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년' 샤이니, K팝에 '시각적 미학' 부여…'청량' 선구자

기사등록 2023/05/25 12:00:00

최종수정 2023/05/25 16:33:02

시대 앞서간 '컨템퍼러리 밴드'…"음악적으로 높은 완성도"

탄탄한 솔로 활동 병행도 장수 비결

[서울=뉴시스] 샤이니. 2023.05.25.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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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25일 데뷔 15주년을 맞은 그룹 '샤이니(SHINee)'는 K팝에 시각적으로 '미학적 관점'을 부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꼭 15년 전에 발표한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Replay)만 봐도 그렇다. 직설적인 노랫말에 유려하게 녹아든 세련된 음악, 화려하면서 부드러운 퍼포먼스가 스키니 진·하이톱 운동화 패션 등 외적인 요소와 맞물려 이전에 없던 K팝 내 청춘의 정경을 펼쳐냈다.

데뷔 초창기에 유행을 제시한다며 '컨템퍼러리 밴드'를 표방한 샤이니 다섯 멤버 온유·종현·키(Key)·민호·태민은 이렇게 기획자의 콘셉트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전문적이면서 특수한 역량을 보여줬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프로듀싱 능력을 제 각기 내세우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한 2세대 K팝 아이돌, 세계관을 도입하며 팬층 확장의 외연을 넓힌 3세대 K팝 아이돌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 2.5세대 K팝 아이돌 대표주자로 무엇보다 안정된 실력이 강점이었다.

최근 멤버 수가 늘어나고 화려한 퍼포먼스에 치중하면서 가창 실력이 등한시되는 측면이 있다. 이런 가운데 샤이니 멤버들이 쉴 틈 없는 퍼포먼스에도 '줄리엣' '셜록' 등을 흔들림 없이 노래하는 과거 영상이 다시 소환되면서 K팝계를 환기시켜주고 있다.

노래·춤·무대 매너 등의 잘 단련된 기교가 숙련된 기술로 승화하면서 K팝 무대에 대한 '시각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경지로까지 나아간다. 무엇보다 다섯 멤버의 칼군무가 아닌 개별 멤버의 자유로움은 살리면서도 통일감을 주는 미학적으로도 진보적인 세련됨을 주는 게 샤이니의 장점이다. 곡마다 역할이 다르긴 하지만 온유는 안정적이고, 종현은 환기시키며, 키는 틈을 열어젖히고, 민호는 무게감을 실으며, 태민이 드라마틱한 서사를 부여하는 식이다.
[서울=뉴시스] 샤이니 앨범 디지털 커버 이미지. 2023.05.25.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샤이니 앨범 디지털 커버 이미지. 2023.05.25.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황선업 대중음악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는 "다섯 명 모두가 리드보컬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포지셔닝, 뛰어난 역량에 기반한 격렬하고도 실험적인 퍼포먼스 등 '뛰어난 실력'이 있었기에 보다 음악적으로, 또 비주얼적으로 완성도 높게 구현됐다"고 봤다.

샤이니는 처음 데뷔할 때부터 명확한 정체성이 있었고, 그걸 유지해왔다는 점이야말로 차별화되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고 황 평론가는 봤다.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명칭으로 시작했지만, 현 시대보다 항상 조금씩 앞서나가는 행보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황 평론가는 "샤이니는 음악이 그룹을 잘 받쳐준 팀이다. 이전까지는 없던 유려한 R&B 스타일에 비비드한 컬러감을 결합시킨 '누난 너무 예뻐'도 센세이셔널했지만, 후크 송과 SMP를 결합해 새로운 종을 만들어 낸 '루시퍼(LUCIFER)', 두 곡을 하나로 합쳐 탄생시킨 전대미문의 트랙 '셜록', 퓨처 베이스를 본격적으로 K팝 신에 끌고 들어온 '뷰(View)', 뉴잭스윙을 통한 복고적 매력의 '돈트 콜 미(Don't Call me)' 등 음악적인 측면에서 특히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왔다"고 평했다.

