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는 침묵…핵협상단 고문 "눈물 흘리지 않을 것"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킨 소설 '악마의 시'의 작가 살만 루슈디가 흉기 테러를 당한 가운데 이란의 보수 매체가 피의자를 두둔하고 나섰다.
13일(현지시간)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의 극보수지 카이한은 "변절자이자 악마 루슈디를 뉴욕에서 공격한 용감하고 순종적인 이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신의 원수 목을 칼로 찢은 이의 손에 입을 맞추자"고 했다.
이란의 다른 일간지 코라산은 '악마가 지옥으로 향하다'라고 헤드라인을 달았다고, 다른 국영 신문도 '악마의 목이 면도칼에 의해 잘렸다'고 전하며 루슈디를 악마로 지칭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으며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빈에서 열리는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이란 측의 고문인 모하마드 마란디는 이날 트위터에 "이슬람을 향해 증오와 경멸을 끝없이 쏟아낸 작가를 위해선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이어 "핵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미묘한 시점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이란이 암살하려 했다는 미국의 발표와 루슈디 피습이 잇따라 발생한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루슈디는 전날 미국 뉴욕주의 강연 무대에서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려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은 뒤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호흡하고 있다.
피의자는 뉴저지주 페어뷰에 거주하는 24세 남성 하디 마타르다. 외신은 이슬람 시아파 극단주의 사상에 동조하고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주장을 지지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루슈디가 오랜 기간 신변의 위협을 받아온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타르가 이란 정부와 관련 있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루슈디는 1988년 발표한 소설 '악마의 시'에서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묘사했다며 이슬람권의 살해 협박을 받아왔다.
이듬해 이란 최고지도자이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루슈디와 출판에 관여한 이들에 대한 처형을 명령하는 '파트와'(이슬람 율법에 따른 칙명)를 선포하면서 은둔 생활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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