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는 안 돼요" 정당현수막 이젠 합법, 지자체는 곤혹

기사등록 2023/01/08 09:00:00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정당현수막' 거리 게시허용

시행 한 달, 까다롭고 많은 기준에 정비 현장은 혼선

총선 예비후보 연말연시·명절 인사 현수막까지 난립

사고 위험↑…"철거 안 해?" "무소속 차별" 민원 빗발

[광주=뉴시스]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한 예비 후보자가 광주 도심에 내건 새해 인사 현수막. 2023.01.08.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한 예비 후보자가 광주 도심에 내건 새해 인사 현수막. 2023.01.08.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둔 올 연말연시에도 광주 도심 곳곳에 각 정당 또는 출마 예비 후보자 명의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예년과는 달리 지난해 말 바뀐 법령이 시행되면서 정당 현수막은 일정 요건만 갖추면 불법 옥외광고물 철거(정비) 대상에서 제외, 합법화됐다.

그러나 시행 한 달도 되지 않아 일선 지자체는 곤혹을 치르고 있다. 현수막의 적법 여부를 일일이 헤아려 정비하기 여의치 않고 형평성 시비 등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8일 광주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 광고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과 같은 법 시행령이 지난해 12월 10일 자로 개정 시행됐다.

주된 내용은 옥외광고물법 8조(적용 배제) 조항에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표시·설치할 경우'를 추가한 것이다.

정당 현수막은 옥외광고물 허가·신고(같은 법 3조)와 금지·제한 규정(4조) 조항에서 최대 15일간 예외가 인정된다는 뜻이다. 단, 시행령에서 규정한 정당 또는 당 직책자(당 대표·당협위원장 등)가 설치한 현수막이어야 한다. 정당·설치업체의 명칭 및 연락처와 표시(게시) 기간 등도 전면에 명확히 표기해야 한다. 설치 위치와 높이가 교통 지장·사고 위험 등을 높여서도 안 된다.

개정 법령 시행 한 달째, 일선 자치구는 '정당 현수막'을 분별하고 정비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연말연시였던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일주일간 동구는 불법 옥외광고물 700여 장을 적발해 철거했다. 이 중 정치 관련 현수막은 5장이었다.

서구는 같은 기간 불법 현수막 600여 장을 정비했는데 이 중 100여 장이 정당 또는 예비후보·무소속 의원 명의로 걸린 정치 현수막인 것으로 잠정 추산됐다.

남구는 지역 내 철거한 불법 현수막(1700여 장) 중 정당 관련 내용은 14장이었다. 전체 정당 현수막 79장 중 17%는 불법이었다.

광산구도 연말연시 현수막 950여 장을 뗐는데 이 중 70여 장이 정당 또는 정치인이 내건 것이었다.

반면 북구는 이 기간에 주택 분양·영업 광고 등 불법 현수막 2500여 장을 뗐지만, 정치 관련 정비 실정은 사실상 없었다. 정당 현수막 대부분이 합법 요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광주=뉴시스] 광주 광산구 불법광고물 정비반원이한 도롯가에 내걸린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1.03.23.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광주 광산구 불법광고물 정비반원이한 도롯가에 내걸린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1.03.23. [email protected]

자치구들은 현실적으로 표기 내용·기간 등 정당 현수막 적법 판단 기준(총 5개)을 일일이 따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수막을 내건 각 정당과 예비 후보자가 게시 허용 기준을 맞추지 못하거나 현장 단속·정비반원마저 법령을 혼동해 방치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규정을 알고도 정당 명칭, 예비 후보자 성명·사진 등 메시지를 부각하고자 교묘하게 필수 표기 내용을 현수막 뒷면이나 구석에 적는 일도 흔하다.

때문에 게시 허용 여부를 판가름하기 어려운 불법 현수막은 담당 공무원이 일일이 현장 촬영 사진을 확인한 뒤에야 철거하고 있다.

사고 위험도 높아졌다. 과거처럼 현수막을 주기적으로 일제 정비할 수 없고 철거 여부를 따지느라 차량·인력 모두 도로 위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진 탓이다. 갓길 정차, 정비반원 하차·도보 이동에 위험 부담이 크다.
 
더욱이 개정 법령 시행 직후 맞은 연말연시에 때 이른 설 명절로 곳곳에 새해 인사말 수준의 불법 현수막까지 마구 내걸면서 정비 수요와 함께 고충도 가중되고 있다.

법 개정에 따른 반발 여론도 부담스럽다. '왜 예전처럼 현수막을 떼내지 않느냐', '소상공인이 내건 현수막만 칼같이 단속하고 정치인만 봐주느냐', '무소속 정치인만 차별하는 것 같다' 등 항의성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A 자치구 관계자는 "정비반원 대상으로 바뀐 규정을 교육했지만 하루에만 수백 장씩 떼내는 현수막 정비 업무 특성상 녹록치 않다"면서 "정치권 인사들도 현수막 요건이 헷갈린다며 문의가 잦다"고 전했다.

B 자치구 공무원은 "영문 모르는 시민들은 '예전과 달리 정치인 현수막을 제때 철거 안 한다'며 민원을 제기한다. 시행 초기라지만 개정 취지 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며 "괜한 욕을 듣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했다.

또 다른 구 담당자는 "인지도가 낮은 군소정당은 정당법상 등록이 됐는지, 게시가 허용되는 당내 직책에 해당되는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현수막 정비에 드는 시간과 사고 위험 부담도 커진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한편, 옥외광고물법 및 시행령에 따라 지정 게시대 등 허가 받지 않은 곳에 입간판, 현수막, 벽보, 전단을 설치하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현수막의 경우 면적에 따라 과태료가 정해지나 상한선은 1인당 500만 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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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인사는 안 돼요" 정당현수막 이젠 합법, 지자체는 곤혹

기사등록 2023/01/08 09: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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