K팝 전문가인 유니림 대중음악 칼럼니스트 역시 '컨템퍼러리 밴드'를 내세운 샤이니의 음악적인 부분을 높게 평가했다.

유니림 평론가는 "샤이니가 데뷔 때부터 내세운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기치는 의미심장했다. 국내에서 록 밴드, 팝 밴드 같은 클리셰로 쓰이던 '밴드'의 의미를 재정의하고자 하는 SM의 야심 발현이 아니었을까"라면서 "즉, 비틀스, 오아시스 같은 밴드나 가졌던 음악적 자부심을 아이돌 그룹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는 가지게 하고야 말겠다는 천명"이라고 읽었다.
[서울=뉴시스] 샤이니. 2023.05.25.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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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의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 그래서 음악이라는 얘기다. 유니림 평론가는 "초기에 발표한 '누난 너무 예뻐' '산소 같은 너(Love Like Oxygen)' '줄리엣(Juliette)' 같은 곡들부터 이미 음악적인 '샤이니 월드'가 열리기 시작했다"면서 "미국식 R&B를 큰 줄기로 하지만 단조와 장조를 넘나들며 청량감 넘치는 감정적 분출을 만들어내는 특유의 '샤이니 팝'은 'Sherlock·셜록(Clue+Note)' '드림걸(Dream Girl)'을 비롯한 이후의 히트곡들에서도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며 청각만으로도 샤이니를 감별해낼 수 있을 정도의 정체성을 만들어갔다"고 해석했다.

특히 "미국 밴드 익스트림 류의 펑크(funk) 메탈을 도입한 '와이 소 시리어스(Why So Serious)?' 같은 곡까지 아우른 음악적 스펙트럼(물론 SM A&R 파트에 공을 돌려야겠지만)은 이를테면 근년에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가 이모(emo)를 내세운 것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조혜림 PRIZM 음악콘텐츠 기획자(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도 "샤이니는 청량하고 세련되며 자유로운 이미지부터 칼군무와 올드스쿨적인 스타일링을 모두 소화하며 K팝 신의 가장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고 봤다.

'청량'은 샤이니의 성공을 설명해줄 중요한 청각·시각적 키워드다. 샤이니는 같은 해 데뷔한 '짐승돌'인 그룹 '2PM'의 대척점에서 기존의 남성 아이돌에 비하면 '가녀리다'고 할 만한 외모에 청순함에 가까운 시각적 연출을 했다고 유니림 평론가는 해석했다.

그는 "샤이니는 세븐틴, 아스트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청량돌 계보의 제일 위에 위치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 그치지 않는다. 토니 테스타 등 안무가들과 작업한 고난도의 폭발적 안무를 결합함으로써 엑소, NCT 등 이후 그룹들의 무대 연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조금 과감히 말한다면 'SMP'를 재정의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샤이니. 2023.05.25.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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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멤버들은 솔로로서도 확고한 팬덤을 구축했다. 온유는 정규 1집 '서클(Circle)'로 위로를, 종현은 정규 2집 '포에트|아티스트(Poet|Artist)'로 아티스트적 역량을, 키는 정규 2집 '가솔린' 등 '레트로 3부작'으로 독특한 개성을, 민호는 힙합과 R&B를 주로 담은 '체이스(CHASE)'로 에너지를, 태민은 '무브(MOVE)'와 '원트(WANT)'로 이른바 '무브병'·'원트병'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솔로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렇게 팀과 솔로 활동의 안정적인 병행이 팀의 장수 비결로도 꼽힌다.

황 평론가는 "지속적으로 앨범 활동을 해오기도 했지만, 팀 활동을 하지 않을 때에도 쉬지 않고 여러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거나, 솔로 활동을 통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등 개별 활동을 통해 샤이니라는 팀의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꾸준함을 엿볼 수 있다"면서 "결국 이를 뒤받쳐 주는 것은 대중들을 향한 프로로서의 애티튜드, 그리고 그에 걸맞은 노력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것들이 장수 비결"이라고 짚었다.

