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직접 보고 목격자 증언 들어"
무선통신으로 민간인 학살 협의 입증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부차 집단학살 정황을 두고 거짓이라며 부인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와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주요한 이유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소도시인 부차에서 "가짜"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방과 외신들은 러시아군의 잔혹 행위를 입증하는 증거가 잇따르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아무르 지역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부차 학살에 대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리아에서 러시아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거짓 선전과 마찬가지로 부차에서도 가짜 깃발 작전(상대가 먼저 공격한 것처럼 조작해 공격 명분을 만드는 수법) 이 있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와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주요한 이유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소도시인 부차에서 '가짜'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외신은 푸틴 대통령의 말을 전하면서 기자가 시신을 직접 보고 목격자들의 증언을 들었다고 부연했다. 푸틴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기자와 사진기자들이 부차에서 시 공무원, 검문관, 수십 명의 목격자들과 함께 일주일 이상을 보내며 잔혹행위의 참상을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그들이 숨진 집, 숲, 빈 주차장 등에서 36명의 시신을 기록했고,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알아냈다며 또한 공동묘지 등에서 100개 이상의 시체 봉투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앞서 독일 연방정보부(BND)는 러시아군이 무선통신 장비로 부차에서 민간인에 가한 잔혹 행위에 대한 협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러시아의 부인을 완전히 무력하게 하는 증거인 셈이다.
연방정보부는 러시아군의 무선통신을 도청한 결과, 부차 대로를 따라 시신이 발견된 장소와 일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무선통신 녹음 내용을 보면 한 병사가 다른 병사에게 그와 동료들이 자전거를 탄 사람에게 총격을 가한 장면을 묘사했다. 부차에서 자전거를 타다 쓰러진 시신이 담긴 사진은 전 세계에 공유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달 초 부차에서 러시아군의 철수 이후 최소 민간인 300명 이상이 러시아군에 의해 학살됐다고 발표했다.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화상 연설을 하면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을 보여주는 피해 자료를 공유하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호소하고 있다. 부차 학살을 계기로 러시아는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에서 퇴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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