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간다며 집 나선 가족, 완도 바다서 숨진 채 발견
억대 채무에 생업 관두고 가상화폐 투자 손실까지 겹쳐
생활고 따른 극단 선택에 '무게'…다른 경우의 수도 검증
객관적 사실 입증 주력…"범죄 연루 아니라면 수사 종결"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제주도 살기' 교외 체험 학습을 신청한 뒤 집을 나섰던 초등학생 조모(10)양 일가족 3명이 바다에 빠진 차량 안에서 실종 한 달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일가족이 억대 채무·가상화폐 투자 손실 등으로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추정, 극단적 선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단순 교통사고 등 다른 경우의 수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다양한 법의학적 분석을 통해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한다.
◇ 제주도가 아닌 완도로 향했다
조양 어머니 이모(35)씨는 지난 5월 17일 딸이 다니는 학교에 '제주도 한 달살이(5월 19일~6월 15일)' 교외 체험 학습을 신청했다.
그러나 같은 날 제주도가 아닌 완도군 한 펜션에 6박 일정(5월 24~28일·29일~31일)으로 숙박 예약을 하고 일주일 뒤인 23일 일가족은 아버지 조모(36)씨의 승용차를 타고 완도로 향했다.
24일부터 28일까지 가족은 예약한 펜션에서 묵었다. 28일 하루는 예약이 차 있어 다른 숙소에서 지내다, 29일 오후 같은 펜션으로 돌아와 투숙했다.
조양 가족은 퇴실 예정일을 하루 앞둔 5월 30일 오후 11시 조씨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펜션을 빠져나갔다. 펜션을 나설 당시 조양은 축 늘어진 모양새로 어머니의 등에 업혀 이동했다.
이튿날인 31일 오전 0시 40분 이후 송곡항 일대에서 일가족 휴대전화의 기지국 송수신 신호가 차례로 끊겼다.
◇ 실종 3주 만에 신고…끝내 일가족 참변으로
조양이 다니던 광주 모 초등학교는 교외 학습 체험이 끝나도 조양이 등교하지 않자, 가족과 거듭 연락이 닿지 않자 6월 22일에야 경찰에 신고했다.
가족의 행방이 묘연한 시점(5월 30~31일)로부터 학교 측의 실종 신고까지 3주 이상 걸린 셈이다. 교외 학습 기간 중에는 학교가 학생의 소재·안전 등을 파악할 제도적 근거가 없었던 탓이다.
뒤늦은 신고로 경찰의 실종 수사는 시작부터 난항을 거듭했다. 이미 20여 일 전 자취를 감춘 일가족 3명이 집을 나선 직후 일주일간의 행적을 쫓았지만, 이마저도 CCTV 영상이 보존 기한 만료로 동선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해경 등이 투입된 대대적인 수색 끝에 실종 한 달여 만인 지난달 29일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앞바다 펄 속에 묻혀 있던 조씨의 아우디 차량을 인양했다.
건져 올린 차량 안에 숨져 있던 3명은 신원 확인 과정을 거쳐 조양 일가족으로 최종 확인됐다. 조양 가족이 광주 자택을 나선 지 38일째, 행적이 끊긴 지 30일 만이었다.
◇ '경제적 어려움 탓?' 극단적 선택 정황
경찰 수사 결과 조양의 부모가 지난해 3월부터 3개월간 가상화폐 10여 종에 1억 3000여만 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6월 마
지막 거래를 통해 1억 1000여만 원을 인출·회수했다. 경찰이 추산한 투자 손실액은 2000만 원가량이다.
조씨 부부는 지난 5월 7일부터 실종 직전까지 '루나 20억', '루나 코인 시세', '루나 극단적 선택' 등을 인터넷에 검색했으나 루나 코인 투자 여부는 잠정 확인되지 않았다.
부부가 지난 2020년부터 금융기관 대출로 빚 1억 5000여 만 원을 졌다.
조씨가 컴퓨터 부품 관련 사업을 청산하고, 어머니 이씨가 직업을 그만 둔 시점은 가상화폐 투자금을 인출한 지난해 6월로 겹친다.
경찰은 2년 전부터 억대 채무를 지고 일정한 소득이 없을 무렵, 손실이 난 가상 화폐 투자를 급히 회수한 점 등으로 미뤄, 일가족이 생활고를 겪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실제 실종 전후 일가족의 자택 앞에 독촉장과 미납 고지서 등이 쌓여있었다.
경찰은 일가족이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인터넷 검색 기록도 다수 확인됐다.
또 어머니가 올해 4월과 5월 2차례에 걸쳐 병원에서 불면증 치료 목적으로 수면제를 처방 받은 점, 유류품에서도 수면제 추정 의약품이 발견된 점 등도 극단적 선택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 법의학 분석으로 사망 경위·사인 객관적 입증
경찰은 앞으로 일가족이 바다에 빠진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경위와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데 집중한다.
인양 직후 차량 변속기가 주차 모드(P)에 놓여 있던 점, 운전석 문만 잠겨 있지 않았던 점 등을 감안, 차량에 대한 정밀 감정을 의뢰해 고장·단순 교통사고 여부 등도 들여다본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극단적 선택에 힘이 실리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보고 객관적 사실 입증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인양한 차량에서 수거한 휴대전화 2대와 차량 블랙박스 저장장치(SD 메모리 카드)에 대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디지털포렌식센터에 법의학 분석을 의뢰했다.
부검에서는 '사인을 알 수 없지만 익사는 배제할 수 없다' 취지의 1차 검시 소견이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약물 반응 검사 등 정밀 부검을 거쳐 정확한 사망 원인 규명에 나선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메모리·블랙박스 영상 복원과 함께 차량 감정, 최종 부검 결과 등을 두루 살펴보고 일가족이 숨진 전말을 밝혀낼 방침이다. 범죄 연관성 등이 없다면 변사 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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