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달 중하순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서 수정
당초 올해 3.1% 성장 전망…그 사이 경제여건 악화
국내외 평가기관 줄줄이 하향…경제 지표 일제 감소
"물가 압력 거세고 제어 과정 성장률 더 하락 우려"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대에서 2% 중후반대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고유가, 고환율로 인한 수출 견인 효과가 떨어지고, 생산성 저하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성장세가 예상보다 크게 꺾일 것이란 전망이다.
3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하순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 해 성장률 전망을 당초보다 0.4~0.5%포인트(p)가량 낮은 2% 중후반대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말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1%였다. 다른 전망 기관에 비해 다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그 사이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이를 반영한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올해 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은 더욱 가중되고,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급등한 국제유가 등 국제에너지 가격은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원자재와 국제곡물 가격 고공행진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돈줄을 조이면서 이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4.8%를 기록했던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월에는 5%대 상승률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미 국내외 주요 경제전망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4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5%까지 낮췄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내놓은 '2022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가 2.6%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국책기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로 지난달 산업연구원(KIET) 전망치와 같다.
예정처는 "국내 경제는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경제성장의 하방위험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공급망 차질 등 경제불확실성 확대와 자본재가격 상승 등으로 설비투자도 둔화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앞서 2.7%와 2.8% 성장세를 예측하며 이들 기관보다 양호한 전망을 내놨지만 그 사이 경제 상황은 뚜렷한 전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경기 지표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하락하는 '트리플 감소'가 나타났다. 세 지표가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2월 이후 26개월 만이다.
따라서 대내외 기관이 올해 성장률을 2% 중반대로 낮춘 가운데 그 동안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했던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낮출지 주목된다.
코로나19 확산 첫 해 정부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추면서도 국제신용평가사와 한국은행 등이 마이너스(-) 전망치를 내놓을 때도 나홀로 플러스(+) 전망치를 고수했다. 당시 정부 전망을 두고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의 전국적 대유행이 반복되면서 2020년 경제성장률은 정부 전망치보다 1.1%포인트(p)나 낮은 -0.9%를 기록했다.
물가가 5%대를 넘어 하반기에는 6%대에 이를 것이란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면서 거리두기 해제 이후 살아나는 소비 회복세 마저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짙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에 소극적일 경우 다시 한 번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3%대 달성을 얘기했었고 지금은 그것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여전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을 것"이라며 "물가 상승 압력이 워낙 거세고 이를 제어하는 과정에서 경제 성장률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위험이 있고 대외적인 불확실성도 여전히 커 2% 후반대 성장률도 달성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