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첫 세제 개편안…전문가들 의견 분분
법인세·종부세 인하 효과 등에 의견 엇갈려
소득세 과표 구간 변경 실효성에 의문부호
세수 감소 우려도…"지출 구조조정 난이도↑"
[세종=뉴시스] 이승재 옥성구 기자 = 21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을 내린다는 점에서 대기업이나 고소득자를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과도하게 늘어난 세수를 조정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정이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세제 개편안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세 부담을 줄여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지원하기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깎았다. 또한 과세표준 구간을 기존 4단계에서 2~3단계로 단순화하고,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과세표준 5억원까지 10%의 특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기업에 대한 세 부담을 줄여 경제 활력을 높이고, 다시 국세 수입(세수)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대기업 투자 촉진을 위해 이른바 분수효과를 노리고 감세를 한 것이지만 그만큼 투자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세금을 줄여놓고 투자를 하지 않으면 국가 재정만 악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팬데믹 직전부터 미국 등 선진국은 법인세를 내리는 추세였지만 투자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단기적으로 법인세 인하에 따른 경기 활성화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세 인하 효과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표 구간 단순화에 따른 혜택이 재벌에게 간다고 보는 것은 편협하고 개인 투자자와 국민연금에게 간다고 보는 게 맞다"며 "기업 세 부담 인하는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데 적어도 심리적인 도움이 되고 실질적인 효과도 충분히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기업뿐 아니라 서민·중산층을 지원하고자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뜯어고쳤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안 교수는 "현재 소득세 공제 시스템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 큰 의미는 없다"며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는 약간의 차이만 조정했을 뿐 실질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반영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세금을 내는 가계를 늘려야 하고 고소득층에는 조금 더 내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재정 적자 걱정이 심해지는데 이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으로 중산층은 10만원 안팎, 많아야 20만원 정도의 혜택을 볼 것"이라며 "다른 선진국들처럼 물가 상승에 따른 과표 구간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짚었다.
법인세 인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정상화 등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위한 조치라는 논란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가 나왔다.
양 교수는 "법인세 최고세율만 줄이면 수익률이 높은 회사에만 혜택이 가게 된다"며 "전반적인 세율을 조정했다면 별다른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세제 개편 내용이 실제로 기업과 고소득층 등 자산가에게 가는 것은 맞다"며 "다만 종부세는 불합리하게 짧은 기간 늘어난 세수를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자감세로 평가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번 세제 개편에 따른 감세 효과는 13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세수가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재정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 교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감세는 할 수 있지만,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감세는 찬성하기 어렵다"며 "오는 9월 제출하는 예산안에서 정부 지출도 줄어야 하고, 세입과 세출이 균형이 이뤄져야 국가채무도 감소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김 교수는 "세수 감소분을 흡수하고 새 정부 첫해니 국정과제 신규 예산 소요가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고금리, 경기 둔화에 따른 취약계층 지원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감세 기조의 세제 개편으로 기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삭감해야 하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 난이도가 더 올라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