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공 맞서 뭉쳤던 서방 국가들 종전 놓고 갑론을박
키신저 '영토 양보론'에 젤렌스키 "과거에서 온 인물"
서방 제재 러시아 경제 옥죄…인플레 20년만에 최고치
NYT는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는 소련 시절의 궁핍한 생활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묘수를 찾고 있으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 다각도로 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계속 커지면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26일 기준금리를 3번 연속으로 낮춰 11%까지 조정했다.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직 협상을 통해 전쟁을 종료하는 방안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런 환경은 그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서방 국가들의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자들도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단합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전쟁을 멈추는 방안을 놓고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와 크름반도와 돈바스 지역 영토 협상 등 러시아 측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평화협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대화에 나설 의사가 없다면서 영토나 주권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며 거부했다. 러시아도 이 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러시아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하기 이전의 영토가 회복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가 앞으로 비슷한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푸틴 대통령에 전략적 패배를 안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전쟁을 마치려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 일부를 양보하고 정전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신저 장관은 "쉽게 극복할 수 없는 격변과 긴장이 조성되기 전, 앞으로 두 달 내 협상이 재개돼야 한다"며 "(영토 상황을) 전쟁 전 상태로 복귀시키는 게 이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상을 추구할 경우 러시아와 새로운 전쟁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또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의 수치스러운 패배를 추구해선 안 된다며, 이 경우 유럽의 장기 안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같은 영토 양보론에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키신저 전 정관은 "먼 과거에서 나타난 인물"이라며 "그의 달력이 2022년이 아닌 1938년 뮌헨에 멈춰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이 1938년 뮌헨 협정 당시 나치를 피해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키신저는 1923년생으로 올해 99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탈환에 실패하는 등 전쟁에 고전하면서 당초의 목표를 낮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장악하는 데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제적인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에서는 종이와 단추 등 기본적인 물품이 부족한 상태로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은 지난달 17.8%로 2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가 연이어 금리 인하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는 러시아 경제가 계속 둔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 개월은 러시아 기업과 국민 모두에게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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