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의 담보 가치가 없음에 따라 가상자산의 가치 역시 0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를 두고 국내 가상자산 전문가들은 "과한 표현"이라고 진단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가치를 지속해서 만들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매스어돕션(Mass adoption, 대중화)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되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WSJ는 27일(현지시간)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투자에 앞서 가상자산이 가진 담보가치를 따져봤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가상자산의 담보 가치는 공기뿐이며 따라서 가상자산의 가치도 0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최근 발생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 사태는 이런 비관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FTX가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인 'FTT'를 기반으로 과도한 대출과 투자를 진행하다 결국 파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실제로 100억달러까지 올랐던 FTT의 가치는 유동성 논란이 일자마자 하루아침에 80%가량 추락했다. 현재 FTT의 가치는 4억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내 증권가와 블록체인 업계에서 활동하고 가상자산 전문가들은 최근 일련의 사태와 시장 전망을 결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공기라고 비교한 건 너무 과한 표현"이라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새로운 분산원장이 가치를 계속 만들고 있고, 특히 이더리움은 플랫폼으로서 가치를 증명하는 시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 가치까지 모두 무너진다고 보는 것은 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공기라는 표현보다 버블이 꺼져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며 "거래소 토큰이라든지 알고리즘이 검증되지 않은 스테이블 코인,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탈중앙화금융(디파이) 등이 이런 과정을 통해 걸러지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가상자산의 가치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달렸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 벤처캐피탈(VC) 관계자 A씨는 "FTX 사태는 FTT를 담보로 과도하게 레버리지를 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그런 행태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바이낸스처럼 수수료 수익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곳들은 해당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자산을 혁신으로 볼 거냐 사기로 볼 거냐는 영속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가에 달렸다"며 "플레이투언(P2E)과 디파이도 마찬가지다. 결국 현실 세계에서 만드는 실제 가치가 가상자산의 가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재 실제 가치를 만들고 있는 관련 사례로 '메타마스크'를 꼽았다. 메타마스크는 이더리움 기반 개인 가상자산 지갑으로, 현재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2100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메타마스크는 당초 무료로 서비스를 시작해서 현재 수수료 수익 모델을 구축하며 수많은 사용자수를 확보했다"며 "이처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면 가상자산의 잔존가치는 0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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