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이번 추석 연휴 '대면접촉 면회 제한' 유지
한덕수 "어르신 코로나 감염 예방…제한 유지할 것"
유리 차단막 설치…목소리 잘 안들리고 예약도 필요
답답한 가족들 "명절에 손 한 번 잡지도 못해 아쉬워"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윤정민 수습기자 = "달력을 보면서 '추석이 언제냐'고, '이날 집에 가고 싶다'고 하시는데… 아쉬울 뿐입니다."
3년 만에 거리두기 없는 추석 연휴가 시작됐지만 요양병원·시설에서는 대면 접촉 면회가 여전히 금지된다. 요양병원·시설에 부모님을 모신 가족들은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음에도 접촉 면회 불가 제한이 이어지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9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도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대면접촉 면회 제한'이 유지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주말부터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단계는 전혀 아니다"면서 "어르신들의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한 '대면접촉 면회 제한'을 추석 연휴 기간에도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선 요양병원·시설에선 이번 명절에도 비접촉 면회만 가능하다.
지난 8일 뉴시스가 찾은 서울 영등포구의 한 요양병원은 출입문으로 사용하던 투명한 유리문을 차단막으로 삼은 임시 비접촉 면회실을 마련했다.
유리문에는 목소리가 오갈 수 있는 구멍이 없어 서로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 어려워 보였다. 또 요양원 현관에 있는 출입문을 마주보고 면회하다보니, 가족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큰 목소리를 내면서 대화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귀가 어두운 어르신이 많아서 면회 때 요양보호사가 옆에서 부연 설명을 해주는 등 소통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입소자당 가족은 최대 3명씩, 미리 예약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보호자들과 어르신들 간의 거리가 오랫동안 멀어지다 보니 어르신들이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해한다. 어르신들은 명절만 되면 가족을 기다리는데, 손 한 번 잡지 못하니 다들 아쉬워한다"며 "달력을 보면서 '추석이 언제냐'고 물으면서 '이날 집에 가고 싶다'고 하시는데, 외박은커녕 면회도 어려운 상황이라 아쉬울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보호자들도 부모님과 대면 접촉 면회가 차단돼 속이 타는 상황이다.
조모(59)씨의 부모님은 경기도 부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조씨는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이 감염에 취약한 건 알겠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명절에 손 한 번 잡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무조건 접촉 면회를 금지할 게 아니라, 24시간 내 음성 확인서를 가져오면 대면 접촉을 허용하는 등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결국 요양원을 나와 부모님을 다시 집으로 모시고 오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모(58)씨는 "명절 때 집에서 직접 만든 음식이라도 대접하고 싶어서 집으로 모셔오게 됐다"며 "고령층에게 더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명절만큼은 방역을 철저히 해서 접촉 면회를 허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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