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보다 비싼 전셋값"…'깡통전세' 수도권으로 확산

기사등록 2022/07/20 06:15:00

최종수정 2022/07/20 06:46:42

금리인상→매수세 위축→집값 하락→깡통전세 '빨간불'

상반기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3407억…역대 최고

집주인 대출 여부 확인·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 고려

[고양=뉴시스] 추상철 기자 = 대출 금리 상승과 전세값 상승으로 월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월세 매물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2.07.04. scchoo@newsis.com
[고양=뉴시스] 추상철 기자 = 대출 금리 상승과 전세값 상승으로 월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월세 매물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2.07.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되돌려줄 수 없으니 대신 집을 사라고 떠밀기도 해요."

지난 19일 경기 안양시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수세가 사라지고, 집값이 하락하면서 전셋값이 집값을 웃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의 문의가 많아졌다"며 "무리하게 투자에 나선 집주인들 때문에 일부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집값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이른바 '깡통전세'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값 하락세가 뚜렷했던 대구와 대전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수도권까지 확산하고 있다.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강화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전세를 끼고 집을 여러 채 사는 이른바 '갭투자'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거나, 갭투자에 나선 집주인들이 다음 전세 계약자를 구하지 못해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통상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80% 이상이면 깡통전세 위험 신호로 여긴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6.3%였지만, 수도권·광역시를 제외하면 75.4%로 올라간다.

한국부동산원의 6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187개 시·군·구 중 19개 지역 아파트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시·군·구는 전남 광양과 경북 포항 북구로 모두 85%를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이천과 여주도 각각 82.4%와 84.2%의 전세가율을 나타냈다.

깡통전세 위험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확산일로다. 경기 파주시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59㎡)는 직전 매매가격 1억6140만원보다 1800만원 비싼 1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또 경기 안양시의 한 아파트 단지(전용면적 84㎡)의 경우 매매가격이 4억2500만원으로, 전세가격과 500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지난해 84000만원에 거래된 인천 계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전용면적 39㎡)는 현재 9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돌려받지 못한 전세 보증금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6월 말 기준) 발생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는 1595건으로, 피해금액은 3407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최근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금액은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 2021년 5790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의 경우 주택 유형별로 보면 다세대 주택 세입자의 피해가 1961억원(92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아파트 세입자 피해액 909억원(389건), 오피스텔(413억원·211건), 연립주택(93억원·4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 수도권인 서울·경기 지역 세입자에게 피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피해액은 1465억원(622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고, 경기도 지역은 1037억원(420건)이었다. 서울·경기 지역 피해액(2502억원)이 전체 피해액의 73.4%를 차지했다.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은 임대인이 계약만료 후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보증기관이 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해주고 추후 구상권 행사로 임대인에게 청구하는 보험상품이다.

전문가들은 깡통전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세 집주인의 대출 여부를 확인하고,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셋값이 오른 상태에서 집값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전세가율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갭투자가 성행한 지역을 중심으로 깡통전세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주택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을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하면서 전세금을 돌려주는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며 "세입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계약 전 집주인의 대출 여부 등을 확인하고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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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보다 비싼 전셋값"…'깡통전세' 수도권으로 확산

기사등록 2022/07/20 06:15:00 최초수정 2022/07/20 06: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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