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전력 따져 집회 금지 추진…'목소리 낼 권리' 침해 우려

기사등록 2023/05/28 07:00:00

최종수정 2023/05/28 13:54:05

대통령·당정·경찰 "강경대응" 한목소리

'야간·불법' 이유 금지, 위헌·위법 우려

주거지 근처 주민 평온권 고려해야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지난 25일 저녁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 노조법 2조3조 개정 등을 촉구하는 1박 2일 노숙투쟁 집회를 하자 경찰이 강제 해산 시키고 있다. 2023.05.25.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지난 25일 저녁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 노조법 2조3조 개정 등을 촉구하는 1박 2일 노숙투쟁 집회를 하자 경찰이 강제 해산 시키고 있다. 2023.05.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전재훈 임철휘 기자 = 정부와 여당이 야간에 이뤄지거나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가 주최하는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같은 조치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당정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24일 협의회에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집회·시위를 제한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 밖에도 ▲불법 집회 전력 있는 단체의 집회·시위 제한 ▲집회·시위 소음 기준 강화 ▲집회·시위 대응에 대해 경찰의 공권력 사용을 위축시킨 매뉴얼 개선 ▲소송 지원 등 경찰 면책 지원 확대 등을 거론했다.

이 같은 논의는 지난 16∼1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노숙 집회'를 계기로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그는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불법집회에 경찰권 발동을 포기한 결과"라며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까지 정당화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경고에 당정까지 불법 집회·시위 강경 대응에 동참하자 경찰도 힘을 실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당정 논의가 이뤄진 바로 다음 날 "그동안 집회·시위 과정에서 무질서가 발생해도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실현 과정으로 인식해 관대하게 대했다"고 발언했다.

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인데, 당일 행동으로 옮기기도 했다. 지난 25일 금속노조 등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2021년부터 진행해 온 야간문화제 및 노숙 농성을 벌이려하자 펜스를 설치해 차단하거나, 반발하는 참가자 3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그간 야간문화제나 노숙 농성의 경우 법률이 규정하는 집회·시위가 아니라며 제지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노숙을 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1박2일 상경집회를 열고 최근 분신해 사망한 건설노조 소속 간부 고 양회동 씨와 관련해 노조 탄압 중단과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 정부의 공식 사과 등을 요구했다. 2023.05.17.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노숙을 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1박2일 상경집회를 열고 최근 분신해 사망한 건설노조 소속 간부 고 양회동 씨와 관련해 노조 탄압 중단과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 정부의 공식 사과 등을 요구했다. 2023.05.17. [email protected]

주민 불편이나 도심 질서 유지 어려움 등을 이유로 당정이 해결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이 같은 조치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정이 거론한 '특정 시간'과 '불법 집회 전력'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야간집회의 경우 법적 공백이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9월 야간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회에 이듬해 6월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했지만, 당시 여야는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따라서 집시법 10조는 효력을 상실했고, 아직 야간 집회를 규정하는 법률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법으로 야간집회를 금지한다면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강조한 헌재의 결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회·시위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데, 법률로 제한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우려도 있다.

이호영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박사는 "집회는 기본권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있어야 제한할 수 있다"며 "야간 집회가 전면 금지될 정도로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했는지 고려해 보면, 그렇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집시법상 불법 집회 전력을 근거로 집회·시위를 제한하기는 까다로워 보인다. 집시법 제5조는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경찰은 이 조항을 근거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조항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폭행, 협박, 방화 등은 그대로 두면 정말 큰 생명, 안전의 위협이 있을 때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도 "민주노총 등 특정 집단이 과거 과격했다고 해도, 앞으로 진행할 집회·시위가 과격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과거 일로 현재를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건설노동자들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건설노동자 탄압 중단 및 수사대상 1000명 인권선언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5.25.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건설노동자들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건설노동자 탄압 중단 및 수사대상 1000명 인권선언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5.25. [email protected]

다만 주거지가 밀집된 장소에서 진행되는 야간 집회의 경우 인근 주민들의 평온권 등 침해 가능성이 있어 적절한 방식으로 제한될 필요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의 자유와 주거의 자유 및 평온이라는 기본권끼리 충돌하는 상황에서, 의사 전달의 효과가 크지 않은 야간에는 휴식권을 보장해주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야간 집회로 꾸준히 피해를 보고 있는 주민들이 있다면, 그들의 입장을 들어보는 방식으로 집회 제한 시간 설정 등 절충안을 찾아가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집회 소음 규제의 현황과 쟁점'을 보면, 독일은 오후 10시~오전 7시 사이, 일본은 오후 10시~오전 6시 사이에 확성기 사용을 절대 금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 뉴욕시의 경우 수업 중인 학교나 예배 중인 교회 등에선 주중 오후 10시~오전 9시, 주말 오후 9시~오전 10시에 확성기 등 사용을 불허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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