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터뷰]윤은오 "꼭 하고 싶었던 스위니토드...첫 공연 커튼콜 때 눈물"

기사등록 2023/02/04 04:00:00

최종수정 2023/03/18 10:20:58

뮤지컬 '스위니토드' 파이가게 '토비아스' 역

홍광호, 김성철, 문태유 등 스타배우들 거친 배역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오디션 이틀 전 도전

"전미도 엄마 같아...자꾸 생각나는 배우 되고 싶어"

[서울=뉴시스]배우 윤은오. (사진=글림아티스트 제공) 2023.02.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배우 윤은오. (사진=글림아티스트 제공) 2023.02.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홍광호, 김성철, 문태유…이름난 배우들인 이들이 신인 시절 모두 거쳐 간 배역이 있다. 바로 뮤지컬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걸작 '스위니토드'의 신스틸러 '토비아스'다.

핏빛 복수극의 주역인 스위니토드와 그의 조력자 러빗 부인이 극의 중심을 이끌지만, 순수함 속 반전을 지닌 소년 토비아스는 묘하게 시선을 잡아끈다. 스타 등용문으로 주목받는 이 역할에 발탁된 배우 윤은오를 지난 2일 샤롯데씨어터 인근에서 만났다.

'스위니토드'는 윤은오가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오디션 이틀 전에야 소식을 듣게 됐지만, 망설임 없이 도전했다. 준비된 자에겐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평소에 토비아스의 넘버를 연습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이미 노래를 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디션장에선 어떻게 연기한 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긴장하고 움츠린 모습이 토비아스와 겹쳐진 게 아닌가 싶다고 웃었다.

"해보고 싶었던 작품을 하는 게 '스위니토드'가 처음이에요. 그게 얼마나 축복인지 알게 됐죠. 첫 공연 때 커튼콜에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내가 지금 이 무대에 서있다니, 믿기지 않았죠. 이번에 새삼 느꼈어요. 기간이 짧든 길든 준비만 돼 있다면 할 수 있죠.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니까 준비된 배우가 돼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윤은오는 처음부터 토비아스가 마음이 쓰였다. 학대를 받으며 자라온 소년인 토비아스를 러빗 부인이 거두게 되고, 그녀의 파이 가게를 돕는다. 어미새처럼 러빗 부인을 맹목적으로 따르며 어수룩하고 순진한 캐릭터다. 영화에선 어린아이가 연기하지만, 공연에선 성인이 맡는다. 30대 초반인 그는 이번이 토비아스를 할 마지막 기회라고 여겼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스위니토드'에서 '토비아스' 역을 맡은 윤은오 캐릭터 포스터.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2023.02.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뮤지컬 '스위니토드'에서 '토비아스' 역을 맡은 윤은오 캐릭터 포스터.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2023.02.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본의 첫 지문에 적힌 '조금 모자란'이란 문구는 고민을 안겼다. 결국 방점은 순수함이었다. 바보 같은 면보다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미숙하게 보이려 했다. 아이처럼 느껴지도록 대사나 노래를 할 때도 비음을 더 섞었고 기교를 최대한 뺐다.

"토비아스는 제대로 된 사랑도,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자란 친구죠. 그래서 주변 환경과 인물에 따라 그대로 물들어요. 옛 주인을 따라 나쁜 길도 가고, 속내는 모른 채 러빗부인의 파이를 열심히 팔죠. 이 작품 속 인물과 배경이 온통 검은 점들이라면 토비아스는 유일하게 하얀 점 같은 존재에요. 결국 또 보호자 없이 홀로 남게 되는 이 아이의 이후가 어떻게 될지 참 안타까워요."

초연 당시 토비아스를 했던 홍광호는 12년 후에 주역인 토드로 무대에 섰다. 윤은오도 언젠가 그날을 꿈꾸지만 "사실 엄두는 안 난다"고 답했다.

"어려운 캐릭터이지만 즐겁게 하는 형들 모습을 보면 꼭 해보고 싶은 인물이에요. 나라면 저 신에서 어떻게 할까 그런 상상을 해보죠. 그런데 아직 각이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그래도 10~20년 후에 기회가 올 수 있으니 넋 놓고 기대하기 보다 준비해놔야겠다고 생각했죠."
[서울=뉴시스]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 사진. '토비아스' 역의 윤은오.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2023.02.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 사진. '토비아스' 역의 윤은오.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2023.02.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주로 호흡을 맞추는 러빗부인 역의 전미도, 김지현, 린아는 모두 색깔이 다르다고 했다. "누나들은 모두 경력자"라며 "여유가 있다"고 전했다.

"미도 누나는 엄마 같아요. 자식처럼 사랑하게 된 토비아스가 파이의 비밀을 알게 된 후 바라볼 때도 안타까워하는 눈빛이죠. 지현 누나는 든든한 큰누나 같은 느낌이고, 린아 누나는 토비아스보다 사랑이 더 중요한 토드 바라기에요. 세 명이 모두 다른 느낌이라 재밌어요. 토비아스는 러빗 부인에게 버림받지 않으려고 더 의존하고 매달리죠."

2016년 보컬그룹 '브로맨스'로 가수 활동을 시작한 윤은오는 2019년 '광화문 연가'의 '젊은 명우'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하며 영역을 넓혔다. 이후 '나빌레라', '쓰릴 미', '빈센트 반 고흐', '사랑의 불시착' 등에 출연했다. 본명인 이찬동으로 활동하다가 2021년 윤은오로 활동명을 바꿨다.

뮤지컬을 시작한 건 노래가 좋아서였다. "노래를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무대가 없었다. 연습만 하며 시간이 흘렀고, 무대가 주어지지 않으면 내가 스스로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버스킹도 혼자 나갔다"면서 "그러던 중 회사 직원에게 뮤지컬을 추천 받아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 사진. '러빗부인' 역의 전미도와 '토비아스' 역의 윤은오.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2023.02.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 사진. '러빗부인' 역의 전미도와 '토비아스' 역의 윤은오.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2023.02.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첫 작품의 기억이 너무 좋았어요. 가수일 땐 무대에 올라가도 자신감이 없었죠. 대중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기분으로 무대에 서는 게 힘들었어요. 그런데 뮤지컬은 제가 아닌 작품 속 캐릭터로 봐줬죠. 시선이 달랐어요. 자신감이 생긴 좋은 기회였죠."

욕심 나는 작품으론 뮤지컬 '킹키부츠'를 꼽았다. 폐업 위기의 구두공장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찰리' 역을 해보고 싶단다. "작품 속에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멋있다. 같이 춤추고 싶은 작품"이라고 했다.

한 단계씩 성장 중인 윤은오는 "눈에 걸리고 자꾸 생각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무대에서 만났을 때 반가워지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다음 작품에서 우연히 저를 보게 됐을 때, 토비아스를 했던 친구라고 알아봐주는 거죠. 제 몫을 다한 배우로 기억해준다면 충분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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