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은 부모로부터 받은 모든 걸 갚을 수 없다...'아버지를 기억해'

기사등록 2022/06/12 18:30:28

최종수정 2022/06/12 20:34:15

[서울=뉴시스] '아버지를 기억해'. (사진=시원북스 제공) 2022.06.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아버지를 기억해'. (사진=시원북스 제공) 2022.06.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우리는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효도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삶의 무게에 치여 부모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기도 한다.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는 치매 진단을 받은 80대의 아버지를 직접 돌봤다. '아버지를 기억해'(시원북스)는 그의 아버지에 대한 간병의 기록이자 아버지를 통해 바라본 가족의 이야기다.

 아들러 심리학의 권위자인 그는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다. 기시미는 아버지를 직접 돌보며 세상에 힘들지 않은 돌봄은 없다고 느낀다. 누구나 가족을 돌볼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현실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인정한다.

스스로 부모 돌봄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과 같은 수준의 의무나 책임을 강요하지 않는다. 힘들고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불필요한 죄책감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의 어머니는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평소 무뚝뚝했고 아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치매로 대화가 더욱 어려워졌다. 하지만 기시미는 매일 아버지를 찾아가 삼시 세 끼를 직접 차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말이든 명절이든 아버지를 성실히 돌봤다.

그는 자신이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아버지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어머니가 바람처럼 순식간에 가슴에 사무친 반면, 아버지와는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겼다.

"과거의 기억이 지워지고 간혹 딴사람이 된 듯 보여도 아버지는 나에게 영원히 '아버지'라는 이름을 갖는다. 아버지의 뇌가 어떠하든 아버지는 남은 생을 살아낼 테고, 나도 아버지와 남은 시간을 함께 살아갈 것이다. 기억은 사라져도 부모의 이름은 지워지지 않는다. 부모는 여전히 부모다."

저자의 아버지는 이 책이 나오고 2013년 여든넷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아버지를 돌본 시간이 아버지와 함께 보낸 마지막 시간이 됐다. 아버지 죽음은 평안했다고 그는 전한다. 부모로부터 마지막까지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언젠가 아버지는 인생의 남은 시간에 대해 나지막이 내게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짧을 것 같구나.' 살아갈 날이 더 짧을 것 같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늘상 앞만 바라보며 전진하는, 시간이 없다고 초조해하는 나보다 훨씬 여유로워 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자식은 부모로부터 받은 모든 걸 갚을 수 없다...'아버지를 기억해'

기사등록 2022/06/12 18:30:28 최초수정 2022/06/12 20:34:15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