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교수, 안정감의 중요성 반복해서 강조…안정적인 연구 환경 역설하기도
자퇴 허락한 부모님…자유방임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자유로운 양육 환경
협력으로 성과낸 연구 경험 강조…"함께 해야 더 멀리 깊이 갈 수 있다"
허 교수는 심리적 안정감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입시 위주의 경쟁적이고 압박감을 조장하는 한국 교육 환경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덕목이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부모님이 예측 가능한 일상을 만들어 주셨기에 심리적 안정감을 가졌고 그 덕에 수학처럼 추상적인 기초 학문에 관심 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젊은 수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연구환경에 대해서도 안정감과 여유를 들었다.
그는 제2의 허준이가 나오기 위해 한국 교육에 어떤 점이 보완 및 바뀌어야 할 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젊은 과학자들이 단기적인 목표를 추구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자유롭게 즐거움을 쫓으면서 장기적인 큰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을 만한 여유롭고 안정감 있는 연구 환경이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자유방임에 가까울 정도로 자유를 중시하는 부모의 교육 방식도 관심을 받고 있다.
최재경 한국 고등과학원 원장은 "허 교수가 고등학교 때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자퇴하겠다고 얘기를 하니까 부모님이 허락했다"면서 "이러한 부모님의 자유 방임주의라고까지 할 수 있는 자유를 중시하는 교육 방식이 결국 허 교수를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자유로운 사고, 행동이 연구할 때 아주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 교수는 또 시인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자퇴했는데 이런 시에 대한 흥미가 수학 연구와 상승 작용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최 원장은 독일의 저명한 수학자 카를 바이어슈트라스가 "시인이 아닌 수학자는 진정한 수학자가 아니다'라고 한 말을 인용하며 "시는 간결한 언어를 통해 아름다움을, 수학은 논리를 엮어서 아름다움을 만든다"며 "수학자와 시인 사이를 왔다갔다한 인물이 허 교수다"라고 평했다.
최 원장은 또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푸는 능력을 측정하는 한국의 수학 시험 방식이 변해야 한다는 점도 환기했다. 이제는 여유 있게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도록 시험 제도를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허 교수는 공동 연구 즉 다른 사람과 함께 협동하는 능력도 자신의 연구 성과의 주요 배경으로 짚었다. 통상 수학자라고 하면 골방에서 혼자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쉬우나 그는 여러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협력을 해왔던 것이다.
허 교수는 "현대 수학에 있어서 공동 연구가 굉장히 활발해졌다"면서 "그 이유는 무엇보다 혼자 하는 것보다도 다른 동료들과 함께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멀리 갈 수 있고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효용성 측면뿐만 아니라 그러한 과정을 거치는 경험이 수학 연구자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고 알렸다.
이 밖에 그는 "제가 살아오면서 굉장히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게 어떤 수학 문제를 풀면서 어려움에 맞닥뜨리거나 더 크게는 삶을 살아오면서 어려움을 만났을 때 딱 필요한 때에 정말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줄 수 있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반복해서 잘 만났다"라고 떠올렸다.
필즈상을 받은 어떤 수학자들보다 방황의 시기가 길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만 사람들과의 적극적 교류를 통해 난관을 헤쳐나갔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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