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후 자원봉사 하던 우크라이나 혈통 캐나다 여성
침공으로 아들 잃은 남성 사연 듣고 아이디어 떠올려
이웃, "울타리에 난 총알 구멍이 악몽 떠오르게 한다"
[서울=뉴시스]김수진 인턴 기자 = 우크라이나 혈통 캐나다 여성이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전쟁을 겪은 이웃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총알구멍에 꽃을 그려 넣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여성 이반카 시올코프스키(39)는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집마다 울타리에 뚫린 총알구멍에 페인트로 꽃을 그리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시올코프스키는 전쟁 발발 후 폴란드에 2주 넘게 머무르며 우크라이나 미성년자들의 피란을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드나들었다. 추운 날씨에 차 안에서 잠을 자다 폐렴에 걸리기도 했다.
이후 자원봉사를 위해 부차에 도착했을 때 시올코프스키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는 남성 사샤를 만났다.
샤샤 아들은 살해당했고, 집은 폭격을 당해 불탔다. 샤샤는 자신이 사랑하는 동네의 거리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며 "내 울타리의 총알구멍은 내가 잃어버린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한다"고 호소했다.
샤샤의 말을 들은 시올코프스키는 마음이 아팠고, 울타리를 칠할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시올코프스키는 사샤에게 가장 좋아하는 꽃을 묻자 샤샤는 자신과 죽은 아들이 둘 다 수선화를 좋아했다고 대답했다. 시올코프스키는 페인트 통 5개와 붓 2개를 들고 샤샤의 울타리에 생긴 총알구멍에 꽃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람들이 자기 작품을 감상하지 않거나 모욕적인 것으로 해석할까 걱정했다. 시올코프스키는 "누군가 내게 걸어올 때마다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어느 날 길 건너편에 살던 소녀 애니야(4)가 시올코프스키에게 인사하며 작업을 도왔고, 이를 본 이웃들은 자기 집 울타리도 칠해 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
시올코프스키는 추가로 5채의 집에 수선화, 양귀비, 데이지, 우크라이나 국화 해바라기 등 다양한 꽃을 그렸다.
시올코프스키의 외조부모와 친조부모는 우크라이나인이다. 시올코프스키는 자신의 뿌리가 분쟁 중 우크라이나를 방문문한 결정적인 계기였다며 "(우크라이나에)와서 내 국민을 돕는 것이 내 의무였다"고 말했다.
시올코프스키의 작업은 소셜 미디어(SNS)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시올코프스키는 일을 위해 곧 캐나다 토론토로 돌아가야 한다. 여름에 우크라이나로 돌아올 계획이지만 계속 꽃을 그릴지는 확실하지 않다.
시올코프스키는 "내 희망은 이전에 점령 됐던 모든 마을 사람들이 울타리에 꽃을 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