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4일?' 청소년 문해력 논란, 청소년이 해결한다[더블P]

기사등록 2022/10/29 09:00:00

최종수정 2022/10/29 14:28:26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리디퍼 대표 최수민(16) 양과 마케터 김나연(17) 양, 프로젝트 매니저 윤상엽(17) 군과 디자이너 이현승(18) 양이 카메라를 향해 직접 개발한 보드게임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2.10.29.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리디퍼 대표 최수민(16) 양과 마케터 김나연(17) 양, 프로젝트 매니저 윤상엽(17) 군과 디자이너 이현승(18) 양이 카메라를 향해 직접 개발한 보드게임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2.10.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사흘은 며칠을 의미하나요?"

최수민(16) 양이 워크숍에서 발표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꺼낸 질문이다. 워크숍에 참여한 교사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3일이라고 답한다.

"지난해 여름 '사흘'이란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걸 알고 계셨나요? 온라인을 중심으로 3일을 뜻하는 '사흘'을 4일로 이해하거나, 오늘을 뜻하는 '금일'을 금요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18년 OECD에서 발표한 청소년 대상 문해력 테스트인 PISA에 따르면 대한민국 문해력 하위성취 비율은 2006년에 비해 2.6배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한 낱말어휘정보처리연구소에서 2405명을 대상으로 한 중학교 3학년 수준의 문해력 평가 결과 '미달' 평가를 받은 비율이 무려 27%에 달합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에서 열린 리디퍼 워크숍에서 최수민 대표가 교사들에게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2.10.29.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에서 열린 리디퍼 워크숍에서 최수민 대표가 교사들에게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2.10.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에서 '깊이 읽기 보드게임' 프로젝트 리디퍼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2022.10.29.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에서 '깊이 읽기 보드게임' 프로젝트 리디퍼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2022.10.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에서 열린 리디퍼 워크숍에 참여한 교사들이 '깊이 읽기 보드게임'을 체험해보고 있다. 2022.10.29.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에서 열린 리디퍼 워크숍에 참여한 교사들이 '깊이 읽기 보드게임'을 체험해보고 있다. 2022.10.29. [email protected]
최수민 양은 리디퍼(Read Deeper)의 대표를 맡고 있다. 리디퍼는 문해력 미달 중·고등학생 73만 명에게 즐거운 깊이 읽기의 경험을 제공해준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깊이 읽기 보드게임'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출발은 거창하지 않았다. 리디퍼에서 마케터를 맡고 있는 김나연(17) 양은 "친구들이 대화를 할 때 가끔씩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게 이야기하고, 제 스스로도 어떤 말을 할 때 말문이 턱턱 막히는 경우가 많았어요."라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한 온라인 카페의 사과문에 대한 댓글로 문해력 논란이 있었다. 지난 8월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올린 공지문에 "심심한 사과 말씀을 드린다."는 문구가 논란의 발단이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해." "제대로된 사과도 아니고 무슨 심심한 사과? 진짜 미쳐." 등의 댓글을 남겼다. '심심(甚深)'은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뜻이지만,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의 '심심하다'로 오인한 사례다. 또한 성질이 외곬으로 곧아 융통성이 없다는 뜻의 '고지식하다'는 높을 고(高)를 사용해 '지식이 높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문해력이 떨어지니 맞춤법도 엉망이 된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삶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골이 따분한 성격' '나물할 때 없는 며느리' '곱셈 추위' 듬성듬성 건너뛰며 읽거나 겉핥기식 읽기에 익숙해져 맞춤법 파괴에 가까운 사례들이 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에서 열린 리디퍼 워크숍에 참여한 교사들이 '깊이 읽기 보드게임'을 체험해보고 있다. 2022.10.29.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에서 열린 리디퍼 워크숍에 참여한 교사들이 '깊이 읽기 보드게임'을 체험해보고 있다. 2022.10.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에서 열린 리디퍼 워크숍에 참여한 한 교사들이 '깊이 읽기 보드게임' 안내문을 읽어보고 있다. 2022.10.29.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에서 열린 리디퍼 워크숍에 참여한 한 교사들이 '깊이 읽기 보드게임' 안내문을 읽어보고 있다. 2022.10.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에서 '깊이 읽기 보드게임' 프로젝트 리디퍼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2022.10.29.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에서 '깊이 읽기 보드게임' 프로젝트 리디퍼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2022.10.29. [email protected]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6개월 동안 문해력에 대한 논문을 수도 없이 찾아보며 분석했어요. 공부하다보니 뇌과학까지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청소년 문해력 미달의 문제는 사소한 것까지 합치면 정말 많지만, 저희가 내린 결론은 '익숙해진 디지털 읽기'에요. 스마트폰은 책보다 가로 길이가 짧아요. 때문에 스마트폰에서 글을 읽게 되면 길게 읽지 않아요. 이 때문에 글에 대한 몰입도는 높아질 수 있지만, 글을 이해하고 해석하며 창작할 수 있는 힘인 문해력을 기르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영상을 많이 보게 되면서 뇌 활성화가 안되고 정보가 수동적으로 주입된다는 원인을 찾았어요."

