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쓰레기는 북한 사회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렌즈"…강동완 교수

기사등록 2022/09/15 15:30:54

최종수정 2022/09/15 16:03:01

서해 5도 지역에서 708종, 1400여 종류 북한 쓰레기 수집

쓰레기 통해 북한 사회문화·유통망 등 엿볼 수 있어

강 교수의 최종 목표는 돌봄학교·통일문화센터 건립

[부산=뉴시스] 권태완 기자 = 동아대 강동완 교수가 14일 부산 서구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부산하나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9.14. kwon97@newsis.com
[부산=뉴시스] 권태완 기자 = 동아대 강동완 교수가 14일 부산 서구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부산하나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9.14.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중국과 러시아를 넘나들며 북한 연구를 해오던 동아대 강동완 교수는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커다란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하지만 강 교수는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그는 국내 접경지대 해안가에 밀려온 북한 쓰레기라는 또 다른 렌즈로 북한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뉴시스는 14일 오후 부산 서구 동아대 부민캠퍼스에 위치한 부산하나센터에서 강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 교수의 사무실은 학문에 푹 빠진 여느 학자들처럼 서적들로 채워진 책장에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집필한 북한관련 서적들과 북한에서 출간한 책, 북한산 토기임을 알 수 있었다.

[부산=뉴시스] 권태완 기자 = 동아대 강동완 교수 사무실 책장. kwon97@newsis.com
[부산=뉴시스] 권태완 기자 = 동아대 강동완 교수 사무실 책장. [email protected]
강 교수는 북·중 접경지대에서 연구를 하다 중국에서 추방당하는 해프닝을 겪었지만 북한 연구에 대한 그의 열정은 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전 세계 국경이 닫히자 강 교수의 손발도 꽁꽁 묶이게 됐다.

"지난 2019년 11월부터 입국금지가 됐으니깐, 이제 거의 3년 정도 되어가네요. 중국 북·중 접경지대에서 망원 렌즈로 북한 지역을 촬영하고, 그곳에서 탈북여성들과 인터뷰 등을 진행하다 보니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거 같아요. 비행기나 현지 호텔에서 검문을 당한 적은 많지만 현행범으로 잡히진 않았어요. 하지만 지난해 상해로 입국하다 거기서 추방을 당하게 됐죠"

코로나19로 전 세계 국경 봉쇄는 강 교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강 교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내 북한접경 지대인 서해 5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로 가 망원렌즈로 북한을 관찰했다. 그 때 그는 우연히 바닷가에 밀려들어온 북한 쓰레기들을 발견했고, 쓰레기들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다.

[부산=뉴시스] 서해 5도 지역에서 강동완 교수가 발견한 북한 쓰레기들. (사진=강동완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서해 5도 지역에서 강동완 교수가 발견한 북한 쓰레기들. (사진=강동완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백령도에서 북한 사진을 찍다가 해안가에서 북한 쓰레기 5점 정도를 발견했어요. 만약 발견한 쓰레기가 색깔 하나 없는 단순한 비닐 포장에 불과했다면 주목하지 않았겠죠. 하지만 북한 쓰레기의 개별 상품마다 각각의 특징을 보여주는 서체와 캐릭터가 포장지에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쓰레기가 '북한 사회를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렌즈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강 교수는 틈틈이 서해 5도 지역 섬들과 해안가들을 돌아다니며 북한 쓰레기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가 서해 5도 지역에서 모은 쓰레기는 모두 708종, 1400여 종류에 달한다.

북한 쓰레기를 모으는 과정은 다양한 쓰레기만큼 다사다난했다. "해안가 접경지역은 거의 지뢰지대에요. 현장에는 지뢰 경고판이 붙어 있는데 못보고 들어갔다 군대 5분 대기조가 출동한 적도 있었죠. 그 뒤로는 군부대 협조를 얻어서 민간인이 출입할 수 있는 곳에서 쓰레기를 수집했습니다. 또 서해 5도 지역은 결항률이 1년에 3분에 1이거든요. 그래서 섬에 일주일 동안 발이 묶였던 적도 있었죠"

[부산=뉴시스] 서해 5도 지역에서 강동완 교수가 수집한 북한 쓰레기들. (사진=강동완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서해 5도 지역에서 강동완 교수가 수집한 북한 쓰레기들. (사진=강동완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강 교수는 자신의 사무실 옆에 마련된 공간에서 상자에 품목별로 정리된 북한 쓰레기들을 가리키며 '보물'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모은 북한 쓰레기의 종류는 음료수나 아이스크림 비닐 같은 식품류부터, 잡화류, 의약품까지 실로 그 종류가 다양했다. 또 쓰레기에는 상품의 주 원료와 제조된 공장, 디자인과 서체 등 북한의 사회문화와 유통망 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수많은 북한 쓰레기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쓰레기로 주삿바늘을 꼽았다. "비닐 팩 안에 포장된 주삿바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라는 말이 있듯이, 정말 사막 속에서 바늘을 찾은 기분이었죠. 드넓은 해안가에서 주삿바늘을 줍자마자 손을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비닐에는 '대동강 주사기 공장'이라고 쓰여 있어서 북한 제품이라 단번에 알 수 있었죠"

강 교수가 수집한 북한 쓰레기들은 공산주의 정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한 품목에 다양한 상품들이 있었고, 브랜드가 있는 제품들도 존재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북한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생긴 커다란 변화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화'를 위해선 인민 소비품을 많이 공급하는 것이 키워드입니다. 그리고 이 시점부터 인민소비품의 다양화와 다중화라는 표현도 등장했죠"

이어 그는 "정권을 잡은 뒤 김정은은 인민 소비품을 늘리라는 지시를 강조했죠. 북한에서는 김정은의 교시가 헌법과 당규약보다 더 높기에 어떻게든 다양한 소비품들을 제작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소비품을 만든다고 해서 '북한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 '삶이 나아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단지 교시에 따른 정책적 수행을 위해 만들어 내는 것이며, 대북제재 이후 원료 수입이 막혔기 때문에 원료가 많이 부족할겁니다. 예를 들면 탄산단물의 주원료인 '8월풀당(팔월풀의 당 성분을 우려내 정제한 것)'은 설탕이 있으면 굳이 쓸 필요가 없는 재료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수거한 북한 쓰레기들을 탈북민을 통해 대조 작업을 했다. "아쉽게도 대부분에 북한 쓰레기에는 제조 날짜가 표기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쓰레기들의 제조 연도를 추적하기 위해 시기별로 탈북한 사람들한테 물어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2018년 이전에 탈북한 사람들에게 지금 상품을 보여주면 거의 본적이 없다고 증언했죠. 하지만 2019년 양강도 혜산에서 온 젊은 친구는 제가 가지고 있는 아이스크림 종류 37종류 중 5~6가지는 직접 봤고, 시장에서 사먹기도 했다고 증언을 했죠"

강 교수는 서해 5도 지역에서 모은 쓰레기들을 품목별로 나눈 뒤, 그에 관한 상세한 정보들을 기록한 '서해5도에서 북한쓰레기를 줍다'라는 서적을 지난해 11월 출간했다.

현재 그는 국내 동해안 접경지대 해안가에서 북한 쓰레기를 줍고 있다. 올 하반기를 목표로 동해안에서 발견한 북한 쓰레기 관련 논문도 발표할 예정이다.

강 교수는 최종적으로 부산에 탈북 아동들을 위한 돌봄학교와 통일문화센터를 세우는 것이 꿈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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