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판다는 비만치료 주사…너도나도 "기술 도입"

기사등록 2023/06/02 06:01:00

최종수정 2023/06/02 08:49:42

비만 인구 6억 명 시대

GLP-1 기반 신약 각광

[서울=뉴시스] 체중감량에 돌입한 후 3~4주 정도 흐른 뒤 체중이 더 이상 줄지 않는 '다이어트 정체기'는 누구나 겪을 수 있다. (사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공) 2023.02.02
[서울=뉴시스] 체중감량에 돌입한 후 3~4주 정도 흐른 뒤 체중이 더 이상 줄지 않는 '다이어트 정체기'는 누구나 겪을 수 있다. (사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공) 2023.02.02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전 세계 비만 인구가 6억명에 이르고 해외에서 효과 좋은 신약의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너도나도 비만 치료제 기술 도입에 나섰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원제약, 미국 멧세라 등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기반의 당뇨·비만 치료 신약 개발을 위해 기술을 도입했다.

대원제약은 바이오 벤처 팜어스 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 개발 및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다. 팜어스의 삼중 작용제(GLP-1·GIP·GCG)를 평가한 후 최종 후보물질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비임상,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멧세라는 지난 4월 국내 디앤디파마텍과 경구용(입으로 먹는) 당뇨·비만 치료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멧세라가 최대 5500억원 규모로 전임상 단계의 GLP-1 물질 ‘DD02S’ ‘DD03’의 기술을 이전 받는 내용이다. 멧세라는 이전받은 기술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GLP-1 기반 신약 각광…미국서 공급 부족

활발한 기술 이전은 ‘GLP-1’이라는 호르몬 작용 신약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GLP-1은 음식을 먹거나 혈당이 올라가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초 당뇨병 치료에 사용했으나 GLP-1이 뇌의 포만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비만 치료제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는 2014년 최초의 GLP-1 비만신약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를 미국에서 허가받으면서 비만약 블록버스터 시대를 다시 열었다.

이후 더 효과 좋은 후속 약 개발에 나서 국내에서도 지난 4월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를 허가받았다. 위고비는 삭센다와 같은 GLP-1 작용제지만 성분이 다르고, 임상시험 결과 기존 삭센다 임상에서 나온 체중감량 효과보다 큰 효과를 보였다. 16개국에서 1961명의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결과, 치료 68주째에 환자들은 평균 14.9% 감소했다. 체중의 10% 이상 감소한 환자는 69.1%로, 10명 중 7명은 체중의 10% 이상 빠진 셈이다. 매일 주사하는 삭센다와 달리 일주일에 한 번만 주사하면 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체중 14㎏을 단시간에 감량한 한 비법으로 위고비를 꼽기도 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만 바로 국내 출시가 이뤄지진 않을 예정이다. 현재 미국에서도 공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회사는 아직 국내 출시 시점을 정하지 못했다.

미국 일라이 릴리의 GLP-1·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분비 폴리펩타이드) 이중 작용제 ‘마운자로’(티제파타이드)도 주목받고 있다. GLP-1과 GIP에 동시 작용해 포만감을 느끼도록 하는 약이다.

작년 발표된 임상 3상 결과, 비만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과체중 성인 2539명을 대상으로 연구했더니 체중이 최대 22.5%까지 감량하는 효과를 보였다. 주 1회 투여로 편의성을 높였다. 작년 미국 FDA에 비만치료제로 허가 신청해 연내 승인이 전망된다. 당뇨병 치료 목적용으로는 국내에서도 시판허가를 신청해 연내 허가될 예정이다.

미국 화이자도 GLP-1 작용 경구용 비만 약 ‘다누글리프론’을 개발 중이다. 최근 나온 2상 결과 다누글리프론 복용군은 16주 동안 체중이 10파운드(약 4.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미약품은 GLP-1 작용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삼중작용제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를 개발 중이다.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는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 인슐린 분비 및 식욕 억제를 돕는 GLP-1, 인슐린 분비 촉진 및 항염증 작용을 하는 GIP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신약으로 개발 중이다.

세계 비만 인구는 6억700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여자 성인 비만 유병률은 27% 내·외이며, 남자는 2011년 35.1%에서 2021년 46.3%로 크게 늘었다.

이호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일론 머스크가 위고비를 언급한 이후 GLP-1 수요의 급격한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며 “비만 문제가 심각한 미국에서 최근 체중감량 효과를 대폭 늘린 신약들이 FDA 허가를 받으며 치료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는 속도로 급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고비가 없어서 못 파는 비만주사가 된 배경에는 가파른 수요 증가와 생산시설 문제가 공존한다”며 “GLP-1 시장은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사진=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사진=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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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 판다는 비만치료 주사…너도나도 "기술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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