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선별진료소 검사 중단 첫날, 병·의원 '장사진'
"아프면 보건소부터 가야하는 줄 알았다" 헛걸음
"이르다" "검사비 전가" 불만…병원 "부담 커졌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김혜인 기자 = "괜한 헛걸음만 했네요." "감염 확산세를 감안하면 이르지 않나요?"
11일 오전 9시 30분 광주 남구의 한 '호흡기 전담클리닉' 지정 병원.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RAT)가 전면 중단되면서 병원을 찾는 검사자는 평소보다 10~20% 늘었다.
병원 입구 앞까지 긴 줄이 늘어섰다. 기다림에 지쳐 보채는 아이부터 잔 기침을 하는 학생, 7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시민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이 병원에는 접수·진료, 검체 채취까지 20~30분가량이 걸렸다.
비슷한 시간대 서구 한 병원 임시 접수 창구에도 검사자 10여 명이 줄을 섰다. 음압 격리실에서 검사자를 맞은 의료진은 비대면 진료를 통해 PCR검사·신속항원검사 여부를 판단했다.
검사를 마친 이들은 30분 동안 자연 환기 중인 대기실에서 판정 결과를 기다렸다. 이 병원에서는 감염대유행 당시엔 하루 평균 400~500명이 검사를 받았다. 확산세가 잦아든 지난주부터는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하루 100명 꼴로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있다.
아침부터 헛걸음을 한 시민들도 만날 수 있었다. 유전자증폭(PCR)검사 대상자가 아니거나 신속항원검사를 희망하는 시민들은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헛걸음을 해야했다.
가까운 보건소를 들렀다 온 김모(75)씨는 "코로나19로 아프면 보건소부터 가야 하는 줄 알았다. 누가 나서서 직접 알려주지 않으면 모를 수 밖에 없다"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회사원 김모(36)씨는 "보건소부터 찾았다. 의심 증상자로 분류돼 PCR검사를 받았지만, 하루 뒤에 나오는 결과를 기다릴 수 없어 회사와 상의한 끝에 결국 민간병원에서 검사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무원 이모(59)씨는 "전날 받은 국민 안전 문자메시지를 통해 신속항원검사 체계가 바뀐다는 사실을 알았다.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며 "오히려 곧바로 치료제 처방도 받을 수 있어 장점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선별진료소와 달리 병·의원에서는 검사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데 대한 불만도 있었다.
최모(24·여)씨는 "금액이 적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검사자 개인의 비용 부담은 클 것이다. 감염병 대응 체계가 후퇴, 부담을 전가한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전파력이 높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도 있는 만큼, 공공 의료 영역에서 기본 검사 체계는 유지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병·의원 신속항원검사는 검사비용의 30%를 검사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의료보험 수가 차이에 따라 병원은 9000원, 의원은 5000원 안팎이다. 검사 필요성이 역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본인 부담 비용이 더 커진다.
민간 병원도 코로나19 진단 검사 체계의 부담이 커진 데 대해 고충을 토로했다.
한 전담병원 관계자는 "진단검사 체계의 중심이 민간 전환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여전히 지역 확진자가 1만 명씩 나오는 상황에서 다소 이르다고 생각한다"며 "검사 대기 인원이 많고 발열 검사 등 관련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검사 시설 설치비용은 정부 지원이 있었지만, 운용비와 추가 인력 10여 명 고용에 따른 인건비는 병원이 오롯이 져야할 몫이다"며 "차라리 '위드 코로나'로 하루 빨리 전환해 집단 면역 형성·일상 회복을 앞당겼으면 한다"고 밝혔다.
일부 병원에서는 추가 충원 없이 업무를 나누다보니 기존 외래환자 진료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현행 검사·진단 체계로 전환한 김에, 호흡기 전담 클리닉의 PCR검사 업무를 경감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광주시 임시선별진료소 2곳과 자치구 보건소들은 이날 오전 신속항원검사 전용 천막을 철거하고 바뀐 체계를 안내하느라 분주했다. 검사소 주변 곳곳에 '신속항원검사 중단' 안내문이 붙었고, 평소보다 크게 검사자 수가 줄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뒤늦게 검사 중단 소식을 알고 동네 병·의원으로 향하는 시민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첫날이니 혼선이 있다. 특히 노인들은 중단 소식을 못 접하고 방문한 경우가 많다"며 "당분간은 자가진단검사 키트를 제공한다. 검사자가 직접 신속항원검사를 해보고 양성으로 판명되면 곧바로 PCR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최근 확진자 감소 추이와 진단·진료·치료가 가능한 지역 병·의원이 늘어나면서 이날부터 신속항원검사 체계를 민간 의료기관 중심으로 재편했다.
PCR·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는 호흡기 전담클리닉은 광주 23곳, 전남 15곳이다. 신속항원검사만 가능한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은 광주 284곳, 전남 396곳이다. 검사 가능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각 지자체, 코로나19 누리집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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