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 적체' 해소 대책 요원…"대기자 방치 안 돼"[임용대란②]

기사등록 2023/05/28 08:00:00

최종수정 2023/05/30 13:32:14

교원수급 예측, 전문가들에게 물었더니 "난제"

"임용대기, 어느 정도 불가피…2081명은 과도"

채용 줄이며 교대 정원 그대로…"선거철 의식"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전국 모든 학교에서 정상 등교가 이뤄진 지난해 5월2일 서울 광진구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담임선생님에게 관련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3.05.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전국 모든 학교에서 정상 등교가 이뤄진 지난해 5월2일 서울 광진구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담임선생님에게 관련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3.05.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전문가들은 '교원수급 예측이 어려워 임용 대기자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당국의 입장은 일견 타당한 면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기 인원이 2000여 명이 넘는데도 뽑아 놓고 방치하는 식의 대처는 당국의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28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교육청들이) 임용대기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미리 예측해 뽑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실제 수급을 딱 맞추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청 입장에서) 정년(62세) 퇴직자들은 2월·8월(학기말)에 각각 몇 명씩 퇴직할 지 알 텐데, 명예 퇴직자들은 (시점·규모 등을) 알 수가 없다"며 "(기존 교사가) 출산 후 아예 (교직을) 그만둘 수 있고, 외국에 간다며 휴직해 자리가 비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휴직해서 안 올 줄 알았던 사람이 복직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도 "정년퇴직자만큼만 신규 교사를 뽑으면 갑자기 사표를 낸 경우에 교육청에서는 빈자리를 메울 수 없다"며 "어떤 교사가 언제 어떻게 떠날지 예측이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교육청도 여유롭게 뽑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초등교사 출신인 김한나 총신대 교직과 교수는 "모든 수요와 공급의 예측이 항상 완벽하게 일치할 수 없기는 하지만, 현재 임용대기 문제는 허용되는 오차의 수준을 많이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년 정원과 채용을 줄여도 올해 3월 기준 임용대기자(2081명)가 지난해(1915명)보다 166명 늘어난 점을 꼬집은 것이다.

박 교수는 "3~4년 전부터 (신규 교사를) 과도하게 뽑아 (임용대기가) 누적되고 있다. 해결은 해야 한다"면서 "(대기자 적체를) 해소하려면 (채용) 인원을 줄여야 하는데 과도하게 줄이려 하면 저항에 부딪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거철이 다가오면 표를 의식해서 (교사) 신규 채용을 줄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학생 수가 감소하니 덜 뽑고, 나이 많은 사람은 내보내라'는 단순 경제식 해결책도 가능하지만 현장의 거부감이 크다.

송 교수는 "신규 교사를 조금만 뽑고, 빈자리는 기간제로 채웠다가 나중에 정교사로 채우면 임용대기는 감소할 것"이라면서도 "(임용시험) 준비생 입장에서는 합격 확률이 낮은 것보다 대기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임용대기를 줄일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묻자 나온 답변이다. 송 교수는 "대기자가 많은 것은 (당국이 증가를) 감수하고 많이 뽑았던 것일 것"이라며 "준비생들이 붙지 못하면 미취업 상태가 되니 조금 더 뽑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학부모 민원이나 학생 지도의 어려움 때문에 정년을 못 채우고 교직을 떠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며 "나이든 교사들을 억지로 떠나게 하는 정책은 강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퇴직은) 선택의 문제"라며 "명예퇴직 인센티브를 크게 높이지 않으면 엄청난 파장으로 몰려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24일 교육부가 발표한 중장기(2024~2027년) 교원수급계획에 따르면 초등교사 양성기관인 교대 정원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2024학년도 신규 채용 예정인 초등교사 규모(2900~3200명 내외)보다 현재 교대 입학정원(3847명)이 더 많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달 24일 교육부가 발표한 중장기(2024~2027년) 교원수급계획에 따르면 초등교사 양성기관인 교대 정원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2024학년도 신규 채용 예정인 초등교사 규모(2900~3200명 내외)보다 현재 교대 입학정원(3847명)이 더 많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그나마 현실적 대안은 교대 정원 조정이 꼽힌다.

교육부도 지난달 24일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발표하며 교육대학(교대) 등의 정원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교대(10곳)와 초등교육과(3곳)의 입학정원은 총 3847명으로 2012년(3848명) 이래 13년째 사실상 그대로다. 학생 수 감소로 초등교사 신규 채용 규모를 2027년까지 최대 27% 줄이겠다면서 배출 규모를 놔두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달 12일 교대 총장 등 현장의 반발을 이유로 내년도 정원을 동결하기로 했다.

박 교수는 "교육부는 교대 정원 조정에 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줄이겠다고 밝힌 교원 신규 채용과 5년 뒤 교대 배출 인원이 어느 정도 예측되는데도 내년 신입생 정원을 전혀 줄이지 않았다. 계속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용대기를 당장 줄일 수 없고 유사시를 위해 운용이 필요하다면, 적어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을 지낸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임용 대기자들을 유휴 자원으로 방치하지 말고, 대기 기간이 끝나고 발령됐을 때 학교 현장 분위기에 안착할 수 있는 '준비 프로그램'을 교육청이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서울의 경우 (올해 합격자 114명) 단 한 명도 발령되지 않은 상황을 개인이 만든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대기자를 위한 프로그램이나 연수를 마련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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