도 관심을 갖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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