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택시요금 인상…심야 할증 6700원 오른 뒤 확 바뀐 '불금' 풍경
자정까지 곳곳에 빨간색 '빈차' 표시…"택시비 아끼려 술 자리 파해"
대중교통 끊기기만 기다리는 택시 "손님 줄어든 거 피부로 느껴져"
자정 무렵에야 택시 타는 손님들…"콜 부르면 금방 와" 수월한 호출
승객 "택시 잘 잡혀 편해"…기사 "한두달 뒤면 수입 오를 것" 기대감

서울 택시 기본요금 인상 이후 첫 번째 금요일인 지난 3일,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서울 번화가 곳곳에서는 빨간색 '빈차' 표시등을 띄운 택시가 어렵지 않게 눈에 잡혔다.
불과 얼마 전까지 주말 도심에서 늦은 밤 택시를 잡으려던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던 풍경이 연출됐으나, 이번 주말에는 '택시 대란'이 다소 해소된 모습이었다.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지난 1일부터 4800원으로 종전보다 1000원(26.3%) 올랐다. 기본요금으로 갈 수 있는 거리도 2㎞에서 1.6㎞로 줄었다. 거리당 요금도 132m당 100원에서 131m로, 시간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로 조정됐다.
지난해 12월 바뀐 심야 할증 체계까지 적용하면 밤 시간대 기본요금은 오후 10시부터 11시, 오전 2~4시에는 5800원,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 사이에는 무려 6700원까지 올랐다.
오후 10시께 서울 종로구 종각 거리 일대에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려는 행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빈차' 표시등을 띄운 택시 수대가 쉴 새 없이 도로 위를 달렸지만 택시를 잡아타는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동작구 집까지 대중교통으로 간다는 김모(37)씨는 "지인들이 택시비 많이 올랐으니 2차는 가지말자고 해서 술자리를 일찍 끝내고 버스를 탔다"며 "가스요금을 비롯해 온갖 물가가 다 올라 부담돼서 그런지 다들 택시비도 아끼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밤이 깊어졌지만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합정역 거리 곳곳에는 줄지어 선 채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택시기사 정모(61)씨는 "5시부터 나왔는데 7만원 벌었다. 손님이 줄어든 게 피부로 확 느껴진다"며 "금요일에 이런 적이 없었다. (대중교통) 차가 끊길 때면 좀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정 급한 사람들만 탄다"며 연신 줄담배를 피웠다.
자정이 가까워지면서 점차 빨간 빈차 표시등이 꺼진 채 뒷좌석에 손님을 태운 택시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불콰하게 술기운이 오른 남성 일행 4명이 차도로 나오자 '빈차' 표시등을 띄운 택시 두세대가 앞다퉈 다가와 차를 세웠다. 일행은 자리를 옮기려는 듯 한 택시에 모두 몸을 싣고 떠났다.
택시를 잡으려는 승객에게 손사래를 치고 지나가는 택시도 보였다. 승차를 거부당한 30대 남성 A씨는 "경기도 일산까지 간다고 해서 그런 거 같다"며 "그래도 콜 부르면 금방 온다"면서 앱으로 5초만에 다른 택시를 호출했다.

회사를 다니다가 퇴직 후 택시를 개업했다는 서모(62)는 "예전엔 이틀 일하면 하루는 무조건 쉬어야 했는데 택시 부제가 풀린 뒤 야간에 마음대로 나가는 차들이 아주 많다"며 "택시 잡기는 훨씬 편해진 게 사실"이라고 했다.
4년 만에 오른 택시요금을 바라보는 승객과 택시기사들은 변화가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동작구에 사는 이모(37)씨는 "택시비가 오르니 택시가 외려 잘 잡혀서 편하다"며 "사실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실어다주는 서비스가 기본요금 1만원도 안 되는 게 말이 안 됐다. 차가 끊기기 전에 집에 가려다보니 술자리가 일찍 끝나게 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12년 째 택시를 몰고 있다는 박모(72)씨는 "그래도 이게 좋다. 그 전에는 회사에서 야간 운행하라고 반강제로 나오라는 것 때문에 힘들었다"며 "택시 대란 때 시민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택시 잡기에 고생하는 것에 마음이 아팠는데 이 정도가 적당한 거 같다"고 전했다.
택시기사 서씨도 "택시 타는 사람들도 줄었지만 그만큼 요금이 오른 것으로 세이브가 돼 수입은 비슷하다"며 "한두달 지나면 택시 승객도 다시 늘어날 거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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