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8일 유럽 출장…네덜란드서 반도체 장비 협의
대형 M&A 임박설…독일·영국 등 방문 가능성도
인텔 CEO와 서울서 회동…양사 협력 강화될 듯
4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는 7~18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법원은 지난 2일 검찰의 동의를 확인한 후 경영상 필요한 출장이라는 점을 들어 이 부회장의 두 차례 불출석 재판을 인정했다.
먼저 이 부회장은 반도체 미세공정 필수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급을 위해 네덜란드로 향한다.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는 ASML 임원진들을 직접 만나 협상을 진행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2020년 10월에도 ASML 본사를 방문, 피터 버닝크(Peter Wennink)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난 바 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동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당선 후 뤼터 총리와 전화 통화를 통해 반도체를 포함한 양국 간 협력 강화를 논했다.
대형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방문 일정이 확정된 네덜란드에는 그간 M&A 유력 후보로 거론된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가 있다. 영국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ARM', 독일 '인피니온' 등도 M&A 유력 후보군인 만큼 영국,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 방문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것을 두고 M&A 작업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했던 한종희 부회장도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M&A 관련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2주간 유럽으로 장기 출장을 떠나는 만큼 네덜란드 외 다른 유럽 국가들도 들러 M&A를 포함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모임은 대형 M&A나 협력 등이 논의되는 자리로 이 부회장 역시 상무 시절인 200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꾸준히 참석했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 수감된 2017년 법정에서 "선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올해 콘퍼런스에 참석하면 6년 만에 다시 찾는 셈이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 약 21조원을 투자해 설립하는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착공식 참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테일러 공장은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약 500만㎡(150만평) 규모로 조성된다.
삼성전자는 본격적인 공사 시작 전 대규모 착공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테일러 공장 신설과 관련,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에 직접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재판 외 일정을 삼가며 두문불출하던 이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기점으로 삼성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과 외빈 초청 만찬에 참석한 데 이어 17일에는 서울 용산구 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에 마련된 고(故) 셰이크 할리파 빈 자이드 나하얀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지난 20일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를 방문 당시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양국 정상을 안내했고,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서는 전날 삼성이 5년간 450조원 투자를 결정한 것을 두고 "목숨 걸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30일에는 한국을 방문 중인 팻 겔싱어 CEO와 서울 모처에서 회동했다.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는 양사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PC·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릴레이 회의를 가졌다.
31일에는 삼성가(家)를 대표해 6년 만에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달 말에는 상반기 글로벌전략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회의 이후 결과를 직접 보고받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삼성전자가 끝없는 부진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한 듯 하다"며 "유럽 출장을 계기로 향후 이 부회장이 주요 현장을 직접 찾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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