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첫 편집자상 대상 이승우 "한국의 주어캄프 꿈꿔요"

기사등록 2022/11/24 16:32:21

제1회 한국출판편집자상 대상 수상

28년간 한길사·도서출판 길에서 편집자 생활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제1회 한국출판편집자상 대상 수상자인 도서출판 길 이승우 기획실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출판사 사무실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출판편집자상은 우리나라 출판문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편집 기획자들의 공로를 높이 평가함과 동시에, 출판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됐다. 2022.11.23.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제1회 한국출판편집자상 대상 수상자인 도서출판 길 이승우 기획실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출판사 사무실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출판편집자상은 우리나라 출판문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편집 기획자들의 공로를 높이 평가함과 동시에, 출판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됐다. 2022.11.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책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어요. 에피소드가 없는 책이 한 권도 없습니다."

제1회 한국출판편집자상 대상을 수상한 이승우(54) 편집자는 28년간 책을 만들어 왔다. 한길사에서 8년, 도서출판 길에서 20년간 인문·학술 도서를 펴낸 그는 "국내에는 아직도 번역 안 된 중세 철학서가 많다. 중세 철학과 중앙아시아 등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빠진 부분을 채워놓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에서 제정한 한국출판편집자상은 출판 편집자를 대상으로 시상하는 국내 최초의 독립된 편집자상이다.

23일 서울 강남구 도서출판 길 사무실에서 만난 이 편집자는 "정해렴, 정병규 심사위원 등 출판계에서 전설적인 편집자들이 평가를 해줬다는 사실에 뿌듯했다"며 "앞으로도 시력과 체력이 허락하는 한 편집자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제1회 한국출판편집자상 대상 수상자인 도서출판 길 이승우 기획실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출판사 사무실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출판편집자상은 우리나라 출판문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편집 기획자들의 공로를 높이 평가함과 동시에, 출판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됐다. 2022.11.23.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제1회 한국출판편집자상 대상 수상자인 도서출판 길 이승우 기획실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출판사 사무실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출판편집자상은 우리나라 출판문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편집 기획자들의 공로를 높이 평가함과 동시에, 출판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됐다. 2022.11.23. [email protected]

"지금 출판계에 베테랑 편집자들이 거의 없어요. 책은 많이 쏟아져 나오지만 편집이 엉망인 책도 많고 특히 학술서를 만들 사람이 부족해요. 대형 출판사에서 10년씩 근무한 편집자도 학술서 편집을 맡기면 못하는 일이 허다하죠."

이승우는 국내 몇 남지 않은 고연차 학술 분야 편집자다. 수상이 뿌듯하지만 지금의 출판계에 대해 아쉬움도 있다.  그는 "출판계에 정년이 제대로 보장된 곳은 거의 없다"며 "고연차 편집자는 대부분 회사 눈치를 보게 되고 회사 살림을 뻔히 아니까 더 이상 있으면 안 되는 구조가 됐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그는 학술서 출판을 위해 편집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한길사 재직 당시 '한길그레이트북스', '한길신인문총서' 시리즈 등을 기획한 후 도서출판 길로 이직한 뒤에도 자신의 경험을 살려 '코기토총서-세계사상의 고전', '인문정신의 탐구', '발터 벤야민 선집' 등을 기획, 출판해오고 있다.

이승우가 편집해온 책은 대중적으로 읽히는 책도, 베스트셀러도 아니다. 학술서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제목조차 들어본 적 없는 책이 대부분이다.

그는 "베스트셀러 저서의 편집자가 되는 게 목표가 아니다"라며 "학술서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책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단 한 명이 읽더라도, 그 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그게 책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도서관에 가보면 책 등 위에 먼지가 뽀얗게 올라간, 정말 몇 년간 아무도 손도 안 댄 책이 있어요. 그 책을 어느 날 누군가 딱 뽑아서 읽고, 빠져들어서 완독하고, 평생 영향을 받는다면 그걸로 된 거죠. 도서관 한구석에 있던 책을 100년 뒤에라도 누군가 읽고 그 사람이 22세기의 마르크스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책을 만들고 싶은 거예요."

그는 이런 '지적 희열'을 직접 경험했다. 대학교에 입학하며 형이 선물해준 박태순 작가의 '국토와 민중'(한길사)을 읽고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맛봤다. 이후 대학 시절 풀무질과 종로서적 등 서점을 오가며 한길사의 '오늘의 사상신서' 시리즈를 번호까지 외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공교롭게도 1995년 한길사에 입사하며 편집자의 길에 들어섰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제1회 한국출판편집자상 대상 수상자인 도서출판 길 이승우 기획실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출판사 사무실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출판편집자상은 우리나라 출판문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편집 기획자들의 공로를 높이 평가함과 동시에, 출판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됐다. 2022.11.23.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제1회 한국출판편집자상 대상 수상자인 도서출판 길 이승우 기획실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출판사 사무실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출판편집자상은 우리나라 출판문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편집 기획자들의 공로를 높이 평가함과 동시에, 출판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됐다. 2022.11.23. [email protected]

이제 그의 목표는 "한국의 주어캄프 같은 출판사를 만드는 것"이다. 주어캄프는 브레히트, 아도르노, 벤야민 등 세계적인 지성들의 책을 소개해온 독일의 유명 출판사다. 이 편집자는 "최고의 연구자들과 함께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고전들을 남겨 놓으려고 한다"며 "학술서만 내면서도 출판사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후배 편집자들에게 자기 분야 밖으로 시야를 넓혀 인문·학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를 계속해나가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어떤 원고가 주어지더라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말이죠. 편집자의 가장 큰 덕목은 보편 교양이니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인터뷰]첫 편집자상 대상 이승우 "한국의 주어캄프 꿈꿔요"

기사등록 2022/11/24 16:32:21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