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2차대전 이후 처음 파시스트 정당 집권 가능성" WP

기사등록 2022/07/27 11:26:53

최종수정 2022/07/27 13:32:43

이탈리아 형제당이 여론조사 선두

집권시 이탈리아 최초 여성총리 배출

유럽 극우 세력의 주목할 지도자 될 것

연립정부여서 극우 정책 밀어부치긴 힘들 듯

[로마=AP/뉴시스]죠르쟈 멜로니 이탈리아 형제당 당수가 지난 1월29일 의회에서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2022.1.29.
[로마=AP/뉴시스]죠르쟈 멜로니 이탈리아 형제당 당수가 지난 1월29일 의회에서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2022.1.29.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탈리아 연정이 붕괴하고 여러 정치세력간 투쟁이 심해지면서 오는 9월 25일의 총선을 앞두고 이탈리아 형제당 죠르쟈 멜로니 당수가 유력한 총리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그가 총리가 되면 이탈리아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지만 이탈리아 형제당은 극우 성향이 강한 정당이어서 2차세계 대전 이후 처음으로 파시스트 성향의 정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멜로니 당수는 이탈리아 형제당이 파시스트 성향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해왔다. 그러나 다른 유럽국가들의 네오파시스트정당과 마찬가지로 형제당은 이민정책을 비난하며 시야가 좁은 민족정체성을 강조해왔다. 또 2차대전 패전 직후 베니토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결성한 파시스트 정당 이탈리아 사회운동의 계보를 잇고 있다.

멜로니 당수는 일부 무솔리니 지지자들과 직접 동맹을 맺고 있으며 무솔리니 지지 정당이 사용해온 엠블렘(상징)을 사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형제당이 변변치 않던 몇 년 전까지는 이 점이 크게 문제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멜로니와 이탈리아 형제당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오는 9월25일에서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2018년 이후 거듭돼온 이탈리아 연립정부 실패가 배경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양극화된 이탈리아 정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지지를 받는 정치인으로서 18개월 전 수많은 과제를 안고 총리가 됐다. 그의 정부는 비교적 유능하고 안정된 정부로 평가받았으나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이 이끄는 극우 동맹당, 오성운동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 이탈리아(Forza Italia)' 당 등 일부 연립 정당들이 지난 주 연립정부에서 탈퇴하면서 사임했다.

이런 일들은 이탈리아 정계에서 자주 발생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 토니 바버 기자는 "드라기 총리의 사임이 갑작스럽고 바람직하지 않지만 1945년 이후 민주화된 이탈리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썼다. "17개월 동안 국가를 통합하는 정부가 유지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69번의 연립정부 평균 수명보다 조금 긴 것"이라고 했다.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 형제당은 다른 주요 우파 정당들과 달리 몇 년 동안 연립정부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들은 높은 청년 실업률과 같은 이탈리아의 고질적 문제들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주로 활용해왔다. 유럽 다른 나라들의 극우 정당과 마찬가지로 멀로니 당수는 이탈리아가 쇠락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올여름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의 시위에 참가해 "국경을 단속하라. 이민에 반대한다", "우리 문명을 지키고 그걸 파괴하려는 세력을 저지하자"고 외쳤다.

멜로니가 집권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탈리아 형제당은 여론조사에서 중도 좌파 민주당보다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그러나 폭넓은 우익 연합을 구축하려면 살비니와 베를루스코니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 그가 이탈리아 우파의 명실상부한 지도자로 부상한다면 프랑스의 마린 르펜보다 먼저 극우 정치인이 유럽 주류에 편입하는 중대 변화의 상징이 될 것이다.

볼로냐대 피에로 이그나치 석좌교수는 "멜로니는 일찍부터 포스트 파시스트 정치활동을 펴왔다. 그가 속한 정당의 정체성은 대부분 포스트 파시스트 전통과 연관돼 있다. 다만 자유 기업과 같은 일부 주류 보수 사상과 신자유주의 요소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기성체제가 깨지고 정계가 파편화하는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해왔으며 이는 '포스트 파시스트'가 집권하는 터전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데이비드 브로더 기자는 이탈리아 형제당은 "서유럽과 미국에서 주류인 중도좌파와 극우세력 사이의 장벽을 뛰어넘는 수혜자다. 국가 부채가 과도하고 사회가 양극화돼 있으며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이탈리아에서 그런 변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된다. 이탈리아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늠자"라고 썼다.

이탈리아에 극우 정부가 들어섬으로써 유럽의 자유주의 기성 정당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 지가 주목된다. 아직 동유럽일부 국가에서만 집권한 민족주의, 반자유주의, 유럽통합 반대 성향의 우파에 두드러진 지도자가 나타나는 때문이다. 멜로니 정부는 드라기 정부보다 우크라이나 지원 열의가 크게 약할 것이다. 여성과 소수인종 문제에서 복고적이 될 것이다. 멜로니는 서구에서 "LGBT(성소수자) 운동"을 가장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반면 멜로니 정부가 온건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 우파 성향 매체 운헤르드의 프란체스코 보르고노보 기자는 "멜로니가 '유럽'이나 '기성체제'에 대한 혁명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썼다. "그가 헝가리 오르반 총리처럼 EU의 주류를 성가시게 할까?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집권을 위해 무엇보다 베를루스코니의 지지가 필요한 중도 우파의 멜로니 정부가 그럴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마리아 타데오는 블룸버그 오피니언난에 멜로니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정부에 비해 손쉽게 비판만 해도 되는 야당이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일단 정책 결정을 하게 되면 대중의 지지가 빠르게 약해질 것"이라고 썼다. 그는 "이탈리아는 정치인이 쉽게 부상하고 쇠락하는 점에서 유별나다. 사실 멜로니도 총리가 되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독배를 든 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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