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인하폭 커질까...금융당국 "적정 수준으로 유도"

기사등록 2023/04/04 05:00:00

최종수정 2023/04/04 09:24:55

지난해 車보험 영업익 20.1% 오르고 손해율은 5년만에 최저

보험금 누수 막는 제도도 시행…2% 찔끔 인하 손보사에 압박

금감원, 월별 손해율 추이 면밀히 분석…"적정 수준 보험료 유도"

[춘천=뉴시스] 김경목 기자 = 전국이 펄펄 끓는 30일 강원도를 향해 피서를 떠나는 차량 행렬이 강원 춘천시 서울양양고속도로 양양 방면 구간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2.07.30. photo31@newsis.com
[춘천=뉴시스] 김경목 기자 = 전국이 펄펄 끓는 30일 강원도를 향해 피서를 떠나는 차량 행렬이 강원 춘천시 서울양양고속도로 양양 방면 구간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2.07.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올 들어 여론 압박에 못이겨 자동차보험료를 2%대 '찔끔' 인하한 바 있는 국내 손해보험사들을 향한 보험료 인하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이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고 손해율도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보험금 누수를 막을 자동차보험 제도들도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만큼 금융당국은 손해율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보험료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2개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영업이익은 478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자동차보험 영업이익이 3981억원으로 4년 만에 흑자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이익 규모를 20.1%(799억원) 키우며 2년 연속 흑자에 성공한 것이다.

한때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에서 난 손해를 다른 보험으로 메운다는 말이 있었지만 이제는 자동차보험이 손해보험사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보험의 2년 연속 흑자는 '손해율'과 '사업비율'의 동시 개선에서 비롯됐다.

손해율은 지급보험금 등 발생손해액이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손해율이 100%를 넘긴다면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보다 가입자에게 지급한 자동차보험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1.2%로 전년대비 0.3%포인트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80.9%였던 2017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9년 92.9%까지 올랐던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코로나19로 이동량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자동차 사고율도 줄면서 2020년 85.7%, 2021년 85.7% 등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보험설계사 수수료 같은 사업비가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사업비율도 지난해 16.2%로 전년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사업비율은 판매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이버마케팅(CM)채널 비중 증가로 2013년 21.3%, 2014년 20.9%, 2015년 20.8%, 2016년 19.4%, 2017년 18.9%, 2018년 18.2%, 2019년 17.8%, 2020년 16.5% 등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CM채널은 설계사 판매수수료가 없어 대면채널에 비해 평균 17% 정도 저렴하다.

이에 따라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모두 고려한 '합산비율'은 97.4%로 전년대비 0.4%포인트 하락, 최근 10년 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해 들어서도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이 84.9%에 달하는 4대 손해보험사(삼성·현대·KB·DB)의 1~2월 누적손해율은 평균 78.5%다. 회사별로는 삼성화재 79.3%, 현대해상 78.7%, KB손해보험 78.0%, DB손해보험 78.3% 등이다.

이들 회사의 지난해 손해율이 삼성화재 81.7%, 현대해상 80.3%, KB손해보험 80.2%, DB손해보험 79.4%였던 점을 감안하면 1.1~2.4%포인트까지 손해율이 낮아진 것이다.

손해율은 자동차보험의 핵심 실적지표인데다 4대 손해보험사의 시장 점유율이 막대한 만큼 올해 들어서도 업계의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뉴시스]자동차보험 손해율 및 사업비율 추이. (자료=금감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자동차보험 손해율 및 사업비율 추이. (자료=금감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보험금 누수를 막아줄 제도들이 시행에 들어갔다는 점도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감소세를 가늠케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경상환자의 대인배상Ⅱ 치료비 중 본인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은 본인보험(자기신체사고 또는 자동차상해)이나 자비로 처리해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자동차 사고발생시 100대 0 사고만 아니면 과실 정도와 무관하게 상대방 보험사에서 치료비를 전액 지급해줘 과잉진료 유발과 보험금 누수 문제가 지적돼 왔다.

경상환자가 4주를 초과한 장기 치료를 받을 경우 진단서 제출도 의무화됐다. 이에 따른 보험금도 진단서상 진료 기간에 맞춰 지급되는 것으로 개선됐다.

자동차보험 관련 성과 지표 뿐만 아니라 제도적 환경도 보험료 인하 압박 요인이 될 충분한 자격을 갖춘 셈이다.

앞서 보험업계는 지난해 연말 정치권과 금융당국 등에서 고물가 위기를 이유로 보험료 인하를 요구하자 올해 들어 삼성화재 2.1%, 현대해상 2.0%, KB손해보험 2.0%, DB손해보험 2.0% 등의 찔끔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그나마도 당초 1%대 초반으로 인하를 추진하다가 여론 압박에 못이겨 인하폭을 확대한 것이었다.

보험업계는 코로나19 종식에 따른 이동량 증가와 정비수가 인상, 2021년 1.2~1.4%대의 인하에 이은 자동차보험료 2년 연속 인하, 자동차보험 부문의 누적된 적자 등을 이유로 여전히 큰 폭의 보험료 인하에는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 기반한 성과급 잔치를 벌여 가뜩이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터여서 보험료 인하 압박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높은 손해율을 이유로 실손보험료를 평균 9% 가까이 인상해 놓고도 손해율은 낮아자고 흑자폭은 확대된 자동차보험료를 그대로 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당국도 당분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사고율이 2018년 18.8%, 2019년 17.8%, 2020년 15.5%, 2021년 15.2%, 2022년 15.0%로 줄고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이후에도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이미 올해 들어 자동차보험료를 업계가 한차례 인하한 만큼 당장 추가 인하는 어렵지만 연말까지 손해율과 실적 추이에 따라 그에 부합한 수준으로 보험료 조정을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경상환자 장기 치료시 진단서 제출 의무화, 대인Ⅱ 치료비 과실책임주의 등 올해부터 시행된 제도개선 효과를 분석하고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월별 손해율 추이를 면밀히 점검키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 2400만명이 가입하고 있는데 자동차보험에서 과도한 이익이 발생하면 어떻게 동의가 되겠느냐"며 "지난해 이익 규모나 손해율 등을 고려해서 보험료가 적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올해 당연히 보험료 조정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해가 나서 인상한다면 이익이 날 경우 돌려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냐"며 "적정한 수준의 보험료와 손해율이 유지될 수 있도록 업계와 계속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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