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육과정' 수학도 논란…"학습량 많아서 수포자 양산"

기사등록 2022/09/10 14:00:00

시민단체 "수학 학습량 여전히 많아…수포자 양산"

"학습량 줄이면 문제 어려워져" 반론도…학계 우려

음악 교육과정, 여태 시안 공개 못 해…연구진 갈등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달 31일 오전 대구 수성구 정화여자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복도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2022.09.10.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달 31일 오전 대구 수성구 정화여자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복도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2022.09.10.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매번 교육과정을 고칠 때마다 '뜨거운 감자'였던 수학 과목의 학습량이 이번 새 개정 과정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학습량이 너무 많아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수포자)가 양산된다고 지적하나 학계에서는 대학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 수준이라는 우려가 있다.

'국악 홀대' 논란이 있던 음악과 교육과정은 다른 과목과 달리 대국민 공론화 절차가 시작되지도 못했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국민참여소통채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오는 13일까지 받을 예정이다.

교육과정(敎育課程)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배워야 할 내용과 학년, 시기별로 무엇을 가르치는 지 체계를 정리한 내용이다. 교과서 집필은 물론 대학입시 문제의 내용까지 결정하는 기준으로 관심이 높다.

앞서 6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등이 참여하는 수학교사모임은 현행과 새 수학 교육과정에서 "기존 '성취기준'(배워야 할 내용)을 합치면서 새로운 내용을 추가했다"며 "내용이 늘었음에도 꼼수를 부려 학습 부담을 줄인 것처럼 보이려는 시도"라 주장했다.

교육과정에서 '성취기준'은 문장의 형태로 제시돼 있다. 예컨대 현재는 중1에서 '다면체의 성질을 이해한다', '회전체의 성질을 이해한다'는 기준이 있는데, 새 교육과정에서는 '다면체와 회전체의 성질을 탐구한다'는 식으로 합쳐 놓았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수학교사모임은 지난달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중·고교 수학교사 355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받아보니 '기초학력 저하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77.1%)거나 '많은 내용으로 수업시간이 부족하다'(중3·54.1%)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참여소통채널 홈페이지에서는 이와는 상반되는 반응을 찾아볼 수 있다. '행렬' 등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뺀 것을 왜 다시 넣냐"와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는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고교 수학과 공통 교육과정 시안'에 8일 오전 댓글을 쓴 김모씨는 "우리나라 수학 교육은 40년 역사에 걸쳐 학습량이 계속 줄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포자는 줄기는 커녕 계속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세종=뉴시스]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 중 고등학교 교과목 구성안. (자료=교육부 제공). 2022.09.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 중 고등학교 교과목 구성안. (자료=교육부 제공). 2022.09.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같은 시안에 7일 오후 의견을 쓴 유모씨는 "학습부담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학습량을 줄인다면 기존 단원은 더 복잡하게 문제를 출제해 공교육의 힘이 약해지고 사교육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계에서는 이미 새 교육과정에서 수학의 학습량이 너무 줄어서 문제라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기본적인 대학 수업을 듣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고등학교에서 배우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대한수학회도 앞서 3월16일 대한수학교육학회, 한국수학교육학회와 낸 공동 입장문에서 "우리나라 중등(중·고교) 수학 수업시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대비 65~85%에 불과하다"라며 "수학 과목의 학습 내용과 시수를 15년 전 수준까지는 못 미치더라도 일부나마 복원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열의 극한', '지수·로그·삼각함수 등의 미분·적분'을 성취기준으로 포함시킨 '미적분Ⅱ'가 기존 '일반선택'에서 '진로선택' 과목으로 내려간 점도 논란이다.

현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목인 고교 수학 과목은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다. 이 중 '기하'를 뺀 나머지 과목은 '일반선택'이다. 새 교육과정에서는 '미적분'이 두개로 나뉘고, 이 중 '미적분Ⅱ'가 '일반선택'이 아닌 '진로선택'에 배치됐다.

대한수학회 등은 '기하', '미적분Ⅱ'는 고교 수학의 중심 과목"이라며 "이를 '수학과 인공지능', '수학과 경제' 등의 주변 과목과 함께 진로선택 과목으로 분류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추진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이번 대국민 의견수렴을 마치고 다음달 초 수학·과학·정보 교육과정을 개발한 연구진이 참석하는 공청회를 서울에서 개최할 방침이다.

한편 '국악 홀대' 논란을 겪고 있던 음악과 교육과정은 다른 교과의 대국민 의견수렴이 다 끝나가는 동안에도 시안을 아직 공개하지 못했다.

당초 트로트 가수 송가인씨까지 나서면서 우려를 표하자, 교육부는 "국악 교육에 대한 비중을 예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4월에 낸 바 있다.

[서울=뉴시스] 전국악인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5월15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국악교육의 미래를 위한 전 국악인 문화제를 하고 있다. 국악인비대위는 최근 교육부가 공개한 2022년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에 국악이 삭제되고 필수가 아닌 성취기준 해설에 통합돼 국악 교육이 축소될 것이라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2.09.10.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전국악인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5월15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국악교육의 미래를 위한 전 국악인 문화제를 하고 있다. 국악인비대위는 최근 교육부가 공개한 2022년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에 국악이 삭제되고 필수가 아닌 성취기준 해설에 통합돼 국악 교육이 축소될 것이라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2.09.10. [email protected]

그러나 국악계는 이후 자신들이 받아 본 음악과 교육과정 내 '성취기준' 등에서 "국악 축소와 삭제가 그대로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과정 개발 연구 참여를 보이콧했다.

교육부 한 간부는 "연구진 간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시안을 조속히 공개한 뒤 다른 교과들과 마찬가지로 보름 동안 대국민 의견수렴을 별도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새 교육과정은 2024년에 초등 1~2학년에 적용되고, 2025년 중학교와 고등학교 신입생에게 도입된다. 전 학년 적용은 초등학교 2026년, 중·고교 2027년이다.

대입 제도와 전형자료도 바뀐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새 교육과정에 맞는 학교생활기록부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는 국가교육위원회를 거쳐 2024년 2월 확정, 2028학년도에 적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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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육과정' 수학도 논란…"학습량 많아서 수포자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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