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세계은행,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 하락
코로나·러시아 전쟁 등 공급 측면서 인플레
한국경제는 4%대 고물가·성장률 3.0% 하회
경제전문가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세종=뉴시스]옥성구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급등) 우려가 세계 곳곳을 위협하고 있다. 4%대 고물가와 성장률 둔화 속에 한국 경제도 이른바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현실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는 전쟁과 긴축적 통화·재정정책, 중국 성장 둔화,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인해 3.6%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월(4.4%) 전망 대비 0.8% 하락한 수치다.
세계은행(WB)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4.1%) 대비 0.9% 내린 3.2%로 발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여파를 반영해 전망치를 3개월 만에 1% 가까이 내린 것이다.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5.7%에 달했다.
현재 세계 경제를 덮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치솟고 원자재와 에너지, 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공급 측면이 강하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자체 연구결과에서 올해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경기 회복 둔화라는 두 가지 위험이 세계 경제를 강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미국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인플레이션 해결 의지를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5월 회의에서는 50bp(0.5% 포인트)가 테이블 위에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오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Big step:기준금리 0.5% 포인트 이상 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세계 경제에 따라 한국 경제도 10년여 만에 물가 상승률이 4%를 넘기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 수준인 3.0%를 밑도는 등 스태그플레이션의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에 따르면 올해 3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4.1%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이 4%를 넘긴 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성장은 둔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을 발표하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수준인 3.0%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주상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은 "물가상승률이 4% 정도라 높기는 한데 이 정도 성장하면 물가가 다소 높더라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 변동에 취약한 한국 경제도 이미 인플레이션이 시작됐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S의 공포'를 피해 가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한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가라든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며 "수요 측면에서도 코로나 이전부터 통화량을 많이 풀고 코로나 이후에도 재정 지출을 많이 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체인이 좋지 않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있어서 충격이 크다"면서 "성장률이 많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성장률보다 인플레이션이 높다. 스태그플레이션까지는 몰라도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높다"고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을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라고 인정했다"면서 "우리나라도 당연히 따라갈 수밖에 없고 침체된다고 봐야 한다. 마이너스는 아니더라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까지는 아니라 아직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하긴 이르지만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도 잡고 침체도 막아야 해 경제학에서 가장 난제에 부딪혔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특수상황에 글로벌 공급망이 깨지고 전쟁으로 결정적 기름이 부어져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오래될 것 같다"며 "미국이 인플레이션 직격탄을 맞았지만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