실제 OECD가 만 15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3년마다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인 피사(PISA)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국 학생들의 읽기 영역 점수는 OECD 평균인 487점보다 높은 514점를 기록했다. 한국 청소년들의 ‘문해력’은 국제적으로 상위권에 속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디지털 문해력' 부분은 조금 달랐다. 지난 5월 OECD는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상에서 문해력 개발하기'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은 주어진 문장에서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이 OECD 평균에 비해 떨어지며, 읽은 문장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이른바 '실질 문맹률'이 7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거꾸로캠퍼스에서 리디퍼 학생들이 회의하고 있다. 2022.10.29.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거꾸로캠퍼스에서 리디퍼 학생들이 회의하고 있다. 2022.10.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거꾸로캠퍼스에서 리디퍼 학생들이 회의하고 있다. 2022.10.29.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거꾸로캠퍼스에서 리디퍼 학생들이 회의하고 있다. 2022.10.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거꾸로캠퍼스에서 리디퍼 학생들이 회의하고 있다. 2022.10.29.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거꾸로캠퍼스에서 리디퍼 학생들이 회의하고 있다. 2022.10.29. [email protected]
리디퍼가 생각한 문해력 향상 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 '글에 대한 관심과 흥미', 2단계 '글·책 읽어보기', 3단계 '글·책 깊이 읽기'. 이들은 1단계에 집중하기로 결정, 그 방법으로 보드게임을 선택했다. "독서가 싫고 지루하고 관심없는 학생들을 위해 중학교 수준의 어휘를 넣어 게임을 만들었어요. 읽기의 즐거움을 더한다는 생각으로 GAMIFICATION(게임화) 전략을 택했어요. 도전과 경쟁, 성취와 보상이 따르는 게임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몰임감을 유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공부로 느껴지지 않게 스토리카드를 읽으며 게임은 시작된다. 사건 배경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는 긴 글을 제공하고, 원하는 단서 카드를 뽑아 용의자를 추리한다. 긴 글 대신 짧은 글로 쉽고 부담 없는 읽기를 제공하면서도, 그 안에 5가지 사실적·비판적·감상적·창의적·추론적 읽기 방법을 녹여냈다. 수능 출제 어휘와 중고등 교과서 필수 어휘를 넣어 어휘학습에 도움을 주고, 주어진 질문 카드를 풀어내기 위해 깊은 사고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에서 열린 리디퍼 워크숍에 참여한 교사들이 '깊이 읽기 보드게임'을 체험해보고 있다. 2022.10.29.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에서 열린 리디퍼 워크숍에 참여한 교사들이 '깊이 읽기 보드게임'을 체험해보고 있다. 2022.10.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에서 열린 리디퍼 워크숍에 참여한 한 교사가 '깊이 읽기 보드게임'을 체험해보며 고민하고 있다. 2022.10.29.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에서 열린 리디퍼 워크숍에 참여한 한 교사가 '깊이 읽기 보드게임'을 체험해보며 고민하고 있다. 2022.10.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에서 열린 리디퍼 워크숍에 참여한 교사들이 '깊이 읽기 보드게임'을 체험해보고 있다. 2022.10.29.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에서 열린 리디퍼 워크숍에 참여한 교사들이 '깊이 읽기 보드게임'을 체험해보고 있다. 2022.10.29. [email protected]
"비록 게임이지만 저희 프로젝트는 '교육'에 목적을 두고 있어요. 게임을 플레이한 후에 글이나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은 이유죠." 최 대표는 이 프로젝트를 단순한 게임 사업이 아닌 교육워크숍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소셜 미션을 달성하고 싶다고 말한다. "문해력 미달 수준의 청소년들에게 즐거운 깊이 읽기 경험을 통해 문해력 향상의 시작점을 만들겠다. 그것이 바로 우리 리디퍼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청소년을 위한 '소셜 미션'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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