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층 금융지원 발표 하루만에…'모럴 해저드' 논란 재부상

기사등록 2022/07/15 10:48:40

최종수정 2022/07/15 11:28:43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과 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2.07.1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과 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2.07.14. [email protected]
금융당국이 장기연체 소상공인들의 빚을 최대 90% 탕감해주겠다고 나서면서 '모럴 해저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의 연착륙을 돕기 위해 어느 정도의 고통 분담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발표한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의 추진현황 및 계획'을 통해 오는 10월부터 최대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설립해 대출 채권 매입 방식으로 채무조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우선 장기간 나눠 갚을 수 있도록 최대 1~3년의 거치기간을 부여하고, 최대 10~20년 장기분할 상환 대출 전환 등 상환일정을 조정하고 대출금리도 감면한다.

특히 폐업이나 부도 등의 이유로 상환 능력이 없어진 차주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배드뱅크 성격의 새출발기금으로 떠안기로 했다. 연체 90일 이상 부실차주에 대해서는 60~90% 수준의 과감한 원금감면을 실행하겠단 것이다. 이 조치로 인해 한계에 내몰린 25만명 가량의 소상공인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7% 이상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프로그램을 8조7000억원 규모로 실시하고 리모델링, 사업내실화 등에 필요한 자금을 42조2000억원 규모로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그동안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차주들만 '바보'가 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빚을 성실히 갚아온 차주들의 박탈감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정책이 지속되면 결국 '빚을 갚지 않고 버티면 해결된다'는 인식이 퍼져 모럴해저드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차주 지원이 장기화 되면서 정상적으로 이자와 원금을 납입하는 고객에 오히려 불이익이 발생하고 도덕적 해이 문제도 나타날 것"이라며 "또 은행은 부실 위험이 높은 차주를 계속 끌고 가면서 리스크 관리와 충당금 이슈가 생기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금리상승기를 고려하면 금융권의 손실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금융위는 "정부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새출발기금을 신설하고 부실 또는 부실우려 채권을 매입해 장기분할상환, 금리인하, 원금감면 등 과감한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것은 이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사회전체의 이익과 후생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금융권과 함께 지원대상 및 수준, 심사기준 등을 세밀하게 설계·운영해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면서도 정책효과를 극대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오는 9월 말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만료되더라도, 차주가 신청하는 경우 최대 95%까지 만기연장·상환유예 해주는 '주거래금융기관 책임관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결국 은행들이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 대책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사각지대'를 금융사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모두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추가 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종료에 대비해 연착륙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었다.

하지만 결국 차주가 원하면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90~95%는 추가로 만기 연장이나 상환 유예를 해주겠다고 밝혀, 공식적인 연장 선언만 안할 뿐 사실상 '재연장'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연장했다.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상채권 잔액은 130조원이며, 이 중 소상공인 대출은 64조원(48만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말이 자율적이지, 95%까지 연장을 해주라는 것은 재연장이나 다름없다"며 "공식적으로 5차 연장을 하기는 부담스러우니, 책임을 금융권에 떠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주현 위원장도 전날 관련 브리핑에서 1차적인 책임은 금융사와 차주들에 있다며, 금융사들의 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우선 부채 문제의 1차적인 책임은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과 빌린 사람 간에 해결해야 한다"며 "금융사는 차주의 신용 상태를 파악해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주고 할 수 없는 부분은 신용회복위원회로 넘기든지 정리와 선택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주거래금융기관 책임관리 방안에 대해 금융권과 긴밀히 논의해 왔고 이러한 방안은 예외적으로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정부, 차주, 금융권이 적절히 고통을 분담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채문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금융권과 긴밀히 협의해 금융의 리스크 관리 기능을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면서도 자영업자·소상공인 부채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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