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상황실·용산구 CCTV센터 조사
野 "이상민, 지침만…컨트롤타워 없어"
李 "일회성 재난은 응급조치 더 중요"
유족 "李 '모른다'는 말 어처구니없다"
용산구, 박희영·당직사령등 다수 불참
"자괴감…마음 편히 거짓말하고 뻔뻔"
내주 기관보고·연초 청문회 연속진행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는 23일 행정안전부와 용산구청을 찾아 2일차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 지연 공방으로, 용산구청과는 핼러윈 인파 밀집 대책 부재로 고성이 오갔다.
국조특위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의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과 용산구 용산구청 CCTV관제센터를 방문해 관계 당국의 참사 당일 작동을 살핀 뒤 이상민 장관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코로나 확진으로 현장조사 불출석)의 지휘책임을 따져 물었다.
행안부 현장조사는 참사 직후 이상민 장관의 대처가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를 두고 전선이 형성됐다. 이 장관은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자신이라고 밝혔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관이 즉각 중대본을 구성했어야 했다고 지적했고 이 장관은 현장 구조가 더 급박했다며 자신이 참사 현장으로 먼저 이동한 것이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맞섰다.
민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행안부 장관이 사실 참사가 났을 때 곧바로 중대본을 꾸렸어야 되는데 대통령 지시로 꾸려졌다"며 "행안부 장관은 재난안전본부장한테 지침만 내리고 중앙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 장관은 "자연재난과 같이 예상이 된다든가, 재난이 진행되고 있을 경우에는 중대본의 신속한 소집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이태원 참사와 같이 일회성으로 재난이 종료되고 사고 수습을 위한 중대본은 촌각을 다투는 문제는 아니"라며 "소방서장이 지휘하면서 응급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이 이 장관 발언을 끊고 "158명이 사망했는데 촌각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라고요? 중대본을 꾸려서 빨리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했어야 했다"고 했고, 이후 민주당 질의의 상당 부분은 중대본의 구성 시점에 집중됐다.
조응천 의원은 "(이 장관이) 최초로 아신 게 '심정지 30명 추정, 응급조치 중' 문자였는데 이게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고 생각이 안 드나. 장관님 직접 눈으로 보셨고, 아수라장 아니었나"라며 "당시 현장에서는 '여기 인력 좀 와라' '영안실은 어디냐' 유가족들이 '우리 애 어딨냐'고 하는데 교통정리 해줄 사람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 장관은 현장 구조 활동에 비하면 즉각적인 중대본 구성의 필요성은 크지 않았다는 뜻을 굽히지 않으며 "저는 (중대본 구성 전에) 현장에 간 게 맞았다고 생각하고, 중대본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시면 제 말이 이해가 되실 것"이라고 답했다.
이 장관은 이날 '긴급구조통제단장'인 관할 소방서장의 지휘권 보장 등 현장 지휘관의 영역을 매우 강조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실 저는 그날 이태원에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며 "변명 같지만, 전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집회를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상황 발생시 보고체계도 도마에 올랐다.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 당일 오후 11시20분 문자 보고를 통해 처음 상황을 접했고, 11시31분 상황실장으로부터 유선 보고를 받은 뒤 현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장관은 "원래는 단계가 없었는데 지난 정부에서 4단계로 만든 문제점이 확연하게 드러났다"며 "지금은 2단계로 나누고 장·차관은 어느 단계든 현장 지휘관의 판단으로 바로 직보하는 시스템으로 바꿨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날 유족 측이 추천한 전문가인 권영국 변호사의 질의에 다소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조특위는 이날 의원 질의 뒤 여야 각각 1명씩 추천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는데, 권 변호사가 이 장관에게 "158명이 죽은 인명피해가 법령상 사회재난에 포함되나"고 질문을 하자 이 장관은 "전문가가 말씀을 해주시고, 특별히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했다.
현장조사 종료 후 이 장관이 자리를 뜨는 과정에서 참관 유족들이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 유족은 "어떻게 눈길 한 번 안 주고 그냥 가시나"라며 "(이 장관이) 인간이 아닌 줄은 알지만, 모르는 게 자랑인가. 입만 열면 모른다는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오후 열린 용산구청 현장조사에서는 핼러윈 안전대책 부재, 실무 책임자 다수 불출석, CCTV 무용성 및 외주화 등이 지적됐다.
박희영 구청장은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1992년부터 용산구청에서 근무한 유승재 부구청장이 대참했다.
국조특위는 질의에 앞서 1시간여 동안 CCTV관제센터를 비공개로 점검했다.
우상호 위원장은 "CCTV를 보고 오니까 손이 떨려서 진정이 안 된다. 왜 구조를 할 수 없었는지 안타깝고 속이 터지는 심정"이라고 했다. 유족은 "공무원들 다 잘라버려야 한다"며 "이렇게 환한데 어두워서 CCTV를 볼 수 없었다고 한다"고 격분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이번 핼러윈 축제에 용산구에서 안전대책을 세웠다는 말씀 하지 말라. 여러분은 20년간 지속된 핼러윈 관련해서 단 한 번도 다중 인파에 의한 사고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언론 취재도 지원하고 청소대책, 소음대책, 가로수 정비 대책도 세웠는데 안전대책은 안 세웠다"고 질타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CCTV 관제 외주화에 대해 "전쟁을 해야 되는데 망루에 적을 세워놓거나 용병을 세워둔 것"이라며 "보니까 일지도 사후에 그냥 끄적끄적하는 것 같던데, (이렇게) 12년을 해왔는데 이 부분이 법령 위반인지 여부를 따지고 외주화와 보고 안 받은 게 법 위반인지 분명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구청장이 코로나로 답변 못하는 것도 답답한데, 당직사령을 비롯해 주요 공무원들이 심신이 힘들어서 이 자리에 참석을 못했다? 158명이 사망하고 유가족들이 진상을 알기 위해 나왔는데 그렇게 답변한다"며 "조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질의 종료 후 의사진행발언을 청해 "이런 무책임한 말을 하루 종일 들어야 하는 유족의 심정이 어떨지 자괴감이 든다"며 "(위증죄가 없는) 현장조사니까 마음 편히 거짓말하고 뻔뻔하게 응하는데, (기관보고·청문회에서는) 동행명령장 발부와 허위공문서작성·위증죄를 철저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위원장은 이날 참사를 대하는 공직자의 태도를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이상민 장관 답변에 대해서는 "그날 대처가 적절했냐를 물어보는데 '시스템이 이렇다' '아래에서 빨리 보고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말한다"고 짚었다. 용산구청 질의 도중에도 "관료주의적으로는 (구청 입장이) 맞는데, 행정 서비스를 받는 국민 입장에서는 책임 회피로 보인다. 행정 체계를 공부하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과 경찰 지휘계통, 행안부, 용산구청의 현장조사를 마친 국조특위는 오는 27·29일 기관보고, 다음달 2·4·6일 청문회를 연다.
여야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신현영 민주당 의원을 두고 증인 채택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됐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송모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23일 구속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