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법인세·종부세·증권거래세 등 감세
재정준칙 법제화로 재정정상화 속도
전문가 "재정정상화-감세 정책 모순"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민간 주도 성장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경제정책 방향은 '감세'에 초점이 맞춰졌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유예, 증권거래세 인하 등을 통한 투자 활성화에도 시동을 건다.
윤 정부는 세금 부담을 낮춰주면 민간과 시장 중심으로 활력이 되살아나고 이를 통해 경제 성장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방위적인 감세 정책이 세입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 정부가 출범 전부터 강조해 온 재정 건전성 강화 기조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1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윤 정부의 경제 정책에는 세금 부담 완화 방안이 다수 포함됐다.
먼저 기업의 발목을 잡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인 22%로 되돌리기로 했다. 또 ▲2억원 이하(세율 10%) ▲2억~200억원(20%) ▲200억~3000억원(22%) ▲3000억원 초과(25%) 등 4단계로 세분화된 과세표준 구간을 단순화할 계획이다. 법인세 부담을 낮춰 국내 투자를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과 관련한 세 부담도 완화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을 통해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릴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에서 45%로, 종부세는 100%에서 60%로 하향 조정한다. 또 올해 한시적으로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특별공제 3억원도 도입한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세금 부과 기준인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이다. 법에 규정된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재산세가 40~80%, 종부세는 60~100% 사이에서 조정할 수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출수록 세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금융투자소득세 과세도 연기한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 상품으로 실현한 모든 소득에 매겨지는 세금이다. 국내 상장주식, 공모주식형 펀드로 5000만원 또는 기타 금융투자소득으로 250만원이 넘는 순소득을 올린 투자자는 해당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애초 정부는 내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를 매기기로 했으나 이를 2년 유예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종목당 10억원 또는 1% 이상(코스닥은 2%)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에게 부과하는 양도소득세도 종목당 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주식보유자를 제외하고는 폐지한다. 현재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주식을 거래할 때 부과하는 0.23%(농어촌특별세 0.15% 포함)의 증권거래세는 내년부터 0.20%로 인하된다.
이밖에 물가 상승 압력에 따른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 대기업의 국가전략기술 대상으로 세액공제율 상향(6~10%→8~12%) 등도 세수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 정부는 재정 정상화 기틀 마련에도 속도를 낸다. 올해 하반기 단순하면서도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을 만들어 재정 악화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목표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좌절됐던 재정준칙을 이번 정부가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재정의 중장기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재정비전 2050'(가칭)도 수립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재정 건전성 강화와 대규모 감세가 엇박자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지출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감세정책이 세입 기반을 흔들면서 오히려 재정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올해 전체 국세수입(396조6000억원)의 26.6%(104조1000억원)로 추산되는 법인세 세율을 조정할 경우 국세수입이 지금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보유세 및 증권거래세 완화 정책 등까지 더해지면 수조원대 세수 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세수 증가율은 세계 4위로 굉장히 빠르다"면서 "세수 증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기업과 국민의 부담이 빠르게 증가했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에 이를 정상적인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 활성화 등으로 재정 건전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재정지출의 과감한 구조 조정도 함께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 강화 기조와 감세 정책이 서로 상충한다고 꼬집었다. 대규모 감세를 추진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함께 가져가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준칙과 감세는 상당히 상충된다"면서 "감세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려면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방법밖에는 없지만, 그렇게 하면 다시 경기 부진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높이려면 세입 기반이 튼튼해야 하는데 세금을 낮추는 게 모순"이라며 "인구 고령화나 전 세계적 산업 패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정부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세입 확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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