조 기획자 역시 "멤버 각각의 차별화 되는 비주얼과 콘셉트 구성으로 발표한 솔로 앨범을 통해 각자의 매력을 최대치로 뽑아내며 멤버 한 명 한 명이 샤이니와 구별되는 새로운 아티스트로 재탄생되기도 했다"고 봤다.

유니림 평론가도 "샤이니의 장수는 온유, 고 종현, 키, 민호, 태민의 저마다 다른 멤버별 개성과 재능을 꾸준히 선보인 것 때문에 더 공고해졌다"고 확인했다.

샤이니는 장수하는 가운데서도 큰 사건·사고에 휘말리지 않았고 음악 활동에 부침도 없었던 K팝 신에 있어 큰 귀감이 되는 팀이기도 하다.
[서울=뉴시스] 샤이니. 2023.05.25.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샤이니. 2023.05.25.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황 평론가는 "트렌드가 빠르게 변함과 동시에 세대 교체 또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대로 인한 공백이 있기는 했지만 비교적 큰 휴식기 없이 그 인기를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는 자체에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선한 영향력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7년 먼저 세상을 떠난 종현을 기리는 비영리 재단법인 '빛이나'가 대표적이다. 종현이 생전 완성한 앨범인 유작 '포에트|아티스트' 타이틀곡 제목이다. 2019년부터 경매 및 바자회를 통해 꾸준히 수익금을 기부해 오고 있다. 음악 작가들에게 창작지원금을 전달하는 등 선행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도 상암 MBC 골든마우스 홀에서 '제4회 빛이나예술제'를 열고 '빛이나'가 지원하는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무대를 마련했다. 민호가 행사의 MC를 봤고 종현이 약 3년 간 DJ를 맡았던 MBC FM4U '푸른 밤 종현입니다'로 맺은 인연을 지속하고 있는 MBC가 협조했다.

샤이니의 진화는 계속된다. 내달 중 정규 8집을 공개한다. 2021년 정규 7집 리패키지 '아틀란티스(Atlantis)' 이후 약 2년 만이다. 멤버들은 "새 챕터"(온유), "긴장하세요 빡!"(키), "굳건하고 단단한 샤이니"(민호), "new 샤이니"(태민) 등으로 새 앨범에 대한 키워드를 압축했다.

또 이날부터 오는 6월14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팝업스토어 '더 모멘트 오브 샤인(THE MOMENT OF Shine)'도 연다. 오는 27~28일에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선 팬미팅 '에브리데이 이즈 샤이니 데이 : [피스 오브 샤인]'도 연다.
[서울=뉴시스] 샤이니. 2023.05.25.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샤이니. 2023.05.25.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조 기획자는 "샤이니의 앨범마다 부여되는 독특한 세계관과 스펙트럼, 실험적인 컨템포러리, 압도적인 무대 장악력은 타 아이돌들이 넘볼 수 없는 대체불가 이미지로, 하나의 진취적인 '작품'으로 인정받아 마땅하다"면서 "15년을 활동했지만 샤이니의 다음 활동의 콘셉트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2.5세대 아이돌이 4세대 이상의 신선함과 충격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은 k팝의 역사에서 가장 흥미롭고 설레는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샤이니 멤버들은 15년 동안 변함없이 함께해준 팬덤 '샤이니월드'에게 SM을 통해 이런 말들을 남겼다.

"늘 함께 해줘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서로의 행복한 기억, 그리고 예쁜 추억이 되면 좋겠어요. 사랑합니다."(온유)

"어떤 말로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믿어주셔서 감사하고, 저도 믿고 있고, 더 열심히 할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시간은 항상 빠르고 때로는 느리게도 흐르지만 좋은 날이든, 좋지 않은 날이든 언제나 함께하고 싶습니다."(키)

"어떤 말로 표현해도 부족할 정도로 항상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그 감사함에 꼭 보답할게요.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민호)

"저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준 샤이니월드, 정말 감사합니다."(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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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주년' 샤이니, K팝에 '시각적 미학' 부여…'청량'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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