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피해자 '비밀전학'…부모 모두 거부시 '불가'

기사등록 2023/03/19 07:00:00

최종수정 2023/03/19 07:05:55

교육부, 피해 아동 지원 방안으로 재차 제시

법 개정안 국회 계류돼…월 최대 86건 추정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지난달 8일 오전 온몸에 멍이 든 초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된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 주거지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DB). 2023.03.19. photo@newsis.com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지난달 8일 오전 온몸에 멍이 든 초등학생이 숨진 채 발견된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 주거지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DB). 2023.03.1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아동학대 피해 학생에게 가해 부모 모르게 '비밀 전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양친 모두 거부하면 전학이 불가해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교육부의 '아동학대 예방 및 대처 요령 교육 부문 가이드북'에 따르면, 비밀 전학은 학대 가해자로부터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주민등록 주소지를 바꾸지 않고 보호시설 주변 등 인근 학교로 전학이나 입학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는 기존에도 존재하던 제도로 아동학대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에도 가능하다. 아동복지법과 동법 시행령,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자체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나 전문기관이 학교에 공문을 보내 요청하면 이뤄진다. 학생이 전학 가는 학교명 등 일체 자료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

지난달 '인천 아동학대 초등학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는 아동학대 조기 발견을 위한 '장기 미인정결석 학생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지난 17일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이를 발표했다.

다음달까지 7일 이상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는 유치원생과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대면 전수 조사를 벌인다. 홈스쿨링 등 사유와 소재를 학교에 유선으로 통보했어도 최소한 학교에 방문해야 하며 이를 거부할 시 가정방문을 받고, 재차 거부시 경찰 수사로 이어진다.

가정에서 학대를 당할 수도 있는 피해자를 서둘러 찾기 위한 방안이지만 정작 교육부가 가해 부모와 피해 아동을 분리하는 방책의 하나로 제시한 비밀 전학은 부모(친권자) 1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서울=뉴시스] 정부가 다음달까지 정당한 이유 없이 7일 이상 결석하는 유치원생과 초·중학생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첫 대면 전수조사에 착수한다. 초등학교 입학 예비소집 등 교사에게 전화로 소재를 알렸어도 가정 방문에 응해야 한다. 부모나 보호자가 경찰 동행 방문을 거부할 경우 아동학대 의심 정황이 있다고 보고 즉시 수사에 착수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부가 다음달까지 정당한 이유 없이 7일 이상 결석하는 유치원생과 초·중학생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첫 대면 전수조사에 착수한다. 초등학교 입학 예비소집 등 교사에게 전화로 소재를 알렸어도 가정 방문에 응해야 한다. 부모나 보호자가 경찰 동행 방문을 거부할 경우 아동학대 의심 정황이 있다고 보고 즉시 수사에 착수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가정사정 등 이유로 초등학생 전학을 추진하려면 보호자 1인의 동의를 얻도록 정하고 있다.

이번 전수조사 계기가 된 인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과 유사한 사례라면 조기 발견해도 비밀 전학 제도를 쓰기 어렵다. 숨진 아동의 친권자인 친부와 계모 모두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런 한계가 지적된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육부는 2015년 인천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기존 장기 결석 아동 명단을 바탕으로 정부 합동 점검을 벌였고, 이로 인해 이듬해 초 '평택 아동 실종사건' 등 숨겨진 아동학대 사건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

교육부는 2016년 6월 아동학대 등으로 학생 보호자에게 동의를 받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 학교 의무교육학생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호자 동의 없이 전학을 보낼 수 있는 조항을 담은 개정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허나 '친권자 동의를 얻지 않아도 전학 가능' 조항은 개정 과정에서 빠졌다. 친권자나 후견인이 없을 때 학내 위원회 심의를 받아 전학이 가능하도록 조항을 다듬어 개정됐다. 구체적으로 ▲친권자의 친권행사 제한 또는 상실 ▲후견인을 맡을 보호자가 없거나 법원에 선임 또는 변경이 청구된 예외적 경우에 한정됐다.

2021년 8월에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복지부)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통해 논의한 '아동학대 대응체계 보완방안'을 통해 보호자 동의 없이도 비밀 전학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같은 해 12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아동 10만명당 502.2건으로 2020년 401.6건보다 100건 넘게 증가했다. 2001년 아동 10만명당 17.7건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역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달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아동 10만명당 502.2건으로 2020년 401.6건보다 100건 넘게 증가했다. 2001년 아동 10만명당 17.7건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역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해당 개정안에 대해 지난해 4월 제출된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보면, 교육부와 복지부는 '보호자 동의 없는 비밀 전학' 취지에 동의했다. 과도한 친권 제한을 막기 위해 '편부모 또는 양친 모두의 학대가 의심되는 때 등', '보호자 모두 아동학대 행위자인 경우 등'과 같이 요건을 구체화 하자고 밝혔다.

교육부는 현재 비밀전학을 신청하는 시설입소자나 학대 피해 아동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 않고 있다. 과거 교육부가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공개한 현황으로 그 규모를 짐작해야 한다.

2015년 8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이상일 국회의원이 개최한 '학대 피해 아동 보호 쉼터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토론회 자료집에 따르면, 교육부가 같은 해 3~5월 전국 초·중·고를 통해 집계한 주소지 변경 없이 처리된 전·입학 건수는 총 257건이었다. 초등학생 137건, 중학생 74건, 고등학생 46건이다. 최대 월 86건의 비밀 전학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생은 부모 1명의 동의를 얻으면 비밀 전학이 가능하지만 두 명 다 가해자일 경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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