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PICK]'미래 전력원' 인공태양, 터지면 핵폭탄보다 위험? 진실은...

기사등록 2023/02/25 10:00:00

최종수정 2023/02/25 10:19:51

정부, 2050년대 인공태양 '핵융합 발전' 상용화 목표

'자연 현상' 핵융합과 '인공 현상' 핵분열…원료도 바닷물 vs 우라늄

핵융합 발전소, '체르노빌'보다 위험?…"대참사 가능성 사실상 0"

수소폭탄-핵융합 발전소 비교는 태양-햇볕 비교…연료량 자체 달라

[대전=뉴시스]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구축돼있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케이스타). KSTAR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고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가둬두는 역할을 한다. (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대전=뉴시스]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구축돼있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케이스타). KSTAR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고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가둬두는 역할을 한다. (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정부가 2050년대 인공태양(핵융합 발전) 상용화를 목표로 삼았다. 핵융합 발전의 전력생산량, 연료 자급율, 안전성 기준 등을 설정하고 이에 맞는 차세대 기저전력원인 '핵융합 실증로'를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는 핵융합을 두고 '핵'이라는 명칭 때문에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태 등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핵분열이 활용되는 원자폭탄과 핵융합이 활용되는 수소폭탄을 빗대 더 큰 폭발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핵융합은 원자력(핵분열) 발전과 완전히 다르다. 핵융합이 '꿈의 에너지'라는 찬사까지 받으면서 핵융합과 핵분열의 차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핵융합과 핵분열은 그 근본부터 다르다. 핵융합은 당장 머리 위의 태양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자연적인 현상이라면, 핵분열은 20세기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현상이다.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원리도 정반대다. 핵분열은 우라늄, 플라토늄과 같은 무거운 원소를 중성자와 충돌시켜 더 작은 원자핵으로 쪼개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발생한다. 반면 핵융합은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소의 원자핵을 초고온, 초고압 상태에서 융합해 더 무거운 원자핵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에너지 생성 방법이 다른 만큼 효율성도 다르다. 효율의 측면에서 보면 핵융합이 핵분열보다 에너지의 밀도가 더 높다. 동일한 양의 힘을 투입하더라도 핵융합으로 만들어지는 양이 더 크다는 것이다. 다만 핵융합 발전이 아직 완전히 실현되지 않은 만큼 그 차이는 전문가들도 3~30배 등 다양하게 추정하고 있다. 특히 핵융합의 경우 목욕탕 하나를 채우는 수준인 수십리터의 바닷물과 1g 수준의 리튬 배터리만으로도 성인 남자 1명이 50년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무한한 원료+방폐물 위험 無=꿈의 에너지…바닷물로 전기 만드는 핵융합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핵융합이 핵분열과는 다른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발전 원료와 방사성 폐기물(방폐물) 유무의 차이다. 핵분열은 우라늄과 같이 반감기가 수억년에 달하는 물질을 원료로 쓰지만, 핵융합의 주원료는 바닷물이나 리튬 광물과 같이 자연 물질 속에 포함돼있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다.

학계에 따르면 핵융합의 원료는 이론상으로 자연은 물론, 인공적으로도 계속해서 만들어낼 수 있다. 사실상 원료가 무한한 셈이다. 물론 바닷물이나 리튬에서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추출해내는 것의 경제성 문제가 남아있긴 하다. 하지만 매장량에 한계가 있는 우라늄 등과 달리 기술적으로 원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이같은 원료의 차이로 인해 핵융합은 핵분열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인 방폐물 처리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핵분열의 경우 우라늄 원료를 원자로에서 태우고 난다 해도 반감기가 굉장히 긴 연료의 잔해들이 '고준위 방폐물'로 그대로 남는다. 마치 연탄을 태우고 난 뒤 연탄재가 그대로 남는 것과 같다. 이로 인해 원자로 방폐물들은 지하에서 수만년, 사실상 영구 보존된다.

