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 국가는 나라도 아냐"…헝가리 총리, 인종차별 발언 논란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유럽 내 대표적 극우성향 정치 지도자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공개석상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낸 인종차별적 망언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지난 23일 루마니아의 한 대학 연설에서 "서구 사회는 둘로 나눠져 있다. 유럽인과 비유럽인이 어울리는 나라는 더 이상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헝가리인)는 인종이 섞인 사회가 아니다"라며 "인종이 섞이는 것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르반 총리의 이러한 인종차별적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초 한 공개 연설에서는 아프리카를 가리켜 '거지소굴'이라고 발언해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연설을 듣고 있던 헝가리 야당의 한 의원은 "그(오르반 총리)의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집권당의 색깔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연설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야당 의원은 헝가리 내 혼혈 주민을 향해 "당신의 피부색은 다를 수 있다. 유럽 출신이거나 혹은 다른 곳 출신일 수도 있지만, 당신은 우리 일원 중 한 명"이라면서 "다양성은 국가를 강화시키는 것이지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문국인 루마니아 내에서도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루마니아의 한 유럽의회(MEP)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중부·동부와 같이 유럽 내 여러 인종이 섞인 지역에서 민족과 인종의 '순도'를 논하는 것은 지극이 위험한 망상"이라며 "오르반 총리 또한 그렇다"고 비판했다.

친(親) 러시아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과거부터 인종주의적 발언뿐 아니라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발언을 노골적으로 쏟아내는 등 유럽의 대표 극우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면에서 치러진 올해 초 총선에서 4연임에 성공했다.

오르반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무기 지원이 전쟁을 장기화 국면으로 몰고 간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오르반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현대식 무기를 줄수록 러시아 군은 더 많은 전선을 확장시킬 것"이라며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전쟁을 연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의 이러한 주장은 러시아의 주장과 일치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근 미국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의 추가 지원 땐 "특별군사작전 범위가 현재 (돈바스 지역) 보다 더 확대될 수 있다"며 확전을 경고한 바 있다.

오르반 총리는 음모론의 일종인 '위대한 대체론'에 공감하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위대한 대체론은 미국과 유럽의 주류 백인 사회가 부분별한 이민 정책으로 인해 희석되고 대체되고 있다는 음모론을 의미한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 인구가 이미 혼혈이라고 말하는 것은 국제주의 좌파의 이데올로기적 속임수"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