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치법에 따라 '교육사무 집행기구'
이전 정부 분권화 흐름에 권한 더 커져
시·도교육과정으로 학교교육 지침 정해
자율학교 지정권…혁신 학교 대표 사례
교부금 보장되고 인사권 무소불위 지적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시·하남시 경계선에 있는 위례신도시에는 초등학교만 8개교가 있다. 이 중 3개교는 서울시교육청, 5개교는 경기도교육청이 관할하고 있는 학교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9시 등교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서울은 3선에 성공한 현직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5년 '9시 등교제'를 도입했다.
같은 생활권에 있는 이들 초등학교는 새 교육감이 취임후 등교 시각부터 달라질 수 있게 된 것이다.
19일 교육계에서는 6·1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와 보수가 균형을 이룬 '교육권력 재편'의 결과로 학교 현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교육감들이 성향에 따라 경쟁하듯 무리하게 공약을 추진하거나 기존 정책을 고수할 경우 학교와 교사,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교육감에 대한 견제를 담보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험, 인정교과서…교육감, 교육과정에도 상당 영향
이런 흐름은 2010년 교육감 직선제 실시로 전환점을 맞았고, 2017년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교육자치 강화'를 내세우면서 교육감의 권한은 더 막강해졌다.
교육과정 역시 이런 흐름 속에 있다. 교육부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지에 대해 최소한의 기준과 지침만 교육과정 총론, 각론 등을 통해 고시하고 지역의 실정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은 교육감이 지침을 정할 수 있다.
교육감은 학교에서 어떤 영역의 교육을 강조할지 관여할 수 있다. 2019년 서울 한 고교 교사의 정치편향성 발언 논란으로 주목을 받은 '민주시민교육', '노동인권교육' 등이 예로 꼽힌다.
교과서도 교육감 재량 영역 중 하나다. 교과서는 국정과 검정, 인정이 있는데 이 중 인정교과서를 교육감이 인정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개발해 2019년 기준 서울 등 11개 시·도에서 승인돼 활용되는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가 한 예다.
초등학교에서 시험을 볼 지도 교육과정이 정하는 기준 안에서 교육감이 정할 수 있다.
현행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평가의 방법에 대해 학교가 교과의 성격과 특성에 적합한 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기존의 시험 대신 서술형과 논술형 평가, 수행평가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의 진로 탐색을 위한 자유학기를 운영해야 하며, 이 때는 중간·기말고사 등 일제히 치르는 시험을 못 본다.
이 같은 점만 지킨다면 교육감이 학교에 어떤 방식의 평가를 강조할 지 등을 지침으로 정할 수는 있다. 서울은 곽노현 전 교육감 시절이던 2011년, 경기는 김상곤 전 교육감이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초등학교에서 중간·기말고사를 폐지했던 바 있다.
통학구역, 평준화, 자사고·혁신학교…교육감 권한
익히 알려진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의 경우, 재지정 평가권은 교육감에게 있지만, 교육부가 평가 결과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 지정을 취소할 수 없다.
혁신학교는 온전히 교육감의 권한이다. 이는 혁신학교가 개별 학생의 '적성·능력 개발을 위해'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자율학교'라서 그렇다. 자율학교의 지정·운영권은 교육감에게 있다.
현재 8개 교육청이 혁신학교 운영 조례를 제정해 평가와 운영 규칙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부산의 다행복학교, 충북의 행복씨앗학교는 근거 조례가 없었다.
부산의 하윤수 당선자 공약처럼 재개발 지역 학교 신설 추진 또한 교육감의 권한 사항이다. 다만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 등 관련 절차를 통과하는 게 변수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 어느 학교로 갈 지도 교육감의 권한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근거리 배정 원칙이며, 고등학교는 현재 모든 광역 시·도와 도 단위 대부분의 시 지역에서 평준화가 실시돼 교육감이 학생을 선발해 배치 중이다.
이 밖에 경기도교육청이 조례에 근거해 운영하고 있는 '경기미래학교', '경기꿈의대학',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몽실학교', 대구시교육청과 제주도교육청이 운영하는 국제 바칼로레아(IB) 초·중·고 역시 한 예다.
교육활동 뒷받침하는 예산·인사권 '무소불위' 지적
교육청 예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97%는 보통교부금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통해 국가가 교부하는 총액이 정해져 있다.
교육부와 전문가들 설명을 종합하면, 이 때문에 교육감이 작성한 예산을 시·도의회가 견제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세입과 세출은 같아야 하므로, 의회가 교육감의 역점 사업을 삭감하더라도 다른 예산으로 이를 돌려 쓸 수 있다.
교육감 당선자들이 입학준비금, 교육기본소득, 1인 1스마트기기 지급 등 다양한 선심성 교육복지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고, 시·도나 기초 단위 지자체 지원을 끌어내 공동 추진하면 의회에서 견제하기 쉽지 않다.
교육감의 인사권은 가장 큰 권력으로 거론된다. 직속 교사 출신 교육전문직원은 물론 공립학교 교감, 수석교사, 교사 임용권과 교장 전보 등 인사권을 쥐고 있다. 또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 자격이 없는 평교사 등 교육 전문가를 학교에 배치할 수도 있다. 관계법령에 정한 사유에 해당하면 특별채용도 할 수 있다.
교장공모제 관련 인사비리 혐의로 도성훈 인천교육감의 전직 보좌관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그의 전 비서실장은 특별채용과 관련한 직권남용 등 혐의에 얽혀 역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런 권한 때문에 교육감의 실질적인 영향력은 법 테두리를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경기의 '9시 등교제'가 도입된 과정이 단적인 예다. 수업 시간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학교장의 권한이다. 그러나 교육청이 도입을 권고한 이후로 현재 도내 학교 98.8%로 확대됐다. 임태희 당선자가 이를 학교장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선거 과정에서 부정적 입장을 밝혔던 터라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과정이나 학교 선택권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정하는 기본 틀은 유지를 하고 있지만, 0교시나 야간 자율학습과 같은 규정 밖의 내용은 교육감이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내달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산하에 의결 기구인 지역교육위원회를 만들어 교육감의 권한을 견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