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악용되는 ‘에토미데이트’, 마약류 지정 가능할까

기사등록 2022/06/21 14:01:14

최종수정 2022/06/21 14:14:43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 범죄·중독 문제 수면 위로

"수년째 이어지는 문제, 정부가 관리해야"

식약처 "새로운 과학적 근거 있어야"

전신마취유도제 '에토미데이트' (사진=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신마취유도제 '에토미데이트' (사진=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전신마취유도제로 사용되는 '에토미데이트'가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자 마약류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토미데이트 주사제가 성범죄에 사용되거나 중독으로 인한 사고를 일으키는 등 수년째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제2의 프로포폴'이라고 불리는 에토미데이트는 수면내시경 검사 등에서 전신마취제로 사용된다. 프로포폴과 효능과 용법이 유사하지만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프로포폴과 달리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있다. 에토미데이트가 학술적으로 환각성·의존성·중독성이 없어 생명에 위험하지 않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토미데이트와 관련한 범죄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에토미데이트를 이용해 환자를 성폭행한 50대 의사 A씨 사건이 재조명됐다. A씨는 수년간 여러 여성에게 에토미데이트를 주사하고 성폭행을 일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9년에는 에토미데이트를 병원에 납품한 것처럼 속여 빼돌린 뒤 유흥업소 종사자들에게 판매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제약회사 직원과 도매업체 직원 등 3명이 에토미데이트 4억1000만원 상당을 불법 판매·유통했다.

이외에도 같은 해 서울 강남구 한 모텔에서 한 20대가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뒤 익사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일부 연예인 등은 에토미데이트를 처방 없이 투약하려다 적발되는 등의 사례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박진우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정책적 측면에서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지정될 수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의학적으로는 충분히 중독이나 의존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에토미데이트는 하나의 사례가 아니라 예전부터 꾸준히 문제가 돼 온 약물이기 때문에 이처럼 반복된다면 당연히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에토미데이트는 사람을 진정시키고 많이 투약할 경우 숨을 쉬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오남용이 심각하다면 궁극적으로는 규제가 돼야 할 것으로 본다. 이렇게 사례가 쌓이는 것을 보면 결국 시간의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에토미데이트의 새로운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마약류로 지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향정신성의약품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고, 오남용 시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돼야 마약류로 규정이 가능하다.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물질이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2019~2020년 에토미데이트에 대한 의존성을 평가하고자 전문가 자문 및 국외 마약류 지정 현황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마약류 지정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마약류로 지정하지 않았다”며 “검토 내용과 상이한 새로운 과학적 근거 등이 있다면 향후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유엔(UN)을 포함한 미국, 일본, 영국, 독일, 스위스 등 주요 국가들도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지정·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퇴치연구소 이범진 소장은 “에토미데이트는 식약처가 약리효과를 규명해서 판단할 문제이지만 논의해볼만한 문제는 맞다”며 “UN은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WHO(세계보건기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회적 해악성 여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 약물이 교통사고나 살인 등 범죄로 이어져 사회적인 비용을 증가시킬 경우 마약류로 분류할 수 있다”며 “약리적 기전과 별개로 통제되지 않는 해악성이 있는지, 해악성이 어디까지인지 등을 따져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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