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버로 불법도박장 개설·운영한 일당
급여 받으며 환전상으로 일해…방조 인정
[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유명 게임 '리니지'를 토대로 MMORPG(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 불법 도박게임을 제작한 뒤 가상 도박장을 운영하고 수익금을 암호화폐로 챙긴 혐의로 기소된 조직의 일당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희근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도박공간개설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지난 27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1800만원의 추징금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운영진이 리니지 사설 서버로 만든 불법 가상 도박장에서 환전상으로 일하라는 제안을 받고 수락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자들을 상대로 게임머니를 매매하고 그 수익금을 서버 운영자에게 송금하는 역할이었다.
이후 A씨는 지난 2021년 5월부터 11월까지 9만여 회에 걸쳐 이용자들에게 총 217억4600여만원 상당의 게임머니를 환전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일부는 암호화폐로 송금해 726회에 걸쳐 총 28억8800만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은닉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박 부장판사는 "인터넷 게임물을 이용한 도박의 사회적 폐해에 비춰보면 A씨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급여를 목적으로 도박공간개설 방조 행위를 분담해 그 가담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다"며 A씨에게 도박 공간개설이 아닌 도박 공간개설 방조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A씨의 행위는 그 자체로 사설 서버를 운용하거나 서버 내의 미니게임을 개설·운영하는 데 관여한 게 아니다"라며 "매월 급여를 받고 환전상 업무를 처리한 점, 범행 전부터 도박 공간이 개설돼 있었던 점 등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리니지는 엔씨소프트사에서 만든 온라인게임이다. 검찰은 이들 조직이 해당 게임과 무관하게 불법서버를 개설해 미니게임으로 도박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조했다고 봤다.
조직원들은 이용자들에게 도박에 쓰이는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해주고, 수익금은 암호화폐로 변환해 해외 거래소를 거쳐 개인 지갑으로 송금하는 방법으로 범죄 수익을 감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 넘겨진 조직원들 중 7명은 지난 1월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을 선고받아 일부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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