반면 핵융합 발전에서 나오는 생성물은 인체에 무해한 헬륨과 중성자선 정도에 그친다. 그나마 문제가 되는 것은 중성자선인데 이 또한 핵융합 발전을 통해 생성되는 에너지량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애초에 발전에 사용되는 중수소·삼중수소의 양 자체가 적기 때문에 만에 하나 중성자선이 유출된다 하더라도 바람 등에 의해 자연 상태 수준으로 간단히 희석돼버린다. 더욱이 핵융합 발전소 자체에 중성자선 유출을 막기 위한 차폐 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이같은 유출 가능성 또한 굉장히 낮다.

수소폭탄에 쓰이는 핵융합, 폭발 위험 있을까?…"태양-햇볕 열 차이 비교하는 꼴"

(사진=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핵융합이 차세대 발전 기술로 언급될 때 흔히 나오는 우려 중 하나가 폭발 우려다. 이름이 유사한 핵분열 발전이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태라는 대참사를 일으킨 바 있고, 인류가 개발한 무기 가운데 살상력이 가장 높은 수소폭탄에 핵융합 기술이 활용됐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핵융합 발전으로 인한 폭발이나 대참사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고 볼 수 있다. 애초에 핵융합과 핵분열은 그 특성 자체가 다르다. 핵분열의 경우 원자핵을 충돌시키는 만큼 핵분열을 일으켜 에너지를 만드는 것 자체는 쉽다. 하지만 분열을 일으킨 뒤 멈추는 것이 어렵고, 냉각 제어를 실패하게 된다면 연료가 스스로 열을 방출하며 끝내 멜트다운 후 핵폭발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반면 핵융합은 초고온, 초고압이라는 조건 충족을 비롯해 융합 자체를 일으키는 게 굉장히 어렵고, 융합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결국 별다른 제어를 하지 않아도 인위적인 융합 시도를 멈추면 에너지가 순식간에 식어버리게 된다. 또한 핵융합 발전은 극소량의 수소 연료를 필요할때마다 융합로에 조금씩 넣게되기 때문에 제어 자체도 쉽고 애초에 폭발이 일어날 만한 연료도 없다.

수소폭탄과 핵융합 발전의 경우에도 원리는 비슷하지만 목적과 과정이 완전히 다르다. 수소폭탄은 애초에 핵융합 기술만이 아니라 핵분열 기술이 융합돼서 사용되며, 막대한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것이 목적이기에 핵융합 발전보다 훨씬 많은 양의 연료를 한번에 투입하게 된다. 핵융합의 에너지 밀도가 높은 만큼 의도적으로 대량의 연료를 투입하고, 에너지 방출의 지속성이 강한 핵분열과 결합시키면 강력한 파괴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예컨대 태양도 막대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핵융합을 일으키고 있고, 그로 인해 엄청난 열에너지를 뿜어내며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생명체를 말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태양에서 파생된 햇볕의 에너지가 폭발할 가능성은 없다. 핵융합 발전소와 수소폭탄을 비교하는 것은 햇볕과 태양 자체를 비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핵융합 발전 문제는 '기술 난이도'…"30년 뒤 상용화, 이제는 가시권 안에 있다"

[대전=뉴시스]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구축돼있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케이스타). (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대전=뉴시스]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구축돼있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케이스타). (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이처럼 핵분열과 비교했을 때 핵융합은 풍부한 원료, 탄소 중립, 극소량의 방폐물 배출, 낮음 사고·폭발 위험성 등 많은 장점이 있지만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이 너무나도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케이스타)에 힘입어 핵융합 연구에서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의 경우에도 아직까지 핵융합 발전의 필수 조건인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을 30초 유지하는 것이 한계다. 플라즈마 운전을 24시간 정상상태 운전하기 위해서는 최소 300초 연속운전에 성공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올해 중 50초 운전, 2026년 300초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가 2035년부터 핵융합 운전에 성공하고 2050년께에는 핵융합 발전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관계자는 "핵융합을 두고 2000년대 초반에도, 현재에도 '30년 뒤면 실현된다'고 말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과거에는 '막연하게 30년'이었다면 지금은 핵융합의 필요성 때문에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가시권 안에 들어온 30년'"이라며 "우리나라가 ITER에 가입한 것도 바른 방향이었고 지금도 올바른 방향을 이어가고 있다고 본다. 기술적으로는 핵융합 발전이 100% 될거라고 기대하는데, 이제 초고온 유지와 같은 어려운 공학적 과제를 풀어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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