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휘발유를 며느리와 손녀에게 뿌리고 불 지르려고 하며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제8형사단독(부장판사 이영숙)은 현주건조물방화예비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63)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3년과 특별 준수사항으로 피해자로부터 사전승낙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100m 이내 접근하지 말 것을 각 명령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28일 오후 6시25분께 대구시 북구의 한 빌라에서 사람이 주거하는 건조물을 불태우는 범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함과 동시에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피해자들을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오후 4시30분께 피고인이 욕설하며 냄비를 바닥에 집어 던져 무서움을 느낀 손녀 B(4·여)양이 울음을 터뜨리자 며느리인 C(33·여)씨는 시아버지인 A씨에게 "아버님, 아이들 앞에서는 욕을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에 A씨는 피해자인 C씨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화가 나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휘발유를 주거지에 가지고 온 A씨는 일부를 자신의 몸에 붓고, 피해자들이 있던 방문을 두드렸다. B양이 방문을 열고 A씨에게 허리를 숙이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자 "우리 이제 다시는 볼 일 없다"며 손녀의 얼굴과 등에 수회 뿌렸다. 이에 놀란 며느리가 달려오자 남은 휘발유를 C씨에게 뿌려 피해자들과 주거지 그리고 자신을 불태울 것처럼 행동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집에서 며느리와 손녀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를 것처럼 위협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공포감과 정신적 충격을 줬다"며 "피고인은 배우자에게도 위험한 물건으로 폭력 범죄를 저질러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적이 있는데도 며느리와 손녀를 상대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합의한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했다"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선고 이후 재판장인 이영숙 부장판사는 피고인 A씨에게 "눈에 보이는 상처만 상처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더 심각할 수 있다"며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그런 단계까지 가는 것은 마음의 상처가 정말로 심각하게 남아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정말로 큰마음으로 남편의 아버지이기에, 자녀의 할아버지이기 때문에 용서한다고 한 것이다"며 "제가 생각하기에는 마음에 남아 있는 상처가 쉽게 아물 것 같지 않다. 그렇기에 정말 잘못해서 (며느리를) 배려한다고 생각하면 아예 만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남편에게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 부장판사는 "아내의 상처가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며 "중간에서 힘들더라도 피해자는 자신의 아내라는 점을 계속 명심해야하며 아내에게 시아버님에 대한 부담을 주면 안된다. 특별준수사항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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