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내부총질' 문자·대화 내용 공개로 파문
비대위 구성 강행 무리수, 연찬회 음주 물의…위기
5개월만에 중도 하차…오는 6일 윤리위 징계 심의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여권 권력 실세로 불렸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권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중도 사퇴한지 10여일만에 윤리위원회 징계 대상이 되면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형국이다. 권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 메시지와 대화 내용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데 이어 연찬회 음주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자신의 과오가 그의 정치적 입지에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다.
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전체회의에서 권 의원에 대한 징계 개시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권 의원은 오는 6일 전체회의에 출석해 소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는 공교롭게도 자신이 당의 위기를 촉발했다고 비판해온 이준석 전 대표와 같은날 윤리위 전체회의장에 서게 됐다. 이 전 대표는 윤핵관과 윤석열 대통령을 개고기, 양두구육 등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는 이유로 추가 징계 절차가 개시됐다.
권 의원은 앞서 충남 천안 모처에서 열린 당 연찬회에서 주위의 권유로 음주 및 노래하던 모습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고 그에 따라 심의 제보가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권 의원 징계 이유에 대해 "지난달 25일 국회의원 연찬회 당시 당내 비상 상황 등에 따른 금주령에도 불구하고 음주 및 노래하는 모습이 외부에 공개돼 윤리규칙 4조 위반 여부를 심의했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지난달 19일 윤석열 정권 첫 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지 5개월만에 잔여임기를 남겨두고 사퇴했다. 그는 원내대표직을 주호영 의원에게 넘겨주면서 "여러분의 큰 기대에도 불구하고 소임을 다하지 못해 정말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권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호흡을 맞추며 윤핵관 3인방의 맏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4월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윤심을 등에 업고 총 투표수 102표 중 81표를 얻어 경쟁자를 60표 차로 누르고 압승으로 선출됐다. 직전 선거에서는 20표에 그친 바 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성상납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를 받은 후 '당대표 사고'를 주장해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대대표로 집권 1년차 여당의 운전대를 거머쥐었다.
권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나눈 이른바 '내부총질 당대표' 대화가 언론에 노출되면서 위기에 직면했지만 당 일각의 사퇴 요구에도 1차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주도하면서 당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원내대표 재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심문을 맡은 법원이 권 의원이 이끈 비대위 전환 절차를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 배척하고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권 의원은 원내대표 사퇴 이후 새 원내대표가 당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당 중진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2차 비대위 전환을 주도했지만 당내 사퇴 압박이 거세지면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을 2차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한 이후 결국 사퇴를 천명했다.
다만 권 의원은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당의 중진으로서 당 통합과 화합에 앞장서겠다"고 천명하는 등 역할을 남겨두는 모양새다. 그는 원내대표 사퇴 이후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석열 대통령 '사적발언' 논란 등 현안에 대해 활발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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