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서 단협안 부결
퇴직자 '평생 신차 구입시 30% 할인' 혜택 축소 반발
젊은 직원 불만 목소리 나오며 노노갈등 조짐
[서울=뉴시스]안경무 기자 = 기아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하 임단협)이 '평생사원증' 제도 때문에 제동이 걸렸다.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놓고 조합원 찬반 투표를 한 결과 '평생사원증 제도 축소'가 담긴 단협 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일부 나이 많은 조합원들이 평생사원증 제도 축소를 꺼렸기 때문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기아 노조는 다시 임단협 협상을 벌여 새로운 단협 안을 내놓아야 한다.
일부에선 이번 '평생사원증 제도 축소'가 기아 노조원들 사이에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임단협 재협상을 해야 한다. 당초 노사는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내놓았는데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임협 안은 가결됐지만, 단협 안이 41.9% 찬성에 그치며 부결돼 임단협 협상 자체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아 노조는 다른 완성차 업체와 달리 임단협 협상 결과를 '임협 안'과 '단협 안'으로 분리해 투표한다. 투표 결과 2개 안 중 하나라도 부결되면 사측과 재협상을 해야 한다.
당초 올해 기아 임단협은 무리 없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노사는 지난달 30일 일찌감치 2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 합의안에는 기본급 9만8000원 (호봉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금 200%+400만원, 생산·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100%, 품질브랜드 향상 특별 격려금 150만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5만 원, 수당 인상을 위한 재원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단협 안에서 발생했다. 사내 복지를 다루는 단협 잠정합의안에는 사회적 트렌드에 부합되는 경조휴가 일수 조정 및 경조금 인상, 건강 진단 범위 및 검사 종류 확대, 유아교육비 상향 등이 담겼다.
이 중에서도 '평생사원증' 제도 축소가 잠정합의안 부결로 이어졌다.
기아는 25년 이상 근무한 퇴직자에게 평생사원증을 지급하고, 차량 할인 혜택을 제공해왔다. 이 평생사원증이 있으면 퇴직한 뒤에도 평생 동안 기아 차량을 구매할 경우 2년마다 30%를 할인해주는 게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번 합의안에선 이 제도가 수정됐다.
우선 차량 구입 시 할인 횟수를 2년 주기에서 3년 주기로 늘리고, 평생 할인 대신 75세까지로 연령을 제한했다. 할인율은 30%에서 25%로 낮췄다.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게 사측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 축소에 조합원 절반 이상이 반발했다. 이는 기아 노조 내 인구 피라미드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아 국내 임직원 구성을 보면 지난해 기준 50세 이상이 1만8874명이다. 이는 전체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임직원 3만4014명의 평균 근속연수는 22년 2개월에 달한다. 이는 앞으로 기아에서 근무할 기간이 이미 근무한 기간보다 짧게 남은 노조원들이 대부분이라는 의미로 퇴직 후 혜택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이번 단협 표결 통과 무산이 자칫 기아 노조원들 사이에 노노(勞勞)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본다. 퇴직을 앞둔 시니어 노조원들과 상대적으로 젊은 노조원들이 원하는 혜택이 서로 달라 젊은 노조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아의 젊은 직원 사이에선 이번 단협안 표결 통과가 가로 막힌 것에 대해 "퇴직을 앞둔 이들의 욕심이 과하다", "이번 임단협 타결됐다면 추석 전 1000만 원가량 성과금 받아갈 수 있었다"는 불만이 들린다.
노조는 향후 쟁의대책위원회를 통해 사측과 재교섭 일정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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