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더힐' 대신 '열악한 집' 보여주는 유튜버 집공략[튜브가이드]

기사등록 2023/03/07 06:00:00

최종수정 2023/03/15 15:29:45

19세대 동거, 싱크대 샤워 등 주거 현실 조명

"이런 집 살지 마세요" 차별화 전략으로 성공

부동산 운영…유튜브 시작한 뒤 고객 3~5배↑

"집은 본래 목적 충실해야…모든 것 확인 필수"

[서울=뉴시스]부동산 중개인 겸 유튜버로 활동하는 '집공략'(사진=집공략 유튜브 캡처) 2023.03.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부동산 중개인 겸 유튜버로 활동하는 '집공략'(사진=집공략 유튜브 캡처) 2023.03.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운지 인턴 기자 = 소위 '럭셔리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다. 많은 유튜버가 명품 언박싱(포장 뜯기) 영상이나 고급 식당 및 호텔 리뷰를 올려 주목받는다. 주거 관련 유튜버들은 '시그니엘' '반포자이' '한남더힐' 등 국내 유명 고급 아파트를 조명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시청자들이 고가의 주택에 대해 갖고 있는 동경심을 자극해 주목도를 높이려는 전략인 셈이다.

그런데 정반대의 콘텐츠로 인기를 얻은 이도 있다. 월세 수십만원 짜리 원룸·빌라 등 학생이나 직장인의 현실과 가까운 주택들의 정보를 주로 제공하는 부동산 중개인 겸 유튜버 '집공략'이다. 이런 집에서 실제로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들을 생생하게 보여줘 인기가 높다. 다루는 소재처럼 촬영 방식도 투박하다.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흔들리고, 공들여 만들어 낸 영상미는 찾아볼 수 없다.

뉴시스는 지난달 8일 서울 신림동 집공략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집공략(본명 한진우)을 만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얘기를 들어봤다.

집공략은 유튜브를 시작한 이후 고객 수가 "3배에서 5배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이를 증명하듯 사무실 내부는 부동산 업무로 시종일관 바쁜 모습이었다.

집공략은 카메라 담당인 '신입PD'와 동행해 '19세대를 입주시키려는 집' '주방 싱크대와 샤워 시설이 함께 있는 집' '천장이 낮아 똑바로 설 수 없는 집' 등 열악한 조건을 가진 집을 촬영한다. 보통 집공략이 집을 소개하는 역할을, 신입PD가 질문과 반론을 제기하는 역할을 맡는다. 두 사람이 능청스럽게 합을 맞추는 모습이 특징이다.

댓글 창에는 "저런 집은 월세를 못 놓게 해야 한다" "평범한 집에서라도 살 수 있는 게 고마워진다" "매번 상상도 못 한 집들이 나온다" 등의 반응이 대다수다.

이외에도 '오피스텔 장단점' '동파 방지하는 방법' 등 생활정보 콘텐츠와 '집 보러 온 사람 특징' '자취생 친구 특징' 등 공감성 유머 콘텐츠가 많은 호응을 얻는다. 대다수가 자신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내용이다.

집공략 역시 자취 10년 경험이 있다. 열악한 집에서 거주하는 설움을 몸소 느껴봤다. 그는 "전에 살던 3층 집은 창문을 열면 완전히 벽이고, 햇빛이 거의 안 들어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잘 때는 엄지손가락만 한 바퀴벌레가 나왔는데도 피곤하니까 그냥 자게 됐다"며 "인간이 적응의 동물인지라, 그런 곳에도 계속 있다 보면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자취생의 '웃픈' 현실이다.

그의 콘텐츠는 대체로 블랙 코미디에 해당하지만, 일부는 유머 요소 없이 진지하다. 지난해 3월에서 6월까지 올라온 '전세 사기 편'이 그렇다. 집공략은 해당 영상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와 상담을 진행한 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대응 방법을 안내했다. 이는 실제 피해자뿐만 아니라 부동산 계약을 염두에 둔 모든 이들이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이다.

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개인 연락처까지 공개한 상태다. 가끔 '술 마시자'며 연락을 해 오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무시한다고 했다.

한편 집공략공인중개사사무실이 위치한 신림동 일대는 '부동산의 성지'라 불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업체가 몰려 있는 곳이다. 실제로 관악구의 관내 부동산은 1000개가 넘는다.

수가 많은 만큼 치열하게 경쟁하는 업자들에게, 집공략의 콘텐츠는 일종의 '눈엣가시'다. 불량 매물의 면면을 속속들이 공개하고 '부동산 앱 낚시 방법' '곰팡이 피는 집 알아내는 방법' 등의 팁으로 고객의 눈을 틔워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공략은 이런 콘텐츠들을 꾸준히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집을 선택하는 방법을 알릴 계획이다.

그는 "(부동산 업자)단톡방, SNS 등에서 나를 욕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어 "상관 안 한다. 어차피 해코지하러 올 거 아니지 않냐"면서 "날 해코지하면 콘텐츠도 만들고 좋다. 꼭 와 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집을 구할 때의 '꿀팁'을 묻자 "집을 보다 보면 점점 더 싼 곳으로 찾게 되는데, 가격보다 '본래의 목적'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출퇴근 시간이 1시간인데, 힘들어서 30분 거리에 거주하려 한다. 그런데 그걸 잊어버리고 '한 40~50분이면 괜찮겠지' 하면 실질적으로 월세만 날아가는 거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부동산을 믿되, 모든 것을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직자가 전해주는 '뼈 있는 조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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