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인도네시아 프로리그서 축구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 발생
역대 최악의 참사는 1964년 도쿄올림픽 예선 당시 페루-아르헨티나전 328명 사망
'헤이젤 참사'와 '힐스버러 참사' 등 축구계 대표적 비극
2012년 이집트 리그에서도 난투극으로 70여 명 이상 숨져
K리그도 그라운드 난입 있었지만, 인명피해 볼 만큼 심각하진 않아
사건이 일어난 건 현지시간으로 1일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 말랑 리젠시의 칸주루한 경기장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1부리그 아레마FC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의 경기가 끝난 뒤 발생했는데, 홈팀인 아레마가 2-3으로 패하자 흥분한 관중들이 그라운드에 난입했고, 경찰의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던 팬들이 출입구에 몰리면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났다.
아레마가 안방에서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에 패한 건 무려 23년 만으로, 예상치 못한 결과에 흥분한 팬들을 과잉 진압하면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중앙 정부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125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300여 명 이상이다. 특히 사망자에는 어린이 17명도 포함돼 큰 충격을 줬다. 인도네시아 축구장 참사로 발생한 사망자 수는 1964년 페루와 아르헨티나의 도쿄올림픽 예선(328명 사망) 다음으로 많다.
결국 인도네시아 프로리그는 1주일간 중단하기로 했고, 이후 무관중 경기를 계획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또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방침이다.
축구 역사상 최악의 사망 사고는?
100년의 역사가 넘는 축구계에서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불리는 건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페루 리마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 아르헨티나의 1964 도쿄올림픽 남미예선 경기에서 최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홈에서 0-1로 끌려가던 페루가 경기 종료직전 동점골을 넣었으나, 주심이 무효를 선언해 격분한 페루 관중이 경기장으로 난입했고, 무려 328명이 사망했다.
'헤이젤 참사'와 '힐스버러 참사'
먼저 1985년 5월 벨기에 브뤼셀의 헤이젤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 결승전 리버풀(잉글랜드)과 유벤투스(이탈리아)의 맞대결에선 양 팀 팬들이 충돌해 39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만 무려 450여 명에 달한다. 관중 간의 폭력사건이었기 때문에 '헤이젤 폭동'으로도 불린다.
리버풀 팬들은 당시 훌리건으로 불리며 유럽에서도 악명이 높았는데, 유벤투스 팬들과 결승에서 만나면서 두 구단 서포터스의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결승전이 열린 경기장도 1930년대 지어진 낡은 스타디움으로 안전상의 문제가 있었다. 양측 서포터스를 나눌 벽도 없었고, 출입구도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예견된 사고였다.
리버풀 서포터스의 공세에 밀린 사람들이 출구 쪽으로 도망가다가 무게를 견디지 못한 경기장 외곽 콘크리트 벽이 무너지면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훌리건 29명이 구속됐고, UEFA는 잉글랜드 클럽팀들의 향후 5년간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했다. 또 리버풀에는 7년간 국제대회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스코틀랜드 '아이브록스 참사'
번든 파크 참사도 잊을 수 없다. 1946년 3월 잉글랜드 볼튼 원더러스의 홈구장이던 영국 볼튼의 번든 파크에서 열린 볼튼과 스토크시티와의 FA컵 경기에서 경기장 장벽이 무너져 33명이 세상을 떠났다.
끊이질 않는 축구계 비극의 역사
아프리카 축구도 예외는 아니다. 2012년 2월 이집트 포트사이드에서 열린 프로리그 경기에서 홈팀 알 마스리가 라이벌 관계에 있던 알 아흘리에 승리한 뒤 홈팀 관중들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원정팀 응원단을 공격하는 난투극이 벌어져 70여 명 이상이 숨지고 1000여 명이 부상당했다.
2022년 1월에는 카메룬 야운데에서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16강전에서 홈팀 카메룬이 코모로에 2-1로 승리해 8강에 진출하자, 흥분한 팬들이 경기장으로 난입해 6명이 숨졌다.
다행히 국내 프로축구 리그에선 현재까지 축구장 사망 사건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라운드에 뛰어든 사례는 있지만, 인명 피해를 볼 만큼 심각한 상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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