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경기 둔화 본격화…하반기 개선 전망
전문가 "정책금융 필수…하반기 추경 가능성"
"수출 상반기까지 마이너스…경쟁력 재점검"
"부동산 가격 폭락, 거시경제 악순환 막아야"
[세종=뉴시스]임하은 임소현 기자 = 올해 한국 경제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일까, '상고하저(上高下低)'일까. 계묘년 새해의 경기를 놓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상반기 좋지 않다가 하반기에 반등할 것으로 보는 '상저하고' 흐름에 무게가 실린다.
뉴시스가 통화한 다수의 전문가는 '상저하고' 흐름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올해 상반기 경기침체 후 하반기에는 금융시장 여건이 나아지면서 경기가 미약하게나마 개선될 것으로 관측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기위기 원인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했기에 침체 극복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외생변수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올해 상반기까지 예산의 조기집행률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풀 가능성도 제기했다.
'상저하고' 흐름…하반기 경기 개선 전망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상저하고, 상고하저 등의 얘기 자체가 의미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올해 경기부진, 경기침체가 상당히 진행되고 이후에는 초기에 안 좋던 부분들이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진행 중이다. 물가 상승을 제어하기 위해선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보니 추가적인 경제 하방요인이 생기면서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문종 우리금융연구소 경제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통화긴축을 했기 때문에 4분기부터 경기침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에 그런 영향이 본격화되는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는 금융시장 여건이 좀 나아져 경기가 미약하게나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경기 방향을 살펴보면 상반기 말까지는 둔화하다가 조금씩 개선돼 방향을 전환하는 전망으로 보고 있다"며 "금리도 이제 조금 하향 안정화되고, 강달러 추세도 완화돼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좀 더 반등할 것으로 관측한다"고 말했다.
정책금융의 역할 필수…하반기 추경 가능성
성 교수는 "경기위기 원인의 상당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서 물가가 제어돼야만 이후 얘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가장 급선무다. 물가안정 후에는 기업들의 다른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글로벌 수요 쪽의 외생변수로 인한 경기침체의 영향이기 때문에 뭔가를 하기가 참 제한적인 상황이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을 기대해야 한다. 경기가 더 안 좋아지면 추경 가능성까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경기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정책, 특히 수출둔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의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예산의 조기집행률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가다 하반기에 예산이 모자라게 되면, 여름이나 하반기 들어서 추경 편성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재정건전성을 강조했지만, 워낙 경제가 안 좋다 보니 기조를 바꿔야 할 필요도 있다"고 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은 과거에 누적된 부채를 줄이면서 어려움이 나타나는 것인데, 이에 대해 정부가 재정으로 보완하는 정책금융을 활용해야 한다"며 "유동성 문제가 많다는 측면에서 추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수출 상반기까지 마이너스…경쟁력 재점검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올해 상반기까지는 수출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위기를 기회로 삼고 반도체와 제조업 등 전반적인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 연구실장은 "올해의 이슈는 수출 마이너스가 지속되느냐다. 중국의 경기와 반도체 산업 상황이 계속 안 좋다 보니 상반기까지는 마이너스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 교수는 "수출은 대외 여건에 기인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중국의 상황에 따른 영향이 크다. 중국을 지켜봐야 하고 동시에 하방리스크는 많이 있다. 세계경기가 상당히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본다"고 예측했다.
이어 "수출을 늘리는 노력을 당연히 해야겠지만 이를 경기 반등의 주된 정책으로 삼기는 어렵다. 여러 문제가 에너지 쪽에서 나오고 있다.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면 무역 적자가 계속되고, 이 리스크가 금융시장 등을 압박한다"며 "국내 경기위축을 막으려면 재정의 역할이 많이 필요하다. 에너지 절약을 노력하면서 동시에 어려워진 분야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봤다.
서진교 GS&J인스티튜드 원장은 "무역적자가 통계 작성 이후 500억원에 육박한 건 처음이다. 이를 계기로 외국의 원자재 가격 상승만 탓하지 말고 제조업, 반도체 등 전반적인 경쟁력을 다시 살펴야 한다"며 "수출 시장을 확대하고 수출액을 늘리는 건 필요하지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부문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어 "제조 분야만 중요한 게 아니라 고부가가치 서비스, 지적재산권 분야도 굉장히 중요하다. 특허료 등에 우리나라가 비용을 많이 지불하고 있다. 좀 더 빨리 첨단 고부가가치 수출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 폭락, 거시경제 악순환 막아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한 규제 완화, 세제 정상화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동의했다. 부동산 가격 폭락은 건설업체의 부도와 같은 거시경제의 악순환을 갖고 올 수 있기에 제도 개선을 통해 폭락세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허 연구원은 "그간 워낙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자연적인 가격 조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오히려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지난해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가격이 빠르게 내리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자체가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는 상황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고, 방향 자체는 맞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부동산 조정 국면이 크면 부동산 시장에만 문제가 머무는 게 아니고 건설업체의 부도와 같은 거시경제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규제 완화와 같은 정부의 제도개선을 통해서라도 폭락세를 막아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