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신고제 기피 위해 월세 대신 관리비 올리는 꼼수 횡행
다세대주택, 공동주택과 달리 관리비 규정 없어 사각지대
[전주=뉴시스]이동민 기자 = #1. 대학교 개강을 앞두고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 있는 원룸을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통해 알아보던 박승찬(23)씨는 시세보다 15만원 정도 저렴한 매물을 발견했다. 방 상태를 보기 위해 해당 매물을 누르는 순간 박씨는 헛웃음을 지었다. 월세는 10만원인데 관리비가 25만원으로, 모두 합하면 주변 시세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월세를 올리는 대신 관리비를 올리는 '관리비 꼼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월세와 보증금을 받으면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전·월세 신고제'의 여파로 분석된다.
17일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통해 전주 완산구 인근 원룸 시세를 살펴봤다. 20~30㎡ 정도 되는 방의 월세가 17만원으로 인근 시세보다 15만원 정도 저렴한 매물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관리비가 15만원이어서 사실상 매달 지불해야 하는 월세가 시세와 다를 바 없었다. 심지어 월세 5만원에 관리비 40만원인 스리룸, 월세 3만원에 관리비가 31만원인 원룸도 있다.
이러한 기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2021년 6월 시행된 '전·월세 신고제'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중론이다. 보증금 6000만원 이상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30일 이내에 계약 내용을 의무적으로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는 제도다. 신고하지 않으면 계도 기간이 끝나는 올해 6월1일부터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임대인들이 월세를 30만원 이하로 정하고 나머지를 관리비로 충당하는 조삼모사식 꼼수를 부리는 이유다.
전주 중화산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어느 공인중개사는 "현행법상 공동주택은 유지관리에 사용된 관리비를 입주자에게 공개해야 하지만 원룸의 경우 공동주택이 아니라 다세대주택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월세를 과도하게 저렴하게 하고 관리비를 높여 받으면 연말정산에서 관리비는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으므로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이 지난 6일 발표한 '깜깜이 관리비 부과 실태와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단독·다가구·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에서 관리비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주택은 439만6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20.5%에 달했다.
관리비 사용 내역이 공개되지 않고 실질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음에도 매월 정액으로 내는 수십만원의 관리비가 사실상 제2의 월세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관리비는 실사용금액에 근거해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게 운영해 제도 적용에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비아파트 관리의 전문화, 비아파트 관리비 가이드라인 구축, 관리비 악용사례 신고 창구 운영,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기능 강화 등을 제안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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