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최근 수출 호조의 배경과 함의' 보고서
"감염병 위협 해소되면 저성장 기조 재연될 가능성"
"우크라 장기화되면 수출 더 심각한 부진 보일 수도"
"미중 갈등, 블록화 가담보다 중립적 자세가 바람직"
[세종=뉴시스] 김성진 기자 = 최근 한국의 수출 호조가 코로나19 회복 등에 따른 단기 반등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중 무역갈등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교역환경 악화가 전망되는 가운데, 단기 요인이 사라지면 수출 저성장 기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이 26일 발표한 '최근 수출 호조의 배경과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4월 수출(통관 기준, 잠정치)은 576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2.6% 증가했다.
월별 수출 증가세는 18개월째 이어지고 있고 특히 14개월째 두 자릿수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4월까지의 누적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16.7%의 높은 증가를 보였다.
다만 보고서는 통관 기준으로 2021년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약 26%였고, 같은 기간 세계 전체의 수출 증가율도 약 26%였다면서 "수출 호조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금년 들어서도 2월까지의 수출증가율을 보면 우리나라와 주요국 간 큰 차이가 없다"며 "즉 최근의 수출 호조는 글로벌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글로벌 수출 호조 이유 중 하나로 코로나 침체로부터의 세계경기 회복을 꼽으며 "특히 수출은 전체 경기보다도 더 빠른 반등을 보였다"고 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코로나 위기와 관련, 서비스에서 재화(물건)로 수요가 움직인 것도 최근의 수출 호조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감염병 위협으로 피트니스센터에 가기가 어려워지자 관련 수요가 홈트레이닝으로 전환되면서 운동기구에 대한 구매가 늘어난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서비스보다는 재화의 교역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은 교역 증가세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에서 재화 수출의 비중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따른 수출가격 상승세도 수출 호조의 원인으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4월 수출은 잠정치 기준으로 통관 수출 금액(경상 달러 기준)은 12% 이상 증가했지만, 수출 물량은 0.4% 감소했다. 이는 가격 요인이 수출 증가의 주된 요인이었음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가격 추이에서도 서비스보다 재화 가격의 상승이 훨씬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 물가가 인플레이션에 더 민감하게 변동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 밖에도 세계경제의 디지털 전환 추세가 수출 호조를 이끌었다며 "실제로 최근 수년간의 우리나라 실질 수출은 IT 부문(특히 반도체)의 증가가 주도적"이라고 했다.
다만 보고서는 "최근의 수출 호조 요인들을 보면, 경제의 디지털화 추세를 제외하고는 모두 단기적인 성격을 갖는 것들"이라며 "감염병 위협이 충분히 완화되거나 해소되면 서비스로부터 재화로의 수요 이전 효과도 축소되거나 소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번 수출 호조를 가져온 요인들이 약화되면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 이전과 같은 수출 저성장 기조가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국의 코로나 확산과 같은 최근의 상황으로 교역 환경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많을 경우, 세계경제는 1970~80년대와 유사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다"면서 "우리 수출도 당시보다 더 심각한 부진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최근의 수출 호조와 달리, 앞으로의 교역 환경 전망은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 모두 그다지 밝지 않다"며 "향후 교역 여건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경계하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수출 환경이 악화될 경우 교역 측면의 대응뿐 아니라 거시경제 정책적 대응도 필요할 것"이라며 "교역 환경이 악화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실질 수출은 부진해도 경상 달러 기준 통관 수출은 높은 증가율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 판단 시 지표의 이러한 특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중 무역 갈등에 대해서는 "대응이 매우 까다로운 문제"라며 "경제적인 측면에 국한해 본다면 우리로서는 특정 블록에 전면적으로 편입되기보다는, 가능한 한 세계경제의 불록화에 반대하는 중립적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