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1일까지 오픈 5주년 미디어 아트전…입장객 무료 관람
40여 년간 수중 사진작가 장남원 촬영 작품 30여 점 전시
'바다의 신사' 혹등고래 모습 담은 사진·영상…ASMR까지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2014년 7월 866만 관객을 동원한 코믹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해적'(감독 이석훈)에서 주연은 김남길, 손예진, 주연급 조연은 유해진이었지만, 또 다른 주연이 있었다. 조선의 국새를 삼켜버려 이들의 표적이 된 '귀신고래'다.
영화에서 이 고래는 엄청난 크기와 진한 모성애로 '감탄'과 '감동'을 책임졌다. 다만 실사가 아니라 CG로 만들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그 아쉬움을 제대로 풀고 싶다면 한겨울 일본 오키나와의 '혹등고래 워칭 투어'를 가면 된다. 일본이 6월10일부터 제한적(여행사를 통한 단체 패키지 투어)으로 관광 목적 외국인 입국을 허용하기로 한 만큼 이런 여행도 가능할 것이다.
그 전에 조금이라도 '고래의 꿈'을 달랠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다.
실내로 연결된 롯데월드몰 지하 1층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열린다면 "그렇겠구나"라고 생각하겠지만, 초고층 전망대와 고래의 만남이라는 데 다소 의아했다.
눈과 귀로 느끼는 고래의 위용
국내 수중 사진 1세대 장남원 작가가 그간 촬영한 작품 30여 점을 전시 중이다.
장 작가는 1979년부터 지난 40여 년간 사람이 감히 범접하지 못했던 세계 곳곳의 바다를 누비며 혹등고래들과 호흡했다.
혹등고래는 수염고래과의 몸길이 11~16m의 거대한 고래다. 머리와 턱에 혹이 여러 개 있어 그렇게 명명됐다.
여름에는 극지방 바다에서 먹이 활동하고, 겨울에는 열대나 아열대 바다로 이동해 새끼를 낳아 기른다. 먹이는 주로 새우 등 갑각류, 작은 물고기, 플랑크톤이다.
이 고래는 애칭이 '바다의 수호천사' '바다의 신사'다. 실제 대다수 고래처럼 온순하고, 친절할 뿐만 아니라 위기에 처한 다른 종류 고래를 구하거나 사나운 범고래로부터 약자인 바다표범을 지켜준 일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잠수부에게 위험 상황을 경고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 전시회는 일반적인 사진 전시회와 달리 '미디어 아트'를 결합했다. 관람객은 단순히 '눈'으로 사진 속 고래 모습을 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귀'로도 전시를 즐길 수 있다.
서울스카이에 입장하려면 롯데월드타워 지하 1층 매표소에서 출발한다. 바로 입구 대형 원기둥에서 지하 2층 메인 갤러리까지 장 작가가 앵글에 담은 혹등고래의 여러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전시 공간은 '여정' '만남' '기록' '공존' '교감' '승화' 등 총 6가지 주제로 구성한다.
지하 1층 '여정, 서울시 하늘바다 고래로 300'에서는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둥근 기둥부터 전망대로 향하는 대기 공간까지 천장 위로 푸른 바닷속 혹등고래가 유영하는 영상이 펼쳐진다.
그들이 실제 우는 소리(ASMR)가 더해져 고래를 만나러 바다 여행을 시작한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계단식이 아니라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는 것이어서 고래에 한눈을 팔며 걸어도 그리 위험하지 않다.
지하 2층 전시 존에 들어서니 바다 한복판에 온 듯하다. '만남, 고래의 장엄한 몸짓' 덕이다.
흑백 대비를 통해 고래의 몸짓과 형태에 집중하게 만드는 사진들과 장 작가의 다큐멘터리 영상이 푸른 바닷속 혹등고래 곁으로 관람객을 순간 이동시킨다.
다음 만나는 메인 존 '공존, 꿈의 바다 고래의 향연'은 '새끼를 감싼 채 헤엄치는 어미 고래' 등 영화(해적) 모티프가 될 정도로 유명한 '모성애'를 보여주거나 '(한참 작은) 잠수부와의 교감'처럼 '수호천사' 면모를 느끼게 하는 등의 진귀한 순간들로 가득하다.
롯데월드 관계자가 "인간과 고래가 친구가 돼 춤추는 듯한 장면에서 누구나 좀처럼 시선을 뗄 수 없을 것이다"고 자랑할 만했다.
하늘을 나는 고래, 본 적 있나요
대형 디스플레이와 프로젝터가 연출한 상상 속 해저 세계에서 관람객은 거대한 고래와 함께 호흡하는, 신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깊은 바다와 파도를 표현한 홀로그램 영상이 어우러져 실제처럼 느끼기에 충분하다.
메인 포토존 '교감, 하늘을 나는 고래와 유영'에 들어서면 고래가 푸른 하늘의 하얀 구름 사이를 자유롭게 누비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펼쳐진다.
고래가 바다에서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것을 "하늘을 날고자 한다"고 해석해냈다. 이를 통해 '천적' '포경' '해양 오염' 등 바닷속 고래가 직면한, 비극적인 현실을 역설적으로 설파한다.
전시는 '승화, 또 다른 시작, 안녕 고래'로 막을 내린다.
장 작가가 촬영한 대형 혹등고래 사진 한 점이 진한 여운과 함께 '새로운 꿈과 희망의 출발'이라는 강렬하고도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나는 고래'는 8월21일까지 열린다. 서울스카이 입장객 누구나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물론 본래 목적이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 꼭대기에 올라 서울은 물론 멀리 인천, 경기 동부 지역까지 조망하는 것이라면 조금 빨리 걸어 스킵해도 된다.
하지만 전망대에서 푸른 하늘을 마주한 순간, 바로 미안해할 것이다. 고래가 그렇게도 오르고 싶어 하는 그곳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