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받으면 머리 하얘져"...우리나라 MZ도 '전화 공포증'

기사등록 2022/12/29 06:00:00

최종수정 2022/12/29 06:02:44

미국 컨설팅 회사, '시간당 60만원' 전화 코치

IT강국 '한국 MZ세대', 전화 싫은 건 마찬가지

"말할 내용 적어두고 전화…즉각 대답 어려워"

"불필요한 인사치레…내 시간 방해받는 느낌"

전문가 "시대 바뀌면서 생기는 사회적 병폐"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5월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중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하교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청소년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주 평균 27.6시간이었다. 이는 2019년 17.6시간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2022.05.25.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5월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중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하교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청소년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주 평균 27.6시간이었다. 이는 2019년 17.6시간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2022.05.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전재훈 박광온 임철휘 기자 = 미국의 한 컨설팅 회사가 전화 통화에 어려움을 겪는 MZ세대를 대상으로 '전화 공포증(콜포비아, Call phobia)' 극복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다. 이 같은 현상은 IT 강국인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MZ세대 상당수도 전화 공포증을 호소하고 있다.

29일 외신인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 컨설팅 회사 '폰 레이디'는 시간당 480달러(약 60만원)의 상담료를 받고 '전화 공포증' 극복을 돕고 있다.

메리 제인 폰 레이디 대표는 이메일과 문자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전화 통화를 두려워하는 '전화 공포증'에 걸릴 수 있다고보고 지난 2006년부터 기업 직원들의 통화 기술 향상을 돕는 컨설팅 회사 '폰 레이디'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외신 인터뷰에서 "최근 세대는 전화 통화에 대해서 백지상태인 경우가 종종 있다. 가정집 전화기를 더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 메신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해진 국내 MZ세대 또한 전화 통화가 어렵긴 마찬가지다. 상당수 젊은 층은 전화를 통해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대화가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한 달 전 취업한 직장인 백모(27)씨는 메신저 등으로 예고 받은 전화가 아니면 받지 않는다.

백씨는 "전화 통화는 일방적으로 들이닥치는 느낌이다. 어떤 목적으로 전화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전화를 받는 게 어렵다"며 "남의 방에 노크하고 들어가듯, 미리 전화하겠다는 의사를 전하지 않으면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1년차 직장인 김현서(28)씨도 전화 공포증을 겪고 있다. 그는 "생각이 정리 안 돼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전화를 받으면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이라며 "카카오톡이나 문자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있는데 전화는 바로바로 반응해야 하니까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른 부서 부장들과 통화할 때 어렵다"며 "전화를 걸 때는 이야기할 내용을 미리 적어놓고 읽는 편"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5월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중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하교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청소년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주 평균 27.6시간이었다. 이는 2019년 17.6시간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2022.05.25.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5월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중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하교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청소년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주 평균 27.6시간이었다. 이는 2019년 17.6시간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2022.05.25. [email protected]

통화보다는 문자나 메신저, 앱으로 소통하는 게 편하다는 이들도 많았다.

고등학교 2학년인 박현주(17)양은 "우리 세대는 카카오톡을 많이 쓰다보니 전화할 일이 많지 않은 게 원인인 것 같다. 친한 사람이랑은 괜찮은데 모르는 사람이랑 갑자기 이야기하게 되면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이다. 문자가 편하다"고 말했다.

김단비(27)씨는 "배달시킬 때도 앱을 이용하고, 공공기관이나 문의도 앱으로 하는 게 편하다"며 "전화를 할 때 남이 내 통화내용을 드는 게 싫어서 밖으로 나가 통화해야 하고, 불필요한 인사치레를 해야 하는 등 불편한 게 많다. 우리 세대는 내 시간을 방해하는 기분이 드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젊은 세대가 전화 통화를 불편해하는 현상은 사회가 변화하면서 생겨난 일종의 '사회적 병폐'라는 진단도 나온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전 세대들은 어렸을 때 친구 집에 집 전화로 통화를 하면서 본인 소개를 하는 등 예절을 배우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화와 익숙해졌지만, 지금 세대는 그럴 필요가 없어지면서 전화가 낯선 상황"이라며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서 '전화 공포증'이라는 일종의 사회적 병폐가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화가 무섭다면 전화를 하기 전에 내용을 미리 정리하거나, 심각하다면 전문가와 상담할 필요도 있다"며 "사회적으로 전화 필요성이 줄었지만, 직장에 들어가면 전화로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은 전화와 익숙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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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받으면 머리 하얘져"...우리나라 MZ도 '